문화재 복원의 ‘최고봉’…“선조의 지혜를 오늘에 되살린다”
2016년 ‘문화재청장상’ 수상

한식미장의 달인…수 백 건의 문화재 ‘회생’시켜,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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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국보1호인 숭례문 전소 사건, 그리고 새로 부착한 광화문 현판을 둘러싼 오류 시비 등이 있을 때마다 문화재 보존과 복원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곤 했다. 이는 선조들의 지혜와 기술이 담긴 소중한 문화 유산을 오늘에 되살려낸다는, 숭고한 뜻이 있다. 한식미장 부문의 문화재수리기능자 제 3264호로 등재되어있는 김명철 명인은 이 분야를 대표하는 권위자로 이름이 높다. 명인으로서 그의 발자취를 통해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실천적 의미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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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이기도 한 김 명인은 수도권의 문화재 수리 대상 10건중 7건에 참여할 만큼 이 분야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전문가다. 문화재 수리 외길인생 40년을 살아온 김 명인이 수리?보전해온 문화재는 수 백 건에 달한다. 대표적인 것만 해도 세종대왕릉 제실비각 보수, 명성왕후 생가 성역화사업을 비롯, 창덕궁, 수원화성, 남한산성 등 다수의 궁궐과 성곽, 그리고 향교, 사찰, 고택, 서원 등 숱한 문화유산들을 유지,보수해왔다.
가장 최근에도 인천 송도 한옥호텔, 용주사, 김천 직지사의 ‘사천왕문’ 등의 보수 작업을 한 바 있다.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엔 한식미장 부문의 ‘문화재청장상’을 수상했다. 문화재 보존공로대상의 ‘자랑스러운 한국인상’도 여러 차례 수상하는 등 이 분야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문화재 유지?보수는 특히 근?현대사를 포함, 굴절과 시련이 점철된 우리 역사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잦은 외세의 침입과 6.25 전쟁 등으로 수많은 문화재가 훼손되었다.”는 김 명인은 “그러나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 복원,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유지, 보수에 대한 수요가 날로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문화재 복원사업은 이처럼 중대한 역사적?국가적 의미를 지닌 ‘과업’이란게 김 명인의 생각이다. 한식미장 분야는 그런 의미에서 역사를 복원하고,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회복시키는 대역사(大役事)이기도 하다.

한식미장, ‘문화재 복원기술의 핵심’
특히 한식미장은 문화재 복원기술의 핵심 분야라고 할 만 하다. 한식미장으로 복원한 한옥, 사원, 궁궐 등의 외벽과 양벽, 칸막이벽 등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이므로, 그 만큼 중요성이 높다. 
“한식미장은 한옥건물에 천정이나 벽, 바닥을 황토 흙으로 중지나 외대를 엮어 바르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미장에 비해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할 수 없는 작업이죠.” 
한식미장은 또한 단순한 손재주나 기술만으론 안 된다. 문화재 설계도서와 고증자료를 이해하고 작업 내용을 하나하나 파악할 줄 아는 감각과 지식이 동반되어야 한다. 문화재에 대한 입체적?구조적 실체 파악은 물론, 그 밑그림과 미장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런 만큼 국내에서 한식미장 전문가는 많지 않다.
김 명인이 이 분야 최고봉의 자리에 오르게 된 데엔 자신만의 감각과 비법, 기술과 지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별한 비법이라기보단, 점성이 뛰어난 여주의 황토만을 사용하곤 한다”고 귀띔했다.
“미장용 황토는 채취 지역마다 점도와 점성이 각기 다릅니다. 여주지역의 황토는 그중 최적이라고 할 수 있죠. 황토에 물과 마사, 모래, 그리고 볏짚을 고루 섞어 잘게 밟아 주면 접착력이 뛰어난 재료가 됩니다.” 
미장 작업에 들어가기 전 고증자료를 이해하고 작업내용을 파악하여 낙서 흔적이나, 단청문양 등을 조사해 미장재료를 관리해야 하는 등 전문적 수준의 준비를 해야 한다. 또한 조사된 자료를 바탕으로 담당관에게 보고하고, 작업내용을 협의하며 작업원들에게 작업을 지시, 배치하는 일도 해내고 있다. 아무리 원형이 훼손된 문화재라도 그의 손을 거치면, 수 백, 수 천 년 역사가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그래서 그를 일컬어 ‘마이더스의 손’이라고도 한다.

‘표준화’와 체계적 교육시스템 등 시급
한식미장은 그 전통과 역사가 길고, 기술 수준이나 종류도 다양하다. 그렇다보니 사람마다 자신만의 방법을 고수하고, 중구난방의 방식을 적용하는게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 명인은 “한식미장에 관련된 방식이나 내용을 표준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문화재마다 누가 보수하느냐에 따라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공하므로,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선 반드시 표준화된 작업이 필요하다”는 김 명인은 “조속히 모든 시공관련 정보를 표준화하고 공유하는 ‘문화재 표준 복원작업’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희망했다. 
그저 자신만의 경험에 따르기보단, 각 분야별로 관련 기법이나 노하우를 통일된 지침(매뉴얼)으로 만들어 공유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한 “소외된 한식미장 분야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에 종사하는 장인들과 기능인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땀흘려 일한 장인들의 숨은 노고가 제대로 인정받고, 명예와 자긍심 하나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해온 그 분들을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명인은 특히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강조했다. 자신부터가 “지금껏 쌓아온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면서 “그러나 적극 나서서 일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드물어, 무척이나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럴수록 한층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국가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란 주장이다.
“한식미장은 제 삶의 전부입니다. 더 늦기 전에 후배들에게 제가 가진 노하우와 지식을 전하며 향후 보다 급증할 미장 분야 인력양성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또한 “한식미장의 발전을 통해 궁극엔 전통문화예술의 진흥과 발전, 복원에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덧붙였다.

<김명철 명인 작품>
 - 세종대왕릉 제실비각 보수
 - 명성왕후 생가 성역화사업
 - 창덕궁, 수원화성, 남한산성 
 - 향교, 사찰, 고택, 서원 
 - 인천 송도 한옥호텔
 - 용주사
 - 김천 직지사의 ‘사천왕문’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