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심장 대구에 야당 의원 탄생,

지역주의 장벽 허물고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오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차기 리더 김부겸(58)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13총선 때 대구에서 승리를 이끌어냈다.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여도(與都)에서 호남 기반의 야당 당적으로 도전해 압도적인 표차로 이겼다. 사람들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다. 대구에서 4선 고지에 오른 김 의원은 단박에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 그는 세대·계층 간의 격차와 분열을 막고, 보수·혁신의 간극을 메우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글: 편집부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야당 의원이 탄생했다. 1985년 12대 총선 이후 31년 만의 ‘사건’이다. 지역주의 벽의 한 귀퉁이가 무너진 징표다. 김부겸 의원은 경기 군포에서 3선 의원을 지내고  고향으로 향했다. “군포에서 4선 하는 건 월급쟁이 하겠다는 것이다. 대구로 내려가 지역주의를 넘어서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2012년 총선 도전은 예상대로 실패였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도전장을 냈지만 아깝게 패배했다. 그리고 올해 다시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고 수성갑 유권자들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아닌 그를 선택했다. 공고한 지역주의에 온몸으로 부딪힌 그의 도전에 유권자들은 감동했다. 
역대 총선과 대선에서 대구는 여당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거둔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1997년 이후엔 박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기반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박 대통령의 지지 호소에도 불구하고, 대구 민심은 김부겸을 지지했다. 의원 당선 뒤, 김부겸 당시 후보는 “대구 시민이 새 역사를 썼다. 더 이상 지역주의도, 진영논리도 거부하겠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할 것”이라는 당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대구·경북(TK)의 야당 의원이 된 김부겸 의원은 내년 대선에서 야권의 유력주자로 급부상하게 됐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희망이었다. 정치 혐오라는 절망이 만연한 가운데 새로운 정치의 싹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부겸을 인물연구한 동양학자 조용헌은 “피를 보지 않는 공존을 위해서 ‘영중호(嶺中湖, 산 속의 호수)’와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김부겸이 바로 그런 ‘영중호’의 역할을 맡는 호걸 아닌가. 그가 만델라, 덩샤오핑이 보여준 유연한 사고와 배려의 정치를 실천할 수 있을까? 대중이 그의 정치적 장래에 주목하는 바 그 대의(大義)에, 그는 결연히 복무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대중이 그에 대한 기대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김 의원 주축으로 동북아 공존과 경제협력 연구 모임 발족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김부겸 의원의 행보도 바빠졌다. 얼마 전 김부겸 의원은 여야 의원들을 모어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동북아 공존과 경제협력 연구모임'을 발족했다. 김부겸 의원과 김태년 의원이 공동 대표,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이 책임의원을 맡은 이 모임에는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 더민주 박영선 김영춘 김현권 전재수 조승래 의원 등이 참여했다. 무소속 이해찬 의원도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연구모임은 앞으로 동북아 각국의 자유무역협정(FTA) 대응방안, 북극항로가 동북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경제권 조성 정책)에 대한 전략적 이해 등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진행한다. 또 러시아 가스관 연결사업의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러시아 측 전문가 초청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 의원은 발족식에서 “‘동북아 공존과 경제협력 연구모임’의 연구 주제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와 북극항로를 연결하여 유라시아 대륙과 미국, 일본을 연결하는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의 형성에 맞춰져 있다”면서 “이를 통해 한국 경제가 뻗어 나갈 새로운 경제권역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 연구의 실천적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4국이 참여하고 있는 위에 미국과 북한까지 끌어들이게 되면 ‘경제판 6자 회담’이 가능해 진다”면서 “이는 경제 협력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한 방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3당은 물론 무소속 의원까지 망라한 ‘동북아 공존 모임’은 정파를 초월해 대한민국의 국가발전전략을 모색하는 순수한 연구모임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개헌, 권력 구조만 논의해서는 안돼
최근 정세균 의장과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잇따라 개헌을 주장했다. 개헌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김부겸 의원은 “개헌의 시대 정신은 어떤 한 세력이 권력을 독점, 독주할 수 없다”며 “공존과 협치의 정치지형을 만들기 위해 개헌은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어느 한 정치세력이 대한민국이란 전체를 끌고 가면서 나머지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대선 전 후보자들이 공약을 해서 과정을 밟아나가는 게 제일 무난하다”고 밝혔다. 그는 권력 구조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갈등, 분열, 격차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를 바란다. “개헌에서 권력구조만 논의되면 안 된다. 권력구조와 더불어 선거구제, 강력한 중앙집권에 대한 견제, 허약한 지방자치 제도의 보완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된 시민권, 남북관계의 현실도 반영돼야 할 것”이라며 개헌에 대한 의견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김부겸 의원은 자신에 대해 “공존하고 협력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건 다른 사람보다 강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새누리당도 적으로 보지 않는다.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결과물을 냄으로써 존재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의 자세가 한결 같기를 바라며 진영 대결에 익숙한 우리 정치 풍토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해나갈지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