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륨-3 연구로 초전도체/초유체 선점을 이끈다.

KAIST  물리학과  최형순 교수

물리학의 열혈아 최형순 교수는 2001년 KAIST 학부를 졸업하고 2007년 노스웨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KAIST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다가 2011년 10월부터 현재까지  KAIST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카이스트 물리학과는 이론과 실험분야에 대한 심도 있고 폭넓은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물리학에 관한 전문지식을 익히고 그것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의 물리학 대학원 교육이 세계적인 수준보다 한참 뒤떨어지던 1971년에 이 상수 박사의 지도하에 수학 및 물리학과 총 106명의 대학원생으로 출발했다. 지금까지 물리학박사를 제일 많이 배출한 학교이자, 학과가 그가 졸업한 학교이자 학과이다. 현재는 교수 31명, 대학원생과 학부생 각각 약 200명, 150명 규모로 학생들이 대한민국 물리학의 코어로써 자부심을 가지고 매진하고 있다. 그가 교육 시 가장 중요시 하는 점은 생각THINK을 유발하게 하고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것이다. 

학부과정, 대학원 연구과정 전 과정 모두 이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물리학은 기초학문이면서 결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니다. 그런데 일방적인 암기나 주입식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문제점을 주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살핀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게 하고 창의적으로 그 문제와 직면하게 한다. 그래서 그의 교육은 언제나 자발적 교육이며 동기부여가 명확한 교육이다. 중력파 검출이나 중력 렌즈 효과 등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있을 것만 같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현재 GPS에 매우 중요하게 적용되고 있다. 상대성이론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나누어지는데 GPS위성은 이 두 가지 상대성이론의 효과에 모두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이렇듯 과학은 학문적으로 잘 정제된 법칙을 찾아내는 과정인 동시에 일상에서 사유하며 만나는 학문이다. 과학은 결코 어려운 학문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에 넓고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때 시작되는 학문이라고 말하는 최형순 교수는 과학교육의 틀이 완전히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단순히 지식 전달자가 아닌 호기심 있는 학생들을 도와주는 조력자라고 말한다. 그는 자금까지 순수학문과 인문학 등 기초학문이 소외되어 왔다면서 기초학문이 자리를 잡지 못하면 세계 최초가 결코 나올 수가 없다고 말한다. 실패를 격려하고 도전적인 정신을 끝까지 지원하지 않는 분위기에서는 결코 세계 1등은 나오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연구 분야도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극저온 양자유체이다. 아주 농도가 희박한 기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물질들은 절대영도(영하 273.14도)까지 온도를 낮췄을 때 얼어서 고체가 되는데, 절대영도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유일한 물질이 액체 헬륨이다. 이런 낮은 온도에서는 액체 헬륨의 양자역학적 특징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이를 양자유체라고 부른다. 이중에서도 헬륨-3이라고 하는 액체는 절대영도 기준으로 천분의 1도 미만으로 낮출 경우 그 특성이 초전도체와 비슷해지는데 이를 초유체라고 한다. 

1971년에 초유체 헬륨-3가 처음 발견되었고 지금까지 40여년 이상 연구돼 왔지만 아직도 미스테리가 많이 남아 있어서 그는 이 분야를 놓지 않고 있다. 초유체 헬륨-3가 워낙 오랫동안 연구되어온 물질인데다가 대게 만분의 1도까지 온도를 낮춰야 하는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한때 응집물질물리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로 여겨졌었고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집중적으로 연구를 해온 물질임에도 현재에는 초유체 헬륨-3를 실험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그룹은 전 세계에 20개도 채 남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에서는 그의 연구실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는 초유체 헬륨-3가 최근 물리학계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물질 중 하나인 위상 초전도체의 유력한 후보군이라는 데에 착안해서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학은 이미 생활이다.  일상생활에 모두가 과학의 영역이다. 부가가치가 되지 않는 분야라고 해서 외면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 교수는 모든 삶이 과학이 되는 그 날까지 학교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