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 연세희 화백

한국 풍속화 대표 작가 중 한 사람, 1940생으로 우리나라 나이로 77세에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며 100세 인생을 꿈꾸는 사람, 연기와 가수 그리고 그림까지 정말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인 우원 연세희화백을 만나 보자.

살아온 얘기를 해 달라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새로 오신 미술 선생님이 옛 선비들의 흥겨운 춤, 기녀의 장구춤 등을 신들린 듯 그리는 것을 보고 화가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충북 청주 출신인 그에게 화가의 꿈은 이렇게 학창 시절 일찍이 찾아왔다. 그는 닥치는 대로 그림을 그리며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사업 실패로 가정 형편이 기우는 바람에 미술대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이후 그는 배우가 되려고 한국배우전문학교에 다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촉망받는 연기자로 연극 무대를 누비다 군에 입대한다. 노래에도 소질을 보여 병영가수로 위문 활동을 하다 제대한 그는 잘나가는 시민회관 전속 가수로 뛰기도 했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은 꿈을 접을 수 없었다. 이때가 27세. 배우와 가수의 길을 모두 던져버리고 멀고도 험한 회화의 길을 택한 그는 대입미술학원 강사에 출판사 삽화 일까지 하면서 틈나는 대로 누드 크로키를 했다. 마침내 40세인 1980년 첫 개인전을 열면서 정식으로 화단에 데뷔했다. 그동안 그는 ‘독일 괴테미술관 초대전’,‘아세아 현대미술 초대전’ 등 한국 미술의 정체성과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민간외교사절단’으로도 한몫 했다. 
암 선고를 받았다고 들었다.
이렇게 왕성한 활동을 하던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한 선고를 받았다. 방광암이었다. “그림 그리랴 노래 연습하랴 정신없이 살다 보니 병마가 들이닥친 것도 몰랐어요. 하지만 비관하지 않아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 어떤 병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죠.” 믿음대로 되는 것이었을까? 그는 그렇게 암을 이겨냈고 본격적으로 그림에 몰두하였다. 그는 그 시대의 생활상을 가장 진솔하게 표현한 예술 양식 가운데 가장 훌륭한 소재를 풍속도라고 생각하고 그곳에 흠뻑 빠져 든다. 오늘날 풍속화나 미인도 등이 세계 미술 환경 속에서 가장 ‘한국성’이 농축된 살아있는 예술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풍속도 속에 민족의 얼과 해악과 풍자 그리고 기지와 익살이 살아 숨쉬기 때문일 것이다. “고전적 풍속화에서 탈피한 현대 풍속화의 새 장을 열고 싶었죠. 현대 풍속화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붓을 놓을 때까지 용감하게 도전해볼 것입니다”

자신의 그림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그의 풍속화는 동양화의 선과 서양화의 면이 조화돼 독특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미술평론가 김남수 선생은 그를 ‘창조적인 한국화가’라고 평가한다. 아울러 서예가 취운(翠雲) 진학종 선생은 “역동감 때문에 일단은 압도된다. 한 폭의 그림이라기보다 현실 세계의 단면이 아닌가 착각에 잠기기 쉬울 정도다”라고 작품 세계를 논한다. 또한, 미술평론가 김영재 선생은 이렇게 평한다. “한국 동양화에서 이당 김은호, 목불 장운상, 운보 김기창에서부터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에 이르기까지 거침없이 임모(臨摸. 글씨나 그림 따위를 본을 보고 그대로 옮겨 쓰거나 그리는 행위)를 했다. 그러나 연 화백은 그림을 베끼되 평생을 갈고 닦은 크로키와 데생의 솜씨 그리고 뛰어난 색채와 분위기 창출의 감각 및 기교가 결코 임모에 만족할 수 없는 독특한 화풍을 창조하고 있다” “그 동안의 풍속화는 단원과 혜원의 그림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풍속화는 현재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현대에 맞게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그의 그림에는 한복을 입고 골프를 치는 노인들을 비롯해 현대 악단의 반주에 맞춰 도포 자락을 흩날리며 춤을 추는 인물 등 현대적 배경과 전통 의상이 함께 배치돼 있다. 마치 타임머신이 존재하는 것 같은 배치에 대해 그는 “고전과 현대의 조화를 상징하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현대예술 교육을 받았음에도 굳이 풍속화나 미인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시대상을 대변하거나 반영하지 않는 풍속화는 진정한 풍속화가 아니라는 신념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현재와 미래의 자화상이 담긴 풍속화가 더욱 위대하다는 지론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속에는 도도한 역사의 발자취가 묻어나고 있다. 시대의 변천이 어떻게 달성되고 실현되는가를 그의 예술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의 그림은 해학과 풍자가 넘쳐난다. 사실, 그의 질주는 교만이라고 하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필치를 보여주고 있다. 작품의 완성도 또한 완벽에 가깝다. 전통의 기법을 고수하고 사실적으로 재현해내는 것이 화단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현실임을 감안해 볼 때 그는 분명히 특별한 기질의 화가임에 틀림이 없다. 

작품에서 중요시 하는 점은?
지금도 전국을 돌며 시장과 포장마차, 공연장 등 어느 곳이든 화폭에 담아내는 그는 “풍속화는 그 민족의 생활과 삶이 그대로 담겨 있어 한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가장 쉬운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그래서 다양한 소재 선택과 표현 방법론상의 진폭이 크다. 이토록 방대한 다양성과 창의성이 어디로부터 방출되는지 기이하기까지 하다. 때문에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서민의 애환과 끈끈한 삶의 자화상들이 그의 그림 속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기쁨이다. 그만의 화풍을 구현해 나가는 그의 올곧은 작품은 이미 세계적이라 칭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는 지금도  한국을 대표할 뿐 아니라 세계로부터 존경과 찬사를 받아도 손색이 없는 천재 작가임이 분명하다.

전달하고픈 메시지는? 
그는 과거에 대중가요 앨범까지 낸 가수이기도 하다. 음악과 노래를 좋아하여 늘 즐겨했던 연세희 화백은 앨범을 2집까지 내면서 주위를 놀라게 하였다. “모든 예술은 하나이다.”라고 말하는 연화백은 “그래도 그림이 역시 자신에게 있어서는 인간 삶의 희노애락을 가장 사실적이고도 의미를 표현할 수 있는 도구”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의 그림 속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향하는 인간 삶의 통로가 보인다. 즐겨 그리는 풍속도는 옛 것과 현대 것이 함께 어우러지면서도 그것은 미래를 향하는 우리 모습의 희망과 진보를 담고 있다. “주위에서 80세쯤 되면 인생을 정리한다고 말하죠. 오히려 남은 인생을 보람되게 하려면 열심히 자신의 일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림인생 40년에 접어든 연 화백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처럼 예술의 끝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우리에게 결코 생이 다하는 날까지 자신의 희망의 손을 놓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는 2016년 9월 5일부터 12월말까지 중국 길림 성황미술관에서 통일이라는 주제로 한국화가 50여명과 중국조선족화가 그리고 북한화가가 대거 참가예정인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노화백의 주제가 곧 현실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