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누진세로 고통 받는 서민들의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는 정부.... 
고육지책으로 낸 한시적인 할인, 그 효과는? 

전기요금 폭탄으로 더위와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시민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올해 온열질환 사망자 수가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질병관리본부(KCDC)의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결과에 따르면 감시체계가 가동된 5월23일 이후 지난 15일까지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16명으로 2011년 통계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말복이 지났지만 한 낮의 더위는 지칠 줄 모르고 서민들은 누진세 폭탄의 두려움으로 폭염 속에 제대로 냉방기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여름이다. 정부는 누진세가 무서워 에어컨도 마음대로 못 쓰는 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는 실정. 서민들은 폭염에 전기 누진세 개편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기 누진세란 전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만든 제도로 가정용 전기에만 해당된다. 한전의 현행 전기요금 누진단계는총 6단계로 1단계인 100㎾h 이하에는 1㎾h 당 60.7원, 6단계인 501㎾h이상에는 1㎾h당 709.5원이 부과된다. 1단계와 6단계의 요금격차는 11.7배로,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산업용(81원), 일반용(105.7원) 전기에 비해서도 이미 6.7~8.7배 높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세는 1972년 유신정권 당시 도입되었는데 그 당시 오일쇼크가 배경이었고 주택용 소비억제의 명목으로 실시되었는데 당시 누진율은 1.6배 인정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전에서 인정하는 누진율이 11.7배이고 실제 계산을 해 보면 그 이상 차이가 나게 되어 폭염이 지속되는 요즈음, 국민들의 원성이 높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가정에서 유별나게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가? 그것도 아니다. 한국 가정전력 소비량은 미국의 29%, OECD 평균의 55% 수준이다.  또한 우리나라 전체 전기 사용 비중을 보면 산업용이 약 56%이며 그 중 대기업이 전체 24%를 차지한다. 주택용이 13%, 나머지 21%가량이 일반용으로 산업용이 절대적으로 많이 소비되고 주택용은 현저히 낮은 비율로 소비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정에서 하루 5시간 틀면 22만원, 산업용 6만원

누진세는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단가가 올라가는 제도다. 가령 가정용 전기요금은 전기 사용량이 적은 최저1단계는 킬로와트시(kWh) 당 60.7원으로 산업용(81원) 보다는 낮지만 500㎾h를 초과하는 6단계에 들어서면 ㎾h당 709.5원으로 1단계 보다 11.7배가 높게 인상된다.
즉 일반 가정에서 에어컨을 3시간만 틀어도 전기요금 누진세는 2배 넘게 높아진다. 누진세 적용은 가정에서만 받는다. 자영업자에게 적용되는 일반용(105.7원)과 산업계에 적용되는 산업용(81원) 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가정에서 에어컨을 하루 5시간 정도 틀어 600㎾h를 쓰면 요금이 21만7000원인 데 비해 산업용은 같은 600㎾h를 써도 요금이 6만4000원으로 크게 차이난다.

여기에 가정용 에어컨 소비자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4인가구 기준 여름철 평균 에어컨 사용양은 3시간31분이다. 에어컨 없이 월 342㎾h의 전기를 사용해 5만3407원을 내는 가구가 3시간30여분을 켰다면 전기 사용량이 521㎾h로 늘어난다.

전기요금은 13만5946원으로, 에어컨 사용 전에 비해 월 8만200원(179㎾h)을 더 내는 셈이다. 또 에어컨을 하루 8시간(432㎾h) 썼다면 누진제가 적용돼 월 31만6566원(774㎾h)의 요금폭탄을 감수해야 한다. 상황이 이러자 상대적으로 요금이 싼 산업용은 과소비되는 반면 주택용은 소비를 억압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은 전기요금 누진세가 없거나 낮은 누진율을 적용 중 
외국의 경우는 누진단계도 2-5단계로 나뉘는데 불과하고 국내처럼 최저요금과 최대요금의 차이가 2배를 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전기요금 누진제는 2단계로 나눠진다. 계절별로 차등을 두지만 전기 수요가 많은 여름철에도 최저·최고 단계 간 차이는 평균 1.1배에 머문다. 일본은 3단계로 누진체계가 나눠진다. 최저와 최고 단계의 요금 차이는 1.4배다.

대만은 총 5단계로 나눠 전기요금을 매기고 있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6~9월에 최저·최고 단계의 요금차이는 2.4배가 난다. 그 외의 시기에는 1.9배로 낮아진다.

사전에 요금제를 선택하는 프랑스는 한국처럼 사용량에 따라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다만 시간대별로 전기요금이 다르게 매겨진다. 낮에 전기를 사용하면 밤보다 요금이 1.6배 비싸다.

한시적인 전기 요금 인하..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까?

가정용에만 적용되는 전기세 누진제가 논란이 되면서 정부가 한시적으로 7월부터 9월까지 전기요금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각 가정마다 에어컨, 선풍기 등 냉방기기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얼마나 혜택을 받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인하조치로 가구당 평균 19.4%의 전기누진세 할인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 누진세는 6단계로 1단계(100kWh 이하)에 비해 6단계(500kWh 초과)는 11.7배의 누진배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번 전기요금 완화로 각 구간의 폭이 50kWh씩 넓어지면서 kWh당 사용량 요금(709.5원)이 그만큼 줄게 된다. 기존에는 284kWh의 추가 사용분을 내야 했다면 올해는 50kWh가 빠진 234kWh의 추가분만 내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하면 전체 월 사용량이 200kWh면 3260원, 300kWh면 6360원, 400kWh면 1만995원, 500kWh면 1만7850원, 600kWh면 3만2440원의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전기요금 할인은 7월 전기요금을 징수하는 8월부터 일괄 적용한다. 만약 7월 요금의 일부를 이미 그만큼의 금액이 다음 달 환급돼 돌아온다. 할인과 환급은 한국전력에서 일괄적으로 계산해 시행하기 때문에 따로 신청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누진제 구간의 폭만 조금 늘린 “정부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정부의 방안대로라면 각 가정에서 지금의 전기요금으로 에어컨을 더 틀 수 있는 시간은 약 1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구간의 폭만 조금 늘었을 뿐 요금이나 누진단계는 여전해 결국 많이 쓸수록 금액은 빠르게 늘고 혜택율은 줄어든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10여년 째 요지부동인 누진제를 현재 우리 사회에 맞게 손질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과거에도 누진제 개편 움직임이 일었다가 흐지부지된 적이 수차례 있어 이번 TF가 누진제 개편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