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황제에서 정치인으로 변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초선의 위력 보여주다

새누리당 조훈현 국회의원

조훈현은 바둑계의 전설이다. 그의 바둑 기풍으로 인한 별명으로 제비, 전신(戰神) 등이 있다. 바둑이 불리할 때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흔들기’로 유명하다. 그의 별명답게 정치계에서 어떤 흔들기의 묘로 정치를 개혁하고 초선의원의 패기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글: 편집부

조훈현은 전설로 통한다. 1953년 전남 목포에서 출생한 그는 62년 9세로 입단(세계 최연소)하고 63년 도일하여 10년간 세고에 겐사쿠(瀨越憲作) 문하에서 수학했다. 82년 9단(한국 최초). 제11∼14, 16∼24기 왕위전, 제20∼29, 32∼33, 35∼36기 국수전, 제5, 9∼12, 14∼17, 20기 기왕전, 제1∼5, 7∼13기 국기전, 제9, 11∼13, 15∼21기 명인전, 제 13∼28, 31기 패왕전(16연패), 제14∼19, 21∼28, 32기 최고위전, 제1∼5, 7· 11기 대왕전, 제1·3기 기성전 우승. 감각이 뛰어나고 임기응변에 능한 속력행마의 공격바둑이며, 국제기전인 제1회 응창기배, 제7회 후지쓰배, 제5기 동양증권배 등에서 각각 우승. 일본에 뒤지던 한국바둑의 위상을 높이는 데 선두를 담당했다.
바둑 용어 사전에는 ‘조훈현 시대’라는 용어가 등재되어 있을 정도다. 한국 바둑계에서 조훈현이 1인자로 활약한 1970년대 후반 이후 80년대 후반까지 약10년의 시기를 조훈현 시대라고 한다.  

바둑인을 위한 목소리를 내다 
세계적인 바둑대회가 없던 시절인 1987년 타이베이의 재벌이면서 바둑 애호가였던 잉창치(應昌期·97년 작고)는 세계적인 바둑대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비로 ‘응씨배’다. 총규모 116만 달러의 이 대회 우승자에게는 4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졌다. 40만 달러는 당시 환율로 3억2000만원이었다. 국내 최대 기전인 왕위전의 우승상금이 1600만원이었으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이 대회에서 훈현(曺薰鉉) 9단은 세계 바둑계의 예상을 깨고 결승에 올라 중국의 녜웨이핑(攝衛平) 9단과 대국을 벌였다. 2승2패 상태에서 마지막 대국이 벌어진 날이 1989년 9월 5일이다. 이날 마지막 대국에서 조 9단은 녜웨이핑 9단을 145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2014년 후반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미생〉 원작만화에 소개된 기보가 마지막 대국의 기보다.
조 9단의 응씨배 우승은 전 국민의 기쁨이었다. 신문과 방송이 조 9단의 우승 소식을 대서특필한 것은 물론이고 바둑인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카퍼레이드까지 펼쳐졌다. 은관문화훈장까지 수훈한 조 9단에게는 이 대회 후 ‘바둑황제’라는 별칭이 주어졌다.  
그랬던 그가 금년 4·13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다. 새누리당 비례 대표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바둑인에서 정치인으로 바뀌었다. 물론 여전히 바둑계를 떠났다고는 할 수 없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국수(國手) 조훈현은 후배 바둑인들을 위해 바둑 보급 등에 앞장서겠다는 마음으로 국회의원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전해진다. 국회의원이 된 뒤 바둑인답게 그는 바둑 기보 저작권법 제정에 나섰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제일 먼저 제안하고 싶었던 법률이 바둑 기보 저작권이다. 또한 바둑진흥법 제정도 시급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상임위로 교육문화체육관광위를 선택했다. 

바둑진흥법 제정안 대표 발의
조훈현 의원은 바둑의 위상 강화를 위한 ‘바둑진흥법 제정안’을 8월 4일 대표 발의했다. 동시에 기보를 창작물로 인정해 저작권을 강화한 ‘저작권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바둑진흥법 제정안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바둑진흥계획을 수립·시행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바둑 단체와 바둑 시설에 대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조 의원은 바둑진흥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프로 바둑기사 출신이자 문화, 예술, 스포츠 분야 전문가 비례대표 출신인 조훈현 의원의 1호 법안의 상징성 그리고 지난 3월 치러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경기 이후 높아진 바둑에 대한 관심 때문에 해당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한다. 기보를 책으로 묶어 출판하거나 기보로 강연하는 등의 상업적·영리적 행위가 바둑기사 허락 없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막아 바둑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바둑진흥법 제정안 발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의원은 과거에 발의된 법안과의 차이점에 대해 “11월 5일을 ‘바둑의 날’'로 지정, 바둑지도자 양성에 대한 세분화된 내용, 현재 재단법인인 한국기원을 특수법인으로 바꿔 공익사업을 할 때 제도적으로 지원과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생계 어려운 체육인 위한 복지법도 발의 
조훈현 의원은 대한체육회로부터 제출받아 '2015년도 은퇴선수 실태조사 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은퇴선수 가운데 체육 관련 종사자는 5명 중 1명이다. 일부 메달리스트를 제외하고 대부분 체육인들은 은퇴 이후의 준비나 대책이 전무해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취업인원 가운데 절반 가량이 개인 사업체나 민간기업 등 전공과는 상관 없는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조훈현 의원이 은퇴 후 진로가 불투명하고, 복지대책이 열악한 체육인의 권익과 복지향상을 위한 ‘체육인 복지법’ 제정안을 지난여름에 대표 발의했다.
 ▲체육인 복지증진에 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시행 ▲체육경기대회 참가자에 대한 상해보험지원 ▲스포츠 유망주에 대한 장학지원 ▲은퇴 체육인의 재취업 지원 확대 ▲체육인 복지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담기관의 지정 및 운영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해 체육인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조 의원은 “앞으로 체육인 복지에 관한 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비·통합해 체육인들의 생활안전과 복지증진을 도모할 것"이라며 "모든 체육인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 돼 줄 수 있는 ‘체육인복지법’ 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