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KAIST) 건설 및 환경공학과  조계춘 교수 

지반공학의 권위자…세계 최고 ‘공동구’ 기술로 ‘과학입국’

도로기반 훼손 ‘단독구’ 대신 ‘소단면 터널식 공동구’ 연구단 이끌어 
지반공학 바탕, 심해저 30년치 신재생에너지 추출 연구도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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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지하시설물을 매설하느라, 가뜩이나 복잡한 도로를 막고 수시로 굴착작업을 하는 광경을 흔히 본다. 이로 인한 기회비용은 때론 도시기능을 마비시킬 만큼 치명적이다. 그 때문에 지하 매설물을 일괄 수용하는 공동구(Common duct, 共同溝)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카이스트의 조계춘 교수(건설 및 환경공학과) 등 연구진은 이를 위한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심지 ‘소단면(Φ3.5m급) 터널식 공동구’ 설계와 시공기술을 개발, 그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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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춘 교수는 지난 2002년 카이스트에 부임, 신공간 창출과 대체에너지 개발을 통한 ‘자연과 문명의 한계 극복’이란 테제에 골몰해왔다. 최근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건설기술연구사업의 일환으로 ‘경제적인 도심지 소단면 터널식 공동구 설계 및 시공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구 연구단을 이끌고 있다. 이번 연구는 22개 기관들이 산·학·연 연구단 컨소시엄을 구성, 4년 6개월간 계속된다. 

민원, 교통혼잡, 장애물 난립 등 ‘단독구’ 문제점 해소
현재의 도심지 라이프라인은 도시미관과 안전을 해치고, 중구난방식 매설로 유지관리도 어렵다. 따로따로 단독구를 만들다보니 장애물이 난립하고, 민원이나 교통 혼잡도 빈발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소단면 터널식 공동구’이며, 조 교수와 연구단은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독보적인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조 교수는 “공동구는 향후 10년간 총 6조 2,200억 원으로 추정될 정도로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로 기술을 개발하면 앞으로 10년 간 공동구 공사비의 약 10%인 6,220억 원이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 교수에 따르면 공동구 연구단의 연구가 성과를 거둘 경우 공사비 저감, 민원과 교통혼잡비용 축소, 건설안전재해 20% 저감 등 간접적 비용 추정액만 약 1,870억 원으로 예상된다. 전체 경제적 효과는 8,090억 원에 달할 것이란 추정이다.
아직은 우리의 공동구 설계 및 시공 기술은 선진국의 10~70%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핵심기술을 개발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공동구 설계와 시공 능력을 갖게 될 것”이란 얘기다.
조 교수는 국내 지반공학 분야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그 일환인 공동구 연구뿐 아니라, 카이스트 지반시스템 연구실(Geosystems Engineering Lab)을 이끌며 지반공학 분야의 이론과 기술 발전을 이끌고 있다. 흙과 암반 등 지반의 공학적인 특성과 문제점에 천착, 인류가 직면한 ‘에너지 및 신공간 창출’ 기술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최고의 지반공학자…첨단 ‘암반굴착 장비 및 공법’으로 국제특허
카이스트에 부임하기 전에 미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조교수를 역임했던 그는 지난 5년 간 지반공학 분야의 공로를 인정받아 숱한 상도 받았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젊은과학자상(대통령상)’, 한국터널지하공각한회 학회장상,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학술상,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선정 ‘한림선도과학자’, 그리고 지난해  ‘KSCE-Springer Award’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 화려한 이력을 바탕으로 조 교수는 연구단을 진두지휘하며, 독보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최초로 도심지 민원저감형(저소음, 저진동) ‘초고압 워터젯을 이용한 암반굴착 장비 및 공법’을 개발하여 국제특허를 등록했다. 이를 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함으로써 실용화(예상시장 30~40조 원)를 앞두고 있다. 이 기술은 도심지에서 터널 및 지하공간, 암반사면, 기초 등을 빠르고 안전하게 굴착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와 기술이전 및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해외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획기적인 것은 인체와 환경에 유해할 수도 있는 시멘트를 대체할 친환경 건설재료 ‘바이오 쏘일(bio-soil)’에 대한 연구다. 이를 위해 조 교수와 연구진은 친환경 물질인 바이오폴리머(Biopolymer)를 이용한 신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폴리머는 생물이 생산하는 고분자물질로서, 다양한 식품 및 약품에 사용될 만큼 안전성이 매우 높다. 차세대 친환경 건설재료로 안성맞춤인 셈이다.
연구진은 흙과 바이오폴리머를 결합해 강도를 증진시키는 방법도 개발,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이는 실내 건축내장재(벽돌, 판넬, 황토집), 사면, 사막화 방지, 황톳길 포장, 제방, 기초보강, 차수그라우팅, 흙고화처리, 침식저감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전망이다.
조 교수와 연구진은 또 초음파, CT, MRI 검사 등이 인체 내부를 촬영해 검진하듯이, 탄성파 및 전자기파 탐사 등을 통해 땅속(흙, 암반)의 지반공학적 특성을 파악하는 스마트 지구물리탐사기법도 개발했다. 이는 지반함몰(싱크홀 등)과 같은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 등은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의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 지반공학 기술의 진보에 매진하고 있다. 조 교수는 “특히 동해 울릉분지에 매장되어 있는 메탄하이드레이트는 우리나라가 30년간 쓸 수 있는 규모의 에너지원”이라며 “다만 해수면 아래 2천 미터나 될 만큼 매우 깊은 퇴적지층에 있어 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추출해내는 기술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했다.

제자들에게 ‘인성’, ‘Something different + fun’ 강조
조 교수는 “모든 학생이나 제자들은 내 자식과 같다”고 했다. “‘청출어람’이라고 할까요. 모든 부모가 자신보다 자식이 더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죠. 그것처럼 모든 제자와 학생들이 나보다 뛰어난 인재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잘 되었을 때. 특히, 박사 출신 제자들이 세계의 유수대학에 교수로 임용되고 국내의 국책연구소에 자리 잡고 훌륭하게 활동할 때 그렇게 기쁠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자신의 연구실 출신 박사가 해외 대학 교원으로 간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현재 카이스트 지반시스템 연구실은 20여명의 내로라한 ‘브레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이끌고 있는 조 교수는 교육이나 연구의 공간에서 항상 ‘인성’을 갖추는 한편, ‘Something different + fun’의 정신을 강조하곤 한다. 이는 “남들이 할 수 있는 연구가 아닌 자신만의, 그리고 우리만의 연구로 자연과 문명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신념이다.
조 교수는 “현재 실험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뿐만 아니라 공동구 연구단에서 진행 중인 연구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들”이라고 자부했다. 특히 학문적·기술적으로 세계 최초인 ‘실대형 성능검증시설’은 세계시장을 선도할 만한 쾌거라고 한다.
“아직은 연구 초기 단계지만 그럴수록 관련 학계와 산업계, 정부의 관심과 성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공동구 연구단은 ‘국토의 혈관’을 연구”
조 교수는 공동구연구단에 대해 “한 마디로 ‘국토의 혈관’을 연구하고 있다”고 비유했다.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남들이 가지 않은,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연구자로서 실천해야 할 올바른 자세입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여건도 중요합니다.”
그는 특히 ‘행정간소화’와 연구단의 독립성 강화를 강조했다. 각종 감사나 복잡한 연구비 집행 등 불필요한 행정 절차가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를 해친다는 것이다. 행정으로 인해 소모되는 시간이 전체의 30%에 달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자를 마치 감시? 감독을 해야 할 잠재적 위법자로 간주해서는 안됩니다. 길거리에서 어쩌다 불시단속으로 위법자를 검거했다고 해서, 아예 상시단속을 해서는 안되는 이치와 마찬가지죠”
조 교수는 “정부 차원의 지속적 관심, 배려와 함께 연구자로서의 연구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해야만 다수의 훌륭한 연구자들이 배출되고, 국가 과학기술이 발전되며, 고부가가치 산업이 발달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교수는 앞으로도 구성원들과 함께 공동구 연구에 매진하고, 현재 진행 중인 연구·과제 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다. 건설 분야의 발전은 물론, 이를 통해 배출될 인재들이 세계 과학기술계를 리드하는 청사진을 나름대로 그리고 있다. 그래서 관련 산업계와 학계는 그의 연구로 인해 국내 과학기술이 새로운 지평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계춘 교수 약력>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 공학박사
국토교통부 공동구연구단, 연구단장 
카이스트 공동구(CUT)센터, 센터장
한림선도과학자 선정,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특허실적: 국제등록 1개(5개국), 국제출원 1개, 국내등록 11개, 국내출원 16개 

국제저널(SCI급) 80여편, 국내저널 30여편, 국제학회발표 190여편 

특허실적
국제등록 1개(5개국), 국제출원 1개, 국내등록 11개, 국내출원 16개  

기술이전 실적
워터젯 터널굴착 등 6건, 징수액: 4억2천5백 만원

주요 연구 분야
터널 및 지하공간 개발, 에너지 지반공학, 바이오 쏘일 등

박사 배출 실적
총 10명: 카이스트 교수, 인하대 교수, 호주 UNSW 교수, 한국전력연구원, HBC 대표,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