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 스님(구현선원)

“‘만다라’로 수행하며, 중생에게 불법을 전파”

30년 불교회화 매진…원색의 원형살려 ‘부처님의 법’ 화려하게 표출

‘만다라’는 우주 법계의 온갖 덕을 망라한 진수(眞髓)를 그림으로 나타낸 불화의 하나다. 30년 가량 불화를 그려온 도현 스님은 만다라의 대가다. 불교계는 물론, 세속의 대중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는 만다라의 명인으로서, 불교 회화의 정수를 펼쳐보이고 있다.  
정작 자신은 “불화는 무엇보다 수행의 도구로서 행하는 것”이라며 담백한 해석을 곁들인다. 기실 ‘만다라(범어로 Mandala)’는 진수 또는 본질이란 뜻이며, 접속어미 la는 ‘변한다’는 뜻이다. 본질을 얻는 것, 즉 부처님의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의 깨달음을 얻는 것이며, 이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네팔에서 처음 ‘만다라’ 접해
동국대 대학원 미술학과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한 스님은 지난 1998년 우연히 네팔 불화를 접하며 만다라와 인연을 맺었다. 체계적이고 섬세하게 불화의 기초부터 다지고자 갔던 네팔에서 진정한 만다라를 만났던 것이다. 
“그 찰나의 인연을 통해 만다라를 접하고, 그 안에서 불타의 진리와 깨달음을 보았다”는 스님은 “하얀 백지에 그려보는 붓질이 또 다른 수행의 방편이 되었다”고 당시의 감동을 되새겼다. 그곳 보타나트의 불탄사원 예술학교에서 꾸준히 정진을 거듭한 끝에 2006년엔 네팔 카두만두 나인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만다라는 무엇보다 부처님의 법에 어긋나지 않아야 합니다. 경전에 비춰봤을 때  (부처님의 법에 합당한) 의미를 갖고, 그 의미가 또한 정확해야 합니다.”

“불화는 번뇌와 수행에 대한 고백”
그런 점에서 그의 만다라는 곧 번뇌를 담아내는 그릇이자, 수행과 정진에 대한 자기 고백이다.
“아무 것도 없는 백지에 부처님 세계를 그릴 때마다 출가자의 초발심(初發心)을 생각했습니다. 출가할 때의 마음가짐이 가장 순수하고 열정적이죠. 그렇듯이 매번 하얀 백지를 대할 때마다 그 순수함과 열정을 잃지 않으려 했습니다.”
도현 스님은 “그런 면에서 비록 예술적 관점에선 부족할지언정 신심과 수행의 도는 넘쳐남이 느껴질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 세미한 선과 색과 표정 등을 통해 그대로 표출된다. 그 하나하나가 모두 정성을 담은 ‘의미’로 되살아나게 하는 것이다.
“특히 원색(원색깔)이 최대한 그 원형을 보존하면서 화려함을 추구한다고 할까요. 그 점이 제 작품의 차별화된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언뜻 봐도 여느 만다라 그림보다는 훨씬 화려합니다.”

‘불교 전파하는 만다라 수행자’ 
스님은 스스로에 대해 “불교를 전파하는 만다라의 수행자”라고 정의했다. 그런 정신을 바탕으로 만다라를 그릴때면 ‘부처님의 법’,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려고 심혈을 기울인다. 부처님 법을 유지하고, 정도를 가는 태도를 잃지 않는다.
그는 특히 “만다라를 통한 수행이나 포교를 행할 때 특히 중요한 점이 있다”고 했다. 숱한 중생들로 하여금 만다라를 통해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는 감동을 유발한다. 사바세계와 전혀 다른 모습을 그린 불화를 통해 신선한 충격과 궁금증을 유발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수행에 이르게 한다는 취지다. 
그래서 불제자로서 그의 철학이면서 작품이념 역시 ‘정도(正道)’다. 그에겐 ‘변화’나 ‘혁신’마저 그 범주에 속한다. 곧 “자기 본분을 잊지말고, (정도를 구하는) 본연의 모습을 찾는 것이 혁신”이라고 했다.

내년 8월 삼청동서 세 번째 ‘개인전’
그는 국내에서도 다수의 전시회를 통해 ‘만다라 정신’을 널리 알리고 있다. 지난 2010년과 2011년 한국불교미술협회 협회전에 참가했고, 2015년엔 제2회 개인전을 가졌다. 당시 개인전은 네팔 개인전에 이어 두 번째 열린 행사였다. 정작 본인은  “그림 하나하나를 그릴 때마다 깨달음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렸던 행사”라고 당시를 돌이켰다.
하지만 해주스님 등 불교계 인사들은 진심어린 격려와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만다라를 매개로 한 대중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이라고 평가하는가 하면, “도현 스님 스스로 진리와 본질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온 수행자로서, 자신에 대한 질문이자 답”이라고 경외감을 보였다. 심지어는 “불화를 통해 (불법과 수행에 대한) 절절한 호소”라고까지 극찬하기도 했다.
도현 스님은 내년 8월경 서울 삼청동에서 또 한 번의 전시회를 갖는다. “전시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간 얼마나 꾸준히 수행했나를 되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2015년 두 번째 개인전을 앞두고 “단순한 작품 발표가 아니라, 진리를 추구하는 수행자로서의 고백”이라고 했던 술회와도 맞닿는 대목이다.

만다라…‘일파자동만파수’의 도구
주변에서 도현스님에게 혹 “불화(만다라)를 왜 그렇게 열심히 그리나?”라고 묻기라도 한다면…. 그의 대답은 너무나 단호하고 명확하다. 
“일파자동만파수(一波自動萬波隨)입니다. 하나의 파도, 곧 울림이 점차 엄청난 파장을 몰고오는 겁니다. 지금 저의 노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화와 만다라에 매진하는 것은 우선 수행을 위한 절실한 방법 중 하나다. 또한 그런 노력은 자신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그 (수행의) 에너지가 장차 선행이 되어 널리 퍼짐으로써 불법이 실현되길 소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