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대권 강행군’을 이어가‘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정치 교체의 바람, 국민마음 얻을 수  있을까?

2017년 1월 12일 저녁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0년의 임기를 마치고 귀국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일성으로 “패권과 기득권은 안 된다”며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 정치권과 선을 긋고 ‘새 인물’임을 강조한 것이다. 10년 간의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 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기문 전 총장,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 아울러 그가 과연 대선에서 웃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편집부

2007년 1월 1일 첫 업무를 시작한 반기문 전 총장은 2011년 6월 21일 재선에 성공해 10년의 임기를 모두 마쳤다. 임기 동안 193개국 유엔회원국 가운데 157개국을 방문했다. 그가 다닌 거리는 480만 킬로미터로 지구 100바퀴에 해당한다고 유엔은 밝혔다. 그는 재임 기간 동안 총 3만 4564회의 일정을 소화했다. 하루 평균 10개였지만 유엔총회 기간에는 31개에 달한 날도 있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유엔에서의 10년을 마감하고 고국으로 귀환했다. 반 전 총장은 도착하자마자 대선 주자로서 국민 화합과 통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바로 공항철도를 이용해 일반 시민을 만났고 이후 현충원 참배와 고향 방문, 천안함 견학, 봉하마을과 팽목항을 잇따라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 갔다. 귀국 후 그의 행보는 청년과 서민, 소외계층과의 소통과 안보로 집약할 수 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4일 고향인 음성과 충주를 방문했다. 사실상 대선출정식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충청 대망론’에 대해 “(충청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충청도만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저는 대한민국 시민이고, 대한민국만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대표였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의 발언은 ‘충청 대망론’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반 전 총장은 개헌을 고리로 비박(비박근혜)·비문(비문재인)을 배제한 ‘제3지대 대통합론’의 핵심고리로 꼽혔다. 이같은 연대가 성사된다면 20년 전인 1997년 김대중-김종필의 ‘DJP 연합’의 새로운 버전이 될 것이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위한다는 전략이다. 대선 후보 지지율 1, 2위를 오르내리는 반 전 총장의 귀국은 본격적인 대선 정국의 막이 올랐음을 의미한다. 그의 행보에 대선 정국이 크게 요동치고 정치 지형도마저 바꿔 놓을 것이 분명하다.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 강조
반 전 총장의 귀국 메시지는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할 때”라는 말이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자리에서도 “노 대통령께서 정치를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가슴 깊이 남아 있다”며 다시 한 번 정치교체를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앞길에는 ‘꽃길’만 펼쳐지지 않았다. 대선 후보로서 자신의 도덕성과 정책을 혹독하게 검증받아야 하는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 현재의 정치 환경은 반 총장에게 유리하다.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이 분당해 4당 체제가 열리면서 보수와 진보의 틀이 흐릿해졌고, 촛불 민심과 탄핵 정국으로 새로운 리더십과 사회 변화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고, 국민의당 역시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영입에 적극적이다. 충청권 국회의원들과 ‘정치 낭인’으로 떠돌던 MB(이명박)계 인사들이 그에게 달려가고 있다. 그에게는 너무나 우호적인 정치 환경이 마련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주하지 말고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나가야 국민의 마음을 얻는다.   
그는 ‘완성된’ 정치인이 아니다. 평생 외교관 생활을 한 만큼 정치철학과 정책은 불분명하고,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국민들은 그의 구체적인 철학과 이념을 궁금해 하고 있다.  하루빨리 국가와 사회 현안에 대한 생각과 비전을 밝혀야 할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세계적인 안목과 풍부한 인맥으로 외교를 비롯한 정치적 난제 해결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호의적인 반응이 있다. 그러나 국가 지도자로서 대한민국을 이끌 철학이 충분한지 검증받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반 전 총장에 대한 검증은 꼭 필요하다. 

위기 상황 타계할 정책 대안 마련해야 
그의 귀국은 한국이 처해 있는 대내외적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 핵 문제와 함께 불거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THAAD)문제와 위안부 소녀상 등으로 인해 경색된 한중일 관계 그리고 오는 새롭게 출범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 등 국가컨트롤타워 부재 속에 고립무원에 빠져 있다. 반 전 총장의 외교적 조언과 역량 발휘가 요구된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지도자를 지낸 반 전 총장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은 이 시대의 역사적 소명이다. 
반 전 총장은 입국 기자회견에서 “나라는 갈갈이 찢어지고, 경제는 어렵고 사회는 부조리로 얼룩졌다”고 말했다. 지금 국민은 그에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 정신’을 구체화할 수 있는 비전과 실행 능력을 요구한다. 국민들은 한국이 놓인 총체적 난국을 돌파할 의지와 능력을 기대한다. 또한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바라고 있다.  그는 귀국길에서 ‘포용적 리더십, 우리 사회의 통합과 안정’을 밝혔다. 또한 이번 반 전 총장의 귀환으로 소통과 화합 정치의 새바람이 불어오길 소망한다. 그가 말한 것을 행동으로 입증해 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