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나의 인생이다 
오방색으로 동양정신 담은 작가  
청계 양태석 화백

한국화가로서의 면모를 지녀온 청계 양태석, 그는 인간이 지닌 본성과 행복에 대한 열망을 찾아 이것을 현대적인 조형미학으로 꽃피워 낸 작가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작업을 해온 청계 양태석 작가는 한국인의 행복 요소와 본질을 ‘수복강녕(壽福康寧)의 관념에서 형상화 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를 만나 그가 추구하는 작품 세계를 들어보았다.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고, 그림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림을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청계 양태석은 그림에 인생을 걸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는 화(畵)업을 자신의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70년대에 한 달간 그린 그림이 도전에 특선되었고 1년여 천신만고 끝에 출품한 그림이 국전에서 특선을 받았다. 이것으로 그의 화가 인생이 굳어졌다.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그는 예술을 만들어내는 고통을 느꼈지만, 그 고통마저도 행복했다. 그림을 그리며 그는 행복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림은 농사와도 같아. 완성하면 수확의 기쁨 
그는 그림을 그리면 즐거워지고 완성하면 그저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니 큰 욕심이 없다. 사람은 자기 본성에 맞는 직업을 만나면 행복하다. 고된 일을 하면서도 즐겁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그는 자신의 천직을 일찍 알고 그 천직을 묵묵히 걸어간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다. 청계에게 있어 그림은 농사다. 그는 농사를 짓는 기분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림의 완성은 농사의 수확과 같다. 
그는 어느 날 48년 전에 그가 그린 그림을 찾았다고 한다. 창호지에 학생용 물감으로 그린 화조였다. 미숙했지만 어린 시절 그렸던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순수했던 열정으로만 그렸던 작품이기도 하고 그의 가장 오래된 작품이라 더욱 소중했다. 
그는 얼마 전부터 장수, 부귀, 행복, 사랑 등을 주제로 십장생, 물고기, 연, 소와, 가옥 등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오방색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며 진채를 쓴다.

생명의 이미지를 표현하다 
그는 음양오행 사상을 근거로 하는 오방색을 채택해 전통회화로서의 명맥을 이어가고자 한다. 물론 조형적인 해석에서는 서구적인 방법을 부분적으로 차용한다. 그렇지만 작품의 전체적인 윤곽은 분명히 오방색 개념을 중심에 두는 동양사상 및 철학을 수용한다. 서양의 아크릴을 사용하지만 서양의 회화와는 확연히 다르다. 서구 회화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색채 배열 방식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이렇게 말한다. 
“삼원색을 중심으로 한 색채 배열은 독특한 한국적인 정서의 발로다. 형태를 단순화하고 평면에 가까운 굵은 단선 화법으로 형태를 묘사하는 것은 단청 기법과 유사하다. 원근법이나 명암기법을 배체한 지극히 간결한 평면적인 화법이야말로 단청 특유의 기법이다. 한마디로 군더더기 없는 단순명쾌한 조형적인 해석이다.” 

한국화의 정체성을 잊지 않되 그 안에 인류의 보편적인 의식을 담아 세계인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가 아닐까? 관습적이고 진부한 형태미와 고정관념을 버리고 간단명료하면서도 생명의 이미지로 자연스런 조형세계를 구현해 낸 청계 양태석. 마음속에서 흘러넘치는 물결 같은 미학세계를 보여준 그가 탐구하고 얻어낸 깨달음의 미학은 삶에 대한 성찰이자, 생명과 희망에 대한 긍정의 기원이었다. 

청계 양태석에게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물었다. 그는 말한다. “지난 세월은 길고 남은 세월은 짧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 이제 고희를 맞으니 세월의 무상함도 느낍니다. 남은 인생, 이기(利己)를 버리고 남을 배려하는 삶을 살면서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물론 마지막 순간까지 붓을 놓지 않을 겁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청계에게 있어 그림은 그를 지탱해온 힘이자 행복의 근원이었다. 앞으로도 그림은 그에게 운명이다.  

양태석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