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사례 

문 : 저는 현재 전세로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임대기간이 1년 넘게 나았고, 몇 달 전에 집주인이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매도하려고 부동산중개소에 내놓았는데 아직까지 팔리지는 않았습니다. 부동산을 통해 저에게 연락이 왔는데, 임대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세금을 미납한 상태라 곧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갈 것 같다며 저희가 급매가격에 매수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합니다.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면 임대차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할 것 같아서 매수를 하려고 고민하고 있는데, 주위에서는 사해행위취소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면서 매수하지 말라고 합니다. 제가 임대인의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궁금합니다. 

답 : 사해행위취소소송은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유형의 소송은 아니지만, 사해행위취소소송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거래를 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 중 하나입니다. 

  민법 제406조 제1항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위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한 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 당시에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해행위취소소송’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처분 행위를 사해행위라는 이유로 취소하고 법률관계를 원상회복시켜 권리를 보전하기 위한 소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해행위의 유형에 해당합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하여‘채무자가 그 채무 있음을 알면서 자기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행위로 그 매각이 일부 채권자에 대한 정당한 변제에 충당하기 위하여 상당한 매각으로 이루어졌다던가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항상 채권자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된다고 볼 것이므로 채무자의 사해의 의사는 추정되는 것이고 이를 매수한 수익자가 악의 없었다는 입증책임은 그 수익자 자신에게 있다(대법원 1966.10.4.선고 66다1535판결 참조)’는 입장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채무자가 자기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되지만, 그 부동산의 매각 목적이 채무의 변제 또는 변제자력을 얻기 위한 것이고, 그 대금이 부당한 헐값이 아니며, 실제 이를 채권자에 대한 변제에 사용하거나 변제자력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일부 채권자와 통모하여 다른 채권자를 해할 의사를 가지고 변제를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대법원이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83992 판결 참조),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와 부동산거래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채무자가 어떠한 의사를 가지고 부동산거래를 하는지 사전에 알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사해행위취소소송에 있어서 채무자가 악의라는 점에 대하여는 그 취소를 주장하는 채권자에게 입증책임이 있으나, 수익자 또는 전득자가 선의라는 점에 관하여는 입증책임이 채권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수익자 또는 전득자 자신이 선의라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으므로(대법원 1997. 5. 23. 선고 95다51908 판결 참조), 귀하가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임대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채권자가 이를 문제 삼아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할 경우 귀하는 자신이 선의라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러나 귀하는 이미 부동산중개소를 통하여 임대인이 세금을 미납한 상태여서 경매가 곧 개시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들었으므로, 소송에서 귀하가 선의라는 사실을 인정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임대인이 급매로 아파트를 팔겠다고 하더라도, 귀하가 임대인으로부터 아파트를 매수한 후 사해행위취소소송이 제기되는 경우에는 귀하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본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