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JK서울안과의 조형석 원장입니다>

녹내장에 대한 몇 가지 오해

6년 전쯤 평소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 필자도 주말 저녁마다 열심히 챙겨보던 드라마가 있었는데, 배우 김현주와 이유리가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쳤던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MBC 주말드라마였습니다. <병원의 실수로 뒤바뀐 인생을 살게 된 두 여자의 인생역전을 그린 드라마>라는 약간은 막장스러운 내용의 드라마였는데, 극 중 두 여자의 엄마 역할을 맡은 고두심씨가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전개가 있었습니다. 드라마를 집중해서 보다가도 고두심씨의 열연과는 별개로 멀쩡하던 사람이 느닷없이 “안보여~안보여~”하며 더듬거리는 상황에 실소를 흘리곤 했는데,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안과의사인 필자가 보기에는 약간은 억지스러운 설정이었던 까닭이었습니다. 이유인즉슨 녹내장은 드라마에서처럼 그려지듯이 갑자기 시력을 상실하는 질병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시야가 좁아지면서 시력이 떨어지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유독 드라마에서는 녹내장을 걸리면 무조건 실명하는 질환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진료실에서 대면하는 환자들 역시 녹내장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그 오해들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녹내장은 무조건 실명하는 병인가요??
녹내장이 무서운 이유는 걸리면 무조건 실명하는 병이기 때문이 아니라 천천히 시야가 좁아지는 병이다 보니 초기에는 전혀 인지를 못하고 있다가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된 다음에 병원에 내원하여 진단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개의 경우 시신경이 3/4 이상 손상되지 않으면 시력장애나 시야장애가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초기에는 모르고 지내다가 이미 진행이 많이 된 경우나 치료가 힘든 상태에서 내원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막연히 “무서운 병” 또는 “걸리면 실명하는 병”이라는 오해를 받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한번 손상받은 시신경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은 아직 현대의학으로도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녹내장에 대한 치료 약제 및 진단 방법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녹내장을 조기에 진단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만 할 수 있다면 남은 일생을 큰 불편없이 지낼 수 있으며 (물론 안약을 평생 사용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따르겠지만), 특수한 상황 외에는 실명에 대한 위험에서는 거의 벗어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녹내장을 얼마나 조기에 발견할 수 있냐는 것인데, 자각 증상이 없더라도 40대 이상에서는 적어도 2년에 한번씩은 정기검사를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요새는 대부분의 종합건강검진 프로그램에 시신경을 확인할 수 있는 안저검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안과에 내원하시기 힘들다면 종합검진을 매년 시행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녹내장 가족력이 있거나, 고도 근시가 있으신 분들 그리고 고혈압과 같은 심혈관계 질병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1년에 한번씩 안과 검사를 해보아야 녹내장에 대한 조기 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안압이 높다는데 녹내장인가요??
녹내장의 의학적인 정의는 눈의 압력, 즉 안압이 상승하여 시신경이 손상을 입게 되고 시야 결손이 일어나는 질환입니다. 외래를 보다 보면 종합검진이나 다른 안과에서 안압이 높다는 판정을 받은 후 걱정을 가득 안고 내원하시는 환자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 분들은 안압이 높으니 녹내장이라는 생각을 당연히 가질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안압이 높다고 해서 다 녹내장은 아닙니다. 안압은 높지만, 시신경이나 시야에 이상이 없는 경우를 고안압증이라고 따로 분류를 하게 됩니다. 실제 고안압증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이 5년 이내에 녹내장이 발생할 확률은 약 10% 정도로 고안압이 녹내장의 중요한 위험인자이긴 하지만, 녹내장을 일으키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안압이 정상이면 녹내장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안압은 정상이지만 시신경과 시야 손상이 있는 경우를 정상안압녹내장이라고 합니다. 이런 형태의 녹내장은 서양과는 달리 한국이나 일본 등 동아시아 민족들에게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녹내장으로 한국의 경우 전체 80% 이상의 환자들이 이러한 정상안압녹내장입니다. 따라서, 안압이 정상이더라도 녹내장의 위험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안압은 녹내장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안압이 높다고 녹내장이 생길까봐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안압이 정상이라 하더라도 녹내장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앞서 얘기한대로 어떤 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녹내장은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한 질환입니다. 안과 전문의에게서 적절한 장비를 사용하여 녹내장을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하게 치료한다면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은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본인의 몸과 건강 그리고 가족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가까운 안과에 내원하여 녹내장 검사를 받아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