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덕목 겸손, 그러나 실천하기에는 어려운 겸손
조선대학교 공과대학 기계시스템·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  유 영태 

 우리가 성장하면서 한 두 번쯤 들어본 말이 있다. 그것은 매사에 겸손하게 생활해라는 말이다. 겸손해야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겸손하면 친구가 생기지만 경솔하거나 거만하면 적이 생긴다. 살면서 치명적인 것은 적을 만드는 경우이다. 보약을 100번 먹어도 독약을 한번 먹으면 생명이 끝난다. 겸손하지 못하여 독약 만들어 옆에 두면 생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겸손 하라는 말을 자주 듣기도 한다. 
  사람은 서로 도와 받쳐 주어야 일어 설 수 있다. 그래서 사람 인(人)이라는 글자는 서로 떠 받쳐 주는 꼴을 하고 있다. 겸손하게 사는 사람들이 서로 떠 받쳐 준다.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겸손하게 생활하라고 권면하는 이유는 겸손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개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다른 사람을 업신여길 수 있다. 업신여김을 당한 사람은 상대방을 건방지다거나 교만하다면서 등을 돌리기 쉽다. 그러는 과정에 적은 아니지만 적어도 친구로 남아있지 않고 곁을 떠날 수도 있다. 그러면 서로 떠 받쳐 주지 못하기 때문에 주저앉게 되는 경우가 발생 할 수 있다.    
  대화하는 도중에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란 걸 인정받고 싶은 생각에 자랑하는 경우가 있다. 자랑을 자주하는 사람을 겸손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자랑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지만, 마음에 열등의식을 자극시킬 수 있어 자랑하는 말을 듣기 싫어하기도 한다. 사실 자랑 할 만 한 일이 많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자랑거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자랑거리 속에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어야 자랑할 만한 일이다. 말하는 사람 개인에게만 국한 된 일을 말한다면 그것은 쓸모없는 말이 된다. 개개인 모두가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기 때문에 잘하는 것을 자랑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겸손하기가 어렵다.   
 대게 사람들이 근사한 일은 증거가 분명한데도 잘 믿으려 하지 않고, 잘 못한 일이나 험담은 증거가 분명하지도 않는 데도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 남이 한 선행은 부럽지만 그 일을 하려면 힘 드는 일이고, 남이 잘 못하는 일은 내가 하지 않으면 비난을 받지 않기 때문에 쉬운 일이라 거부감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커다란 공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자랑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여 적대감을 만들 수 있다. 듣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자랑하면 겸손하지 못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대개 사람들은 잘한 일은 자랑하려고 하고 부끄러운 일은 감추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부끄러운 일은 감추려 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지만, 자랑하고 싶은 것을 참는 데는 의지가 필요하다. 사소한 일을 시시콜콜 자랑 하면 사람들은 말한다. 겸손해져라고. 너 잘난 줄 잘 아니까 겸손해져라는 이야기를 한다. 듣기 싫다는 말이다. 자랑은 자기중심적으로 하는 말이기 때문에 듣는 사람에게 거부감이 발생한다. 그래서 듣기 싫다는 말을 겸손해라 고 둘러서 말한다. 
 대게 겸손은 자신을 낮추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겸손하라는 말은 자신을 낮추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어떤 의미에서는 비굴하게 행동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 때도 있다. 윗사람에게 겸손해지기는 쉽다. 사실 윗사람에게 겸손한 것은 순종으로 보일 수 있다. 고분고분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랫사람에게 겸손 하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아랫사람에게 고분고분 순종하면 겸손해지는 것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겸손의 진정한 의미는 무얼까?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겸손해 질 수 있는 것인가? 이것도 아니다. 겸손은 그런 뜻에서 생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겸손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어른이라고 할지라도 어린아이 눈높이에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그 생각을 존중하는 자세가 겸손이다.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상대방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존중하는 것이 겸손의 시작이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너도 충분히 칭찬받을 만큼 잘 났다고 존중하는 자세가 겸손이다. 그래서 겸손은 스스로 몸을 낮추는 것이 겸손이 아니라 상대방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 겸손이다.  
 자랑하고 싶은 것을 억누르는 것이 어려운 만큼, 아는 것을 모른는 것처럼 조용히 기다리는 것도 어렵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이것저것 아는 것처럼 떠벌리는 사람에게 겸손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가진 것이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나 아는 것이 없어 아무 말도 못하는 사람을 겸손하다고 말 하지 않는다. 잘하는 것이 많아 자랑거리가 많은 사람, 지식이 많아 아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꼭 필요할 때를 헤아려 말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겸손이 어렵다.  
 세상을 구하는 큰 공을 세웠다 할지라도 자랑을 하는 순간 그 공은 공중으로 사라질 수 있다. 겸손하지 못하면 세상을 존중하지 못한다고 생각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꽃 향기는 스스로 자랑하지 않아도 은은하게 향기를 내 뿜는다. 겸손에서 나오는 인격도 꽃 향기와 같아서 자랑하지 않아도 은은하게 온 누리에 퍼져 나간다. 겸손은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다. 비록 생각이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존중하는 마음이 겸손한 자세이다. 다양성이 높아지는 우리 사회에서 서로 존중하는 폭넓은 사람이 많이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