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음범패 수행 통해 참된 불교 실천”

(사)동희범음회  동희 이사장

         
(사)동희범음회(東熙梵音會) 동희(東熙)스님이 소리와 작법을 통해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범음범패 수행을 묵묵히 정진하고 있다. 불교의 정신을 전하고 수행의 함양을 위해 탄생한 범음범패는 불교음악의 일종으로 경전의 글귀나 게송에 곡조를 붙여 부처님의 공덕을 기리는 찬가로 알려져 있다.
이 시대 최고의 어장이자 타고난 범패승으로 알려져 있으며 불교 역사상 비구니 최초로 영산재(靈山齋) 이수자가 된 동희스님은 1975년 세검정 옥천범음대학에서 범패강의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중요무형문화재 50호 영산재보존회 부설 범음대학, 국립국악원, 동덕여대, 동국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대학교, 중요무형문화재 126호 진관사 수륙재도량 부설 수륙재학교 출강 등을 통해 범패와 작법을 지도해 왔다. 특히, 스님은 2005년 사단법인 동희범음회를 설립하며 부처님의 범음을 전하고 제자들을 배출하는데 더욱 더 매진해 왔다. 
6세(1945년생)에 불교에 득도(得度)하여 70여 평생토록 오직 불법을 찬탄하고 민중을 어루만지는 범패(梵唄; 불교음악)와 작법(作法; 불교무용)을 통해서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프랑스, 호주, 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범음(梵音)의 나래를 펼쳐온 동희스님을 만나 동희범음회의 특징과 소개 그리고 수행철학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종교문화외교사절로서의 역할 톡톡
“저는 춤꾼도 아니며 염불을 노래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저 염불을 하는 이로써 수행에 전념하고자 노력할 뿐입니다.” 라고 말문을 여는 스님은 웃는 얼굴로 기자를 맞았다. 처음본 순간 낡은 승복에 행건을 차고 가지런히 합장하며 당신이 먼저 시린 바닥에 몸을 낮추는 모습속에 경건함속에 남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조계종 스님이자 비구니 스님으로 최초로 영산재 이수자인 스님은 중요무형문화재 50호 영산재 보유자인 송암스님의 제자로 참된 가르침을 사사받았다. “말없는 몸짓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 바로 범패입니다. 스승이셨던 송암스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범패를 하지 않더라도 범성이 전해지는 날까지 수행정진해 볼 생각입니다.” 1950년 출가하여 12세에 처음 송암스님을 만나 범패에 눈을 뜬 스님은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힘들게 가르침을 받고 동희스님은 22년 전 송암스님을 위한 특별한 공연을 준비했었다고 회고했다. 은사스님께 배운 것을 선보이며 공연장에서 준비한 공연이었다. 하지만 스승은 크게 나무랐다고 한다. “어디 부처님께 올리는 신성한 의식을 공연장에서 올리느냐고 크게 야단치신 것. 지금은 영산재가 불교문화의 한 축으로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무대이지만 당시만 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동희스님의 정성과 노력에 감동을 받은 스승은 잘했다며 칭찬을 하셨다고 한다. 이렇게 국내 최고의 영산재 보유자인 송암스님에게 인정을 받은 동희 스님의 범패는 그야말로 정석 그대로였다. 그 가르침을 이제는 제자스님들에게 전하고 부처님의 뜻을 실천하고자 (사)동희범음회를 설립한 동희스님은 해마다 100명의 제자스님을 배출하며 종교문화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범패는 종교와 문화적으로 뛰어난 유산
범패의 음악적인 요소를 말할 경우 범음범패(梵音梵唄)라 일컬으며 예수재(豫修齋), 수륙재(水陸齋), 영산재(靈山齋) 등 대규모로 봉행되는 불교의식에서 부르는 노래로서 안채비승이 부르는 안채비소리, 겉채비승이 부르는 홋소리와 짓소리, 회심곡, 백발가, 몽환가 등의 사설을 붙여서 부르는 화청(和請) 등의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또 무용적인 요소인 작법(나비무, 바라무, 법고무), 기악적인 요소(목탁, 요령 등의 소사물 및 범종, 법고 등의 대사물, 태평소 등의 관현악 반주)를 포함해서 통칭, 범패라고 하고 짓소리 한 분야만을 범음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여기에 불교무용인 작법(作法)은 한국무용과는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하는데 눈길이 들어온다. 한국무용이 우리나라 고유한 한을 담은 몸짓으로 출발한 반면, 불교무용은 순간의 몰입과 지혜의 신체적인 표현으로 무아의 세계를 향해 다가가는 의식이라는 것. 동희스님은 범패는 물론이고 작법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경지를 개척한 범패승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님의 경력에서 고스란히 나타나듯이 국내 예술분야 최고, 최대를 구가하는 공연과 단체들이 동희스님의 작법을 주목한 것은 그 좋은 예라고 할 것이다. 
     
홋소리는 비교적 짧은 노래로 구성되어 구성지고 청아하게 부르는 것이 특징이며 짓소리는 합창형식의 대곡으로 장엄한 느낌이 있는 노래로서 영산재, 수륙재 등의 대형의식에서 대부분의 음악적인 비중을 담당한다. 이 때 겉채비는 대부분 당(堂)의 바깥에서 이루어지므로 겉채비라고 부른다. 안채비는 보통 당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안채비라고 부른다. 착어(着語), 유치(由致), 편게(片偈), 게탁(偈鐸) 등의 네 가지 창법이 있는데 대부분 아정(雅正)한 목소리로 불법의 요지(要旨)를 설파하여 이승과 저승을 교화하고 천도(薦導)하는 기능을 한다. 화청은 대중에게 친숙한 민속적인 토리에 우리말 사설을 넣어 부르는 노래로써 징과 북으로 장단을 넣어서 부르며 그 내용은 대개 생로병사, 권선징악, 인과응보, 발심수행, 극락왕생 등의 개몽적인 사설이다. 범패는 악보가 없이 구전되는 것이기에 그 소리가 뼈에 박히도록 부단히 새겨야만 원형의 음률과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그렇기에 범패승은 가사가 되는 경문(經文)을 익숙히 외워야하며 자세 또한 흐트러짐이 없어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신라의 진감국사(774-850)에 의해서 크게 선양되었다고 전하는 범패(830, 신라 흥덕왕 5년)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노래하며 불교의 공덕을 마음에 새김으로서 인간의 심성을 함양하는 영성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범패는 그 심오한 예술성으로 인해 전통음악사에서는 가곡, 판소리와 함께 한국의 3대 성악(聲樂)으로 평가되는 한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2009년 9월 30일, 중요무형문화재 50호 영산재)되어 한국을 넘어 지구촌의 정신문화유산으로 그 높은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제자들과 함께 대작 공연 기획할 것
현재 동희스님은 다양한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오고 있다. 동희범음회 이사장과 더불어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의, 매주 수요일 진관사 수륙재학교 강의 외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틈틈이 염불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 사단법인 동희범음회에 대해 소개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스님은 범패의 연구와 전승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으로서 대부분 조계종스님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어느 스님이 오더라도 하나하나 제대로 가르침을 전하고자 합니다. 부처님의 은덕에 보답하고 전해주는데 그 배움의 목표가 있는 것이지요.” 문화재청의 주도로 국외활동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는 스님은 가보지 않은 나라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국가에서 문화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가는 곳마다 현지인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으며, 몽골의 오페라 극장에서는 개관 이래 처음으로 관객들이 꽉 들어찰 정도로 인기와 성원이 뜨거웠다고 한다.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에서 공연 역시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찼으며 그 외 기독교, 천주교의 역사적인 성당은 물론 미국 명문의 대학캠퍼스(하버드, 프린스턴, 콜롬비아, UCLA 등) 다양한 장소에서 공연을 펼쳐왔다. “20년 넘게 해외에서 부처님의 법을 전하고 염불을 통해 수행한 것이 가장 기억남고 보람이 큽니다. 연간 4~5회 해외공연을 하는 바쁜 일정이었지만 아주 즐겁게 공연했던 기억이 남습니다. 국내에서도 큰 작품들을 올렸는데, 총 정리 차원에서 다시 한번 많은 제자들과 함께 대작을 기획해볼 생각입니다.” 이러한 작품활동들이 고스란히 자료가 되고 제자스님들의 중요한 교본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는 스님은 앞으로도 범패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데 주력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저의 앞으로 남은 소원은 보다 많은 이들과 함께 불교문화를 나누고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문화는 함께 나누고 소통하며 공유해야합니다. 그래야 발전하고 도약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함께 새기며 염불을 실천하는 삶을 마지막까지 살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합장하는 스님의 모습에서 솔선수범과 언행일치라는 글귀가 절로 떠올랐다. 

동희 스님은 청량사(대한불교조계종 직할교구) 상길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13세에 영산재 초대 보유자인 송암스님 문하에서 수학했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50호 영산재 전수교육조교, 조계종성보위원(무형분과), 사단법인 동희범음회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진관사 수륙재학교, 청량사와 범음회 등에서 영산재, 수륙재 등 불교의식 속에 깃들어 있는 불교음악, 불교무용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