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연재기획(34) 풍수지리 정일균 선생

풍수지리 그 증험적 진실을 밝힌다.
증험사례지로 떠나는 풍수기행 17

조지훈 시인의 근영

시인 조지훈(趙芝薰)의 生家
조지훈 시인의 生家는 경상북도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주실 마을에 자리잡고 있다.
필자는 오래전 부터 조지훈의 생가 마을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 마을에서 16명의 박사와 더불어 조지훈시인을 비롯 조씨 인문학 3인방등 걸출한 인물들이 배출된 까닭을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밝혀보고자 하는 성취동기가 강해였을 것이다.
조지훈은 그의 詩 ‘승무(僧舞)’를 통해 사춘기 시절부터 필자의 마음깊은 곳에 간직된 인상깊었던 신인이라서 이번 여정은 더 큰 의미를 두었는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조용헌이 쓴「오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첫머리에 소개된 ‘시인 조지훈의 종택’으로 인해 이번 간산기행의 설레임을 더욱 들쑤셨을 것이다.
주실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경북 봉화쪽에서 청량산을 끼고 돌아 들어가는 길과 안동에서 영덕쪽으로 가다가 영양으로 접어들어 주실로 가는 두가지 코스가 있다. 
필자와 일행은 청량산 쪽으로 들어가는 길을 선택해야 했다.
왜냐하면 주실마을에 가기에 앞서 안동시와 청송 일원에 소재한 승지와 명터를 돌아보는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안동시 은혜리의 퇴계 이황의 생가와 그의 산소를 보고, 하회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 보는 부용대의 간산을 비롯 청송심씨고택과 그 시조묘, 풍산홍씨 시조묘를 거쳐 농암 이현보의 주거지를 심찰한 다음 이육사의 문학관을 두루 살피는 일정은 풍수 뿐 아니라 역사와 위인들의 족적을 되새겨 보는 감동과 추억의 여정이였다.

조지훈의 생가 호은종택 앞에선 필자

청량산(淸凉山 )의 영기(靈氣)에 취하다.
청량산을 돌아가는 길은 사뭇 장엄하기까지 했다.
청량산은 주실마을의 조종산(祖宗山)인 일월산(日月山)에 그 뿌리를 두고 발달한 해 발 870m의 명산이다.
퇴계 이황이 청량산을 예찬하면서 항상 흠모하며 수도처로 삼았을 만큼 그 영기(靈氣)가 대단하다. 낙동강 상류가 휘감아 흐르며 기암절벽과 조화의 극치를 이룬다. 굽이굽이 휘감아가는 코스는 참으로 인상 깊었다.
옛 선현의 인품과 고려공민왕의 애환이  서리어 있는 청량산의 기암 절벽은 그냥 바라만 보아도 서기어린 땅기운을 느끼게 한다. 청량산의 층층바위에서 발산되는 기백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차창밖으로 코를 내밀어 본다.
가슴팍에 스며드는 청아한 바람이 홍진에 흐려진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씻어내어 준다. 필자와 일행은 더 없는 행복감에 젖어들면서「풍수지리, 정말 잘 선택한 거야!」한껏 취해보는 노후의 자족감이다.
청량산 자락이 끝나고 낮으막한 재를 넘으니 산중의 들녘이 전개된다 거기가 바로 이번 간산의 마무리 일정이 기다리는 주실마을의 권역이다.

일월산(日月山)의 정기가 살포시 내려앉은 주실마을
주실마을의 명당터를 있게한 본원은 수고(秀高)하게 특립(特立)한 일월산이다.
멀리서도 알아볼 만큼 일월산의 자태는 웅장하다. 주위의 군봉(群峰)들을 소솔하며 하늘 높이 치솟아 있다.
해발1219m의 높이다. 낙동정맥에서 분지하여 행룡해 오다가 웅봉(雄峰)으로 솟구쳐 봉화군과 영양군 일대를 카버하는 태조산(太祖山)으로 자리매김한다. 태조산 답게 3개의 대간룡을 잉태하여 도출시키므로서  조종산(祖宗山)의 몫을 다하고 있다.
한 자락 대간룡(大幹龍)은 북쪽으로 뻗어서 장군봉을 치켜세우고, 또 다른 대간룡은 서북쪽으로 발달하여 청량산을 일으킨다. 그리고 한 자락의 대간룡은 주실마을의 안산이 되는 홍림산을 일으켜 세우며 남쪽으로 뻗어 내린다. 바로 이 대간룡이 중간에 다시 분행(分行)하여 주실마을로 뻗어 내린다. 홍림산으로 내려보낸 대간룡에서 분지(分枝)된 용맥이니 소간룡(小幹龍)의 규모에 해당된다.
일월산으로 부터 주실마을까지의 용맥은 약14km를 내룡(來龍)하고서는 마을 뒷산인 현무봉(玄武峰)을 낮으막하게 앉히고 작혈(作穴)을 위한 박환(博換)의 행도(行度)에 임한다. 필자의 사견이지만 일월산에서 주실마을까지 뻗어내린 산맥의 흐름은 주룡(主龍)의 요건을 갖추었으나 좌우회룡위이의 행룡을 크게 거듭하지 않아서 천하대지(天下大地)의 반열에 드는 3胎(태)~4胎(태)교혈(交穴)이 형성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조지훈의 生家 호은종택(壺隱宗宅)은 건해(乾亥)→임자(壬子)→간인(艮寅)→인입혈(寅入穴)의 대지명당
언제나 처럼 호은종택의 진혈여부를 가리기 위한 필자의 간산은, 현무봉에서 발달해서 터까지 이어진 맥을 나경4층으로 측정하는데 핵심을 두고 추진되었다.
땅기운은 맥을 따라 흐르다가 그 이법적요건이 충족되는 지점에 이르러 응결?승기 된다는 청오경(靑烏經)의 인형찰기(因形察氣)원리와 교구통맥재혈법의 진리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현무봉(마을뒷산)의 제1봉에서 좌편맥으로 흐르다가 30도를 꺾어돌아 내려온 맥이 다시60도로 회두하고는 7.5?꺾여서 내려앉듯이  명당터를 짓는 자리는 분명 건해(서북→동남), 임자(북→남), 간인(동북→남서)으로 교구통맥을 형성한 진혈 자리였다.
그런데 확인된 명당자리는 공터로 되어 있고 행랑채인 듯이 보는 가옥은 그 진혈의 윤곽에서 벗어나고 있어 놀라웠다.
난감한 심정이였다. 지금까지 명인(名人)들의 생가터는 교구통맥재혈법에서 벗어나지 않은 점에 비추어 의외의 사례로 남아서 재혈법의 또 다른 이법을 탐구,구명해야 할 과제 앞에 놓인 셈이었다.
그러나 그 과제는 최근에 말끔히 해소되었다. 그 공터에 가옥을 지어 복원된 건물이 바로 조지훈 생가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재혈도>에 명시된 가옥은 근래에 복원건축된 조지훈 생가이다.
주실마을의 집터는 크게 두 유형의 재혈로분류된다. 그것은 현무봉에서 터까지 뻗어내린 박환(博換)의 용맥이 좌선(左旋:시계바늘 방향)과 우선(右旋:시계바늘 반대 방향)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산도>에 적시된 바와 같이 우선작혈(作穴)의 터는 옥천고택 방면의 터이고 좌선작혈의 터는 호은종택의 터로 나누어 자리잡고 있다. 두 유형의 터기운에 따라서 인물의 성격과 진로도 특징있게 달리 형성되고 있음을 많은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주실마을의 명터 기운을 받아 배출된 인물들의 진로와 성격특징을 가려보는 것도 매우 흥미있는 풍수지리학의 한 부분이지만 이번 간산기행에서는 제외될 수밖에 없다. 핵심과제는 조지훈시인의 생가터를 심찰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호은종택의 소점에 얽힌 설화
호은종택은 이름 그대로 호은(壺隱) 조전(趙全)이 그의 아들 조형(趙珩)과 함께 조선 인조7년(1629년)에 낙향하여 건축한 주실마을의 한양조씨 종택이다.
조전은 선조9년 1576년 경북 영양읍 하원리 태생으로 주실(注谷)에 새터를 잡아 한양조씨 주실 종가를 이룬 선비였다.
곽재우 의병장과 창의(倡義)하여 왜병퇴치의 공을 세우기도 한 조전(趙全)은 주실마을 개촌(開村)역사에 크게 두가지의 흥미로운 실제 설화를 남겼다.
그 첫번째가 매를 날려서 호은종택터를 잡았다는 사실이다.
「조씨 집안에서 내려오는 구전에 의하면 이터를 잡을 때의 일화가 흥미롭다.」

매를 날려 명당잡은 호은종택
호은공이 매방산에 올라가 매를 날려 매가날아가다가 앉은 자리에 터를 잡았다는 일화이다.
매방산은 높이100여 미터 정도의 야트막한 산으로서, 주실에 맺힌 세개의 봉우리 중 맨오른쪽에(산을 향해 보아) 해당되는 세 번째 봉우리 이름이다.
이때의 매는 아마도 꿩사냥으로 기르던 보라매로 생각되는데 이 매가 앉은 지점은 흥미롭게도 물기가 질컥질컥 배어있는 늪지대였다고 한다. 호은종택은 원래 늪지대였던 것이다. 늪을 메워 집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조용헌, ‘명문가 이야기’ 2005, 푸른역사 p28 참고)
불가(佛家)에서 절터를 잡을 때 고승들이 오리를 날려 그 오리가 착지하는 집터를 잡은 경우가 있다.
전설에 따르면, 전남 순천 송광사를 지을 때 고려의 보조국사가 오리를 날려 터를 잡았다고 하고, 조선 중기 많은 신통을 나타냈다고 전하는 진묵대사도 나무로 만든 오리를 날려 절터를 잡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남원 양씨(楊氏)를 오늘에 이르게한 이씨 부인도 순창 구미리에 새터를 잡을 때 기러기를 날려보내 앉은 자리에 양씨 택지를 정했던 설화를 증명하듯 남원시 대강면과 순창 동계면 경계의 재를 지금까지도 비홍치(飛鴻峙)라 부르고 있다. 그리고 도선국사가 왕건의 신후지지를 소점할 당시 지금의 의암댐 근처에서 비둘기를 날려 그 새가 입산(入山)한 쪽에서 능지를 찾아 정했다는 설화도 흥미롭게 풍수가에 회자되고 있다. 아뭏튼 새를 날려서 명당터를 잡았다는 것은 인간의 이성과 동물의 본능이 상호 결합된 상태를 지혜롭게 현실과제 해결에 적용한 특이사례라 할수 있다.
늪지대를 택지로 설정한것은 호은의 직감에서 발현된 신명(神明)의 세계였을까?
절터를 늪지대에 지은 경우는 더러 있다.

「백제 무왕이 잡은 익산의 미륵사 터가 원래 늪지였고, 진표율사가 잡은 김제 금산사의 미륵전이 늪지였다. 치악산의 구룡사, 도선국사가 말년에 주석한 옥룡사, 고창 선운사 대웅전 자리가 애초에는 늪지대였다는 기록이 있다(상게서, P30참고)」그러나 불교의 사찰이 아닌 유교 선비의 양택을 늪지에 잡았다는 사실은 상당히 이색적일 뿐더러 흥미롭다 할 것이다.

매를 날려 터를 잡은 호은공은 정신적으로 상당한 경지에 이른 선비였을 것이라 짐작된다.
호(壺)는 호리병을 지칭한다. 호은(壺隱)이란 호리병을 들고 숨었다고 직역할 수 있다.
여기에는 다분히 도가적인 취향이 내포되어 있다. 호리병은 방랑과 은둔을 좋아하는 도사들의 휴대품이기 때문이다.
삼불차(三不借)의 가훈 지키기 370년
호은종택에 전해오는 두번째 설화는 370년동안 내려온 가훈(家訓)이다.
그 가훈은 3불차(三不借)다.
세가지를 빌리지 않는다는 뜻인데, 재불차(財不借), 인불차(人不借), 문불차(文不借)가 그것이다. 즉, 재물을 다른 사람에게 빌리지 않고, 사람을 빌리지 않으며, 문장을 빌리지 않는다는 것이 삼불차이다. 
사람을 빌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들이 없어도 양자를 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가훈을 철저히 지켜온 탓일까? 아니면 혈통에 기인한 것일까? 그도 아니면 주실마을의 짱짱한 명당기운의 영향일까?
주실마을 조씨들은 대체로 성질이 꼿꼿한 편이어서 손해를 보더라도 비굴하게 살려고 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온다.
400년 가까이 지켜온 조씨 집안의 가훈(家訓)의 저변에 다져진 지조있는 정신적유산의 영향탓일까?
조지훈(趙芝薰) 시인은 詩人으로서의 학덕에 이어 그가 남긴 지조론(志操論)으로 더 유명하다. 그는 말로서 보다 처신으로서 지조를 보여주었다. 일제 때 조선어학회 사건에 연류되어 경찰에 집혀가 신문을 받고 풀려난 후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에서 비승비속(非僧非俗)으로 머물면서 숨어지냈다.
<친일문학론>의 저자 임종국(林鍾國)은 일제에 협력하지 않은 문인(文人)가운데 한 사람으로 조지훈을 꼽고 있다. (상게서 P18~19 참고) 
주실마을의 답산에 대한 내용은 지면이 넘처날 만큼 다양하고도 많다.
여기 못다 소개한 이야기는 다음기회로 넘겨야겠다. 무엇보다 주실마을 앞 들녘의 건너편에 단아하게 솟아 있는 문필봉의 영기로 인해 출중한 그 많은 인물이 배출되고 조지훈 같은 특출한 문학가가 나올 수 있었는지? 그리고 마을 뒷산 너머 주산(主山)이 진짜 문필봉인 경우 그 보다 사(砂)로서 나열한 건너편의 문필봉이 더 영향력이 있는 것인지? 또한 안산쪽 홍림산(767m)자락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있는 양택명당이 찾아지기라도 하면 거기가 주실조씨 후예들이 또 한번의 번성을 누릴 수 있는 천하대지로 그 진면모를 드러낼 수 있을까?
거기에 분명 회룡고조국(回龍顧祖局)의 삼태혈(三胎穴)이 비밀스레 간직되어 있을법한데……
다시한번 이 곳에 가고싶은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다.

<다음은 김환기 화백의 생가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