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중간 중간에는 흥이 있어야 한다.

유영태 교수  조선대학교 공과대학 기계시스템·미래자동차공학부

일 년에 한 번씩 여름에 등산 가는 모임이 있다. 올해는 7월 2일로 일정을 잡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른 아침에 회원들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약속된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느다란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지만 어느 누구도 비 오는 것에 대해 짜증 섞인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긴긴 봄 가뭄에 오래 동안 비가 오지 않아 들녘의 논밭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고, 농민들의 가슴은 농작물과 함께 누렇게 타들어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언론을 통해 자주보아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모처럼의 야외 행사이지만 오히려 내리는 비가 고마울 따름이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 창문 너머 저수지를 보니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가 그간의 물 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애타게 기다리던 고마운 비가 오늘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 이 비가 반갑고 고마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왕 출발한 것이라 남해에 있는 독일마을을 지나 화계장터를 둘러보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어렵게 살 때 외화벌이를 위해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갔던 사람들 중에 간호사들이 돌아와 무리지어 터전을 잡게 된 곳이 독일마을이다. 여기저기 독일 지명을 따서 가계를 열고, 독일 음식을 선보이는 식당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뽐내고 있었다. 오락가락하는 빗속을 뒤로하고 화계장터에 도착하니 흥겨운 북소리가 어디에선가 들려왔다. 북소리에 이끌려가 만난 사람들은 여인 4명이 북을 흥겹게 두드리며 엿을 팔고 있었다. 북소리 앞에는 주름살이 깊게 패인 말가죽 같은 피부의 소박한 얼굴표정을 한 사람들이 북소리에 맞추어 덩실덩실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오랜 가뭄 끝에 오는 단비를 만나니 어찌 흥겹지 않겠는가. 한곡이 끝나면 한 번 더 해달라고 때 아닌 때를 쓰며 너나 할 것이 없이 흥겹게 춤추며 놀고 있다. 흥겹게 추는 어께 위에는 시름이 하나 없어 보인다. 소나기 사이에 간간이 바람에 흩날리며 내리는 이슬비 속에서 덩실덩실 춤추는 사람들 무리를 보노라니 보는 사람의 마음도 한결 마음이 가볍고 흥겹다.     
 저기 어깨춤을 추는 사람도 세상 살면서 어찌 힘든 일이 없겠는가. 그래도 흥이 있는 사람은 세상 사는데 살만한 재미가 있다. 기뻐서 웃기도 하겠지만, 웃으면 기쁜 마음이 생기는 것이 또한 사람의 마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신명이 나면 자신이 손해가 되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 신명 때문에 헌신적으로 서로 협력 했던 민족이다. 경제학에서 인간은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이기적으로 이익을 취한다는 말과는 사뭇 동떨어진 의사결정을 하는 민족인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번 신명나면 모두가 어렵다고 말 할 때도 흥겹게 힘을 합하여 국난을 극복한 사례가 역사 속에 살아있다. 신명은 절망 속에서도 한 줄기의 희망을 볼 수 있는 능력으로 작용했다. 때로는 신명이 신념으로 작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신물을 내면 꿈쩍도 안하는 성품도 함께 가지고 있다. 신물을 내면 밧줄로 묶어 끌어당기려 해도 밧줄이 끊어지나 내가 딸려가나 한번 해보자며 버티는 사람이 또한 우리나라 사람이다. 신명나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흥이 나서 흥겹게 일을 하지만, 한번 신물을 내면 꿈쩍도 안 하는 사람이 많다. 신명나는 일을 만나면 그것이 이익이 되든지 손해를 보든지 상관하지 않고, 흥이 나서 헌신적으로 협력하는 근성이 우리를 단결하고 단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신물 내면 꼼짝도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신물 내지 않고 소통의 다리가 단절되지 않도록 세심한 감동터치도 필요하다. 신명과 신물의 차이가 글자 한자 차이인 것처럼 세심한 감성터치가 중요하다. 비록 지금은 경제가 어려워 생활이 어려울지라도 신명나면 흥이 나서 그 힘든 것쯤이야 거뜬히 이겨 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사람이 우리민족이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역동성을 가지고 힘차게 비상하기 위해서는 신명나고 흥이 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명나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은 우리는 언제나 희망 있다는 생각, 우리 사회가 공정하고 공평하다는 신뢰의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연, 지연, 인맥, 연줄이 아니라 개인의 실력이 공정하게 평가되고, 건전한 신분상승 사다리가 작동되고,  투명한 소통 시스템이 정착되면, 달성 가능한 미래에 대한 희망 때문에 신명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사회는 흥이 많은 세상이 될 것 같다. 흥이 많은 세상이 살맛나는 세상이다. 흥의 많은 세상이 행복지수가 높은 세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