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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마 2
김 원
장마가 오면
어설프게 사랑으로
미치는 것도 좋다
흙탕물은 더욱더 신선해보여 좋다
누군가 문 두드리는 그대인것 같아
무심코 하늘의 장대비만 기다린다
이윽고 다시 장마가 찿아오면
기쁘게 날뛰는 것도 좋다
못난 듯 또한 섬세하게
그대 생각하는 것도 좋다
여름날의 조용한 아침이
장마의 깊은 눈빛속에
잠 깨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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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사랑을 부른다
김 원
발가벗은
모든것들이
사랑을 부른다
창피함도 털어버린
새파랗게 발기한
여름날의 나뭇잎처럼
붉은 태양이
나신으로 꿈틀거리는
물고기의 바다가
뜨겁게 애를 태우며
우리들의 사랑을 부른다
그렇게 작열하고픈
눈부신 너의 여름이
사랑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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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의 팡파르
김 원
늙은 숫닭은
길다란 생의 모가지를
미련없이 내어 놓고
은밀의 폭풍은
슬금히 옷소매를 풀어헤치고
찰랑한 숲에 몸을 감춘
클라이맥스의 매미들은
지구공이 얼어가다가
불덩이처럼 뜨거워진다고
마른 목청의 북을 난타하고
아득한 항성의 얼음별 하나
퍼얼펄 눈가루 뿌리겠다고
터질 듯 페부를 쥐어짜며
시원한 팡파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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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지구
김 원
빛나는 우주의
선택받은 푸른공이라고
수 많은 사람들이 감탄을 하지
찬란한 금덩어리의 보석 같다고
황금수염의 연금술사가
괜스레 호들갑을 떨지
낮과 밤을 만들며 그래도 지구는
돌아간다는 진지한 어느 현자
하나뿐인 목을 내 놓았어
그리고 수십 수만의 날들이 흘렀지
싸움박질에 너무나 익숙해졌어
검은 덫의 매연과 거짓된 술수들이
바다의 모래알 보다 많아졌어
새가 날고 꽃들이 피어나고
구비구비 강물이 흘러가고
노오란 나비가 둥실둥실 춤을 추고
적도를 가로지르는 잉잉대는
영특한 벌떼들의 아름다운 집
이 신비로운 지구가 말이지
너와 내가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맑고 향긋한 처녀림이 말이지
그토록 포근한 모성의 가슴
그 비밀스런 기쁨들이 말이지
진주알로 반짝이던 오래된 지구는
지금 한참이나 외롭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