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암 일심선원(성곡 주지스님)

무희역무우(無喜亦無憂)…욕심없이 ‘타인을 위한 삶’

스님 수행 선방, 보살 위한 시민선원 운영, ‘마음닦은 참선도량’ 

일심선원은 용주사의 말사이며, 망월사, 상원사 등과 함께 서울 ? 경기권에서 정식인가 받은 몇 안되는 비구선원이다. 성곡 주지스님은 오직 수행에 정진할 수 있도록 스님들을 돕고 있으며, 현재 선방에는 10여명의 스님들이 있다.
약사암은 성곡스님의 모친인 방정순(만행) 보살 이래 6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성곡스님은 9년 전 만행 보살의 원력을 이어 선원을 불사하고, 현재의 선수행 도량으로서 면모를 갖추게 했다. 당시 제방에 나가있던 스님은 어머니 노보살이 돌아가시자 약사암으로 돌아온 후 “수행자이지만 자신으로서 효를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심 끝에 대중스님을 모시고 살기로 했다.”고 돌이켰다.

공양금 안 받고 오로지 수행에 정진케만…
성곡스님은 선방에서 수행을 하는 스님들로부터 공양금을 받지 않는다. 오로지 수행에 정진토록 한다는 스님 나름의 원칙이다. 이곳에 오려는 스님들이 많다보니 1~2년 이상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올 정도다. 이곳 수행 스님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불과 입선을 시작으로 저녁 9시 방선(放禪)과 취침시간까지 수행과 공양으로 이어진 일과를 보낸다. 잠자는 6시간을 제외하곤 오로지 일심(일심)으로 화두를 잡고 깨달음을 구하고 있다.
성곡스님은 “덕승총림의 법맥을 이은 선(禪)지식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전강스님을 조실로 모시며 가풍을 잇고 있다.”고 했다.
약사암엔 스님들의 선방인 선원이 운영되면서 보살들의 공부방인 시민선원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성곡스님은 “스님들 뿐만 아니라, 보살님들도 같이 공부하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면서 “공부를 통해 수양과 함께 대중과의 어우러짐, 화합도 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타인이 주인’…서로에게 자비 베풀어야
스님은 “베푸는 도량, 참선도량, 은중도량(부모님을 잘모시는 마음을 갖는 것)이 곧 약사암”이라고 했다.
“특히 참선은 마음을 닦는 것입니다. 출가자, 은사스님, 상좌, 시봉스님 등에 누를 끼치지 않는 길이 참선의 길이죠”
스님은 “타인이 주인”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이곳 선방의 첫 번째 규칙은 서로 간의 비방이나 견책을 금하는 것이다. 
“선원에선 수행에 정진하는 스님들 사이에선 서로 견책하지 않는다.”는 스님은 “수행과 화두는 각자 마음에 있는 것이므로, 남의 눈이 자신의 마음 속 눈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세운 원칙”이라고 했다. 
스님은 “타인이 곧 주인”이라고 강조했다. 
“내가 있고 너가 있었는데, 지나고 나서보면 너가 있으니 내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인물이(스님) 우리 선방에서 나오면 더 할 나위없이 바람직한 일이죠”
즉, 상대가 먼저고, 그 다음이 나라는 마음가짐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더욱 정진하고, 서로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하다는 권면이다.

성곡 주지스님

“세상 만사는 시절인연 따른 부처님의 법”
“사찰을 찾는 신도들에게도 특별한 법문에 앞서, 부모, 가족, 가까운 인연에게 누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라고 권합니다. 선(禪) 조사들의 계송인 무희역무우(無喜亦無憂), 즉 기쁨은 없지만 근심도 없는 법이고, 좋은 일이 있으면 슬픈 일도 따라오는 것이 이치입니다.”
스님은 또한 “세상 모든 일들은 ‘시절인연’에 따른 부처님 법”이며, “모든 것은 자신에 달렸고, 그것을 득하는 것은 각자의 시절인연에 따른 것”이라고도 했다. 
스님은 “인생살이는 시계바늘이며, 부처님의 ‘선행기심’, 즉 선한 마음을 갖는 것이  불교”임을 다시금 강조했다. 부처님처럼, 부처님말씀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오로지 ‘참선수행’ 밖에 없다고 했다.
성곡스님은 일찍이 송광사, 대흥사 선원에서 수행하면서 스님으로서 역할, 인간의 도리, 부처님 말씀의 참뜻을 구했다. 그래서 상좌들에게 꼭 선방 공부를 하라고 권한다. 스님에 따르면 선 공부는 출가자의 기본이다. 출가자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 분야 사부대중들도 각가 공부를 하다가 막히면 선방 공부를 택해야 한다. 
“그래서 일심선원에는 보살, 처사를 위한 선방이 마련되어 있어요. 인근 여러 재가불자들도 선방스님들을 따라 수양과 참선을 하며 화두를 놓지않고 있습니다.”

“수행자, 참선통해 사부대중 제도해야”…사회봉사에도 앞장
“종교인으로서 ‘성인’의 말씀을 그대로 따라서 참길을 가야 한다”는 성곡스님은 “재가자라면 수행과 마음 공부를 통해 정화를 하고, 수행자는 참선을 통해 사부대중을 제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상대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스님은 상계3,4동 복지위원장 등 사회봉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복지위원회는 스님7명, 목사3명, 신부1명 등으로 구성된, 범종교 차원의 단체다. 매년 600만원을 각 지역 복지팀에 전달하여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쓰이도록 한다.
“우리 모두 나만의 욕심을 버리고 대중을 보면서, 나 이외 모든 이들의 뜻에 따라 사는 것”을 간곡히 권한 스님은 “마음공부를 통해 한 분의 시민보살이라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나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증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