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지혜는 잘 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유영태 교수/ 조선대학교 기계시스템·미래자동차공학부

  또 다른 한해가 밝았다. 새로운 형태의 시작을 알리는 신선하고 싱그러운 출발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서면 사람마다 각자 남다른 각오와 야무진 계획을 다짐하게 된다. 이 계획이란 게 지난날 경험과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출발한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보는 것으로부터 지식이 태동한다. 이 지식의 크기만큼 계획이 근사하기도 하고, 엉성해지기도 한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다고 하는 것은 보는 것으로부터 앎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는 ‘맛을 본다, 들어 본다, 느껴 본다, 믿어 본다, 생각해 본다.’라고 말한다. 곧 보는 것이 아는 것의 출발이고, 봐야 이해되어 지식의 형태로 저장된다. 이처럼 본다는 것이 지식의 출발점으로 작용하고, 지식의 형태로 쌓여 지혜로 변화된다. 깜깜한 밤이 두려운 것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발걸음이 불안하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지 못하고, 현명한 판단에 많은 장애가 발생한다. 그래서 믿음과 자신감은 보는 것으로 부터 출발한다. 
   믿음, 자신감, 지식, 지혜 이 모든 것은 보는 것으로부터 정형화된다. 그래서 사람의 뇌 구조에서 가장 잘 발달한 부분이 어쩌면 시각을 담당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람이 많은 위험으로부터 생명을 유지하고, 그 위험에 대응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은 보는 능력으로부터 시작하였고, 또 이것이 진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만큼 잘 본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일을 통찰력 있게 예측하는 능력과 의미가 같을 수 있다. 그래서 지혜와 지식은 잘 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사람들은 보는 능력을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확장하였다. 제일 쉬운 방법은 어떻게 되는지 직접 체험 해 보는 것이다. 발생 할 수 있는 많은 경우의 수를 직접 경험 해 보면서 체험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사람과 경험이 적은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능력이 달라진다. 또 다른 방법은 책을 읽어 보는 방법이다. 책을 보면서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책속에 씌어져 있는 행간을 보고 다양한 상상을 하게 된다. 이 상상이란 것도 시각화가 가능하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마음의 위안과 즐거움을 찾기 위해 영화, 연극, 운동경기, 그림이나 조각품 등 수많은 것을 보면서 마음 다스리는 지혜도 찾는다. 그 중에서 어쩌면 여행이 매우 효과적일 수도 있다. 여행은 책으로 보거나, 영화를 보는 것과는 다른 시각으로 우리의 지성과 감성을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여행하면서 보고 느끼는 많은 감동은 선형적 감동이 아니라 비선형적 감동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에 지혜와 지식의 깊이와 크기가 다를 수 있다. 
  결국 얼마나 많은 것을 다양하고 미세하게 볼 수 있느냐에 따라 우리 능력의 크기와 깊이가 달라진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 충족을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며 살았다. 작은 것을 보기 위해 현미경도 만들었고, 더 작은 것을 보기 위해 전자현미경과 원자현미경을 만들어 세포의 구성은 물론 세포들끼리 에너지가 작용하는 파동성질도 보았다. 보다 먼 세계를 보기 위해 망원경을 만들었고, 우주의 무수한 별들을 관찰하면서 천체망원경, 천체전자망원경 등을 만들어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보려고 많은 노력을 하기도 했다. 볼 수 있는 것만큼 이해되기 때문이다. 보여 주어야 쉽게 믿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것을 보여 주면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눈앞에 있는 것도 마음이 없으면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보려하고 하는 마음이 있어야 혼란스런 군중 속에서도 보고 싶은 사람을 찾을 수 있다. 마음이 없으면 바로 옆을 지나가도 보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경험 했을 것이다. 영화를 보더라도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으면 눈은 뜨고 있는 데, 영화 속의 인물들이 무엇을 하는지 보이지 않는다. 강의실에서 강의 듣는 사람도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으면 칠판에 적혀 있는 그림이나 글씨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마음이 있는 곳에 보이는 것이 있다. 잘 보아야 깨달음도 있고 믿음이 생긴다. 잘 보려면 보려는 마음을 먼저 심어 주어야 보이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지만 뉴턴만이 만유인력법칙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으로 보았지만, 갈릴레오는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자전과 공전한다는 것을 보았다. 나비의 작은 몸짓으로부터 태풍이 몰려 올 것이란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을 통찰력이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일상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느냐에 따라 지혜와 지식의 정도가 달라진다.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세상이치와 자연현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특별한 사람으로 본다.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을 보면 세상 사람들이 지금까지 보지 못한 진기한 현상을 관찰하여 새로운 것을 발견한 사람들이다. 분석력이나 통찰력은 아는 것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서로 순환하여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을 깨우칠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각도에서 미세한 움직임과 현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지식과 지혜가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더 세밀하고, 더 멀리 그리고 더 넓게 바라본다면 이해 못할 일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라볼 때 보다 넓은 스펙트럼으로 바라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없을 것 같다. 여러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아직은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불안요소가 수용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올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바라보며, 오늘 이 시간 주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을 애정 어린 눈으로 세밀하게 바라본다면, 지혜와 지식이 날마다 새로워지는 생활이 될 것 같다. 그러면 이제 막 시작한 올 한 해가 마무리 지을 즈음에 커다란 광주리에 성과를 가득 채워, 멋지고 즐겁게 살았다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