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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떨어진 마등령에서
전산우 시인  |  kore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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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05  1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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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떨어진 마등령에서

 

                                    전 산 우

 

그대여, 해 떨어진 마등령을 올라본 적 있는가
포승줄처럼 어둠은 사방을 조여오고
장대처럼 비바람이 후려치는 산길에서
짐승처럼 생긴 바위를 밟고 넘으며 두려워한 적 있는가
운 좋게 비박 장소를 만나 텐트를 치고 침낭 속에 누워
신들린 바람소리에 귀 기울인 적 있는가
깊은 산속 일엽편주 되어
번쩍! 우르르 꽝! 가슴에 두 손을 얹고
지은 죄를 뒤적거린 적 있는가
하늘이 집행하는 창검의 날카로운 시간은 흘러가고
돌아온 탕아를 용서하듯 구름이 걷히고
별들이 소곤소곤 말을 걸어올 때
그대여, 맨발로 젖은 바위에 우뚝 서서
숨죽인 공룡과 중청 산장의 불빛을 쳐다보며
감사와 은혜에 가슴 떨어 본 적 있는가
드디어 새벽이 오고
하얀 밥을 입속으로 밀어 넣으며
환희로 출발하는 아침을 뜨겁게 맞은 적 있는가

 

 

 

마음에 우울함이 있다면

 

마음에 우울함이 있다면
어깨를 움츠릴 게 아니라
넓은 들판으로 나가
들꽃 향 섞인 바람으로
가슴 적셔 볼 일이다
아니면 바다의 옆에 서서 
철썩대는 파도소리로
가슴 식혀 볼 일이다
누구를 향한 울분이 있다면
민들레 꽃씨처럼
둥둥 날려 보낼 일이다
고여 있는 늪처럼
썩어갈 게 아니라
한 귀퉁이 물꼬를 틔울 일이다
가슴속 검은 구름
훨훨 날려 보낼 일이다

 

 

 

산에 갈 때 읽는 시

 

어느 날 아버지와 아들이 산에 왔어요
보기에 좋은 모습이었는데
아버지는 아무렇게나 산을 대했고
아들은 은연중에 보고 배워
나도 아버지를 따라할 거예요
나는 아버지 아들이거든요, 아버지
먹고 남은 쓰레기를 풀숲에 버렸는데요
괜찮다, 일부러 고수레도 하는 걸

어느 덧 그 아들이 아버지가 되어 산에 왔더군요
어린 아들과 동행이었지요
끛들이 너무 예뻐요, 아버지
내 방 화병에 꽂으려고 꺾었는데요
아버지는 사랑스런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를 따라한 거예요
나는 아버지 아들이거든요, 아버지
괜찮다, 네가 꽃을 아주 좋아하는구나

이번에 그 아들의 아들이 아버지가 되어 산에 왔더군요
역시 어린 아들과 동행이었지요
쓰레기를 숲속에 버리고
꽃을 잔뜩 꺾었는데요
내기 누군데요, 아버지
자랑스러운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잖아요
내 아들답구나
괜찮다, 자연은 곧 회복되는 법이니까

시장해요, 아버지
아버지와 아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그런데 무슨 냄새가 이렇게 지독하고
왠 파리가 저렇게 들끓는지 모르겠구나
글쎄 그게 말이에요
밥을 못 먹겠구나, 아들아 다른 곳을 찾아보자꾸나
괜찮아요. 곤 익숙해질 건데요, 워. 아버지

 

 

 

   
 

전산우 시인
아태문인협회 감사
한국가곡작사가협회 부회장
산약문예지 <시산문학> 편집국장 역임
제1회 시산문학상 대상 수상
시선집 <산속을 걸었더니>  단편소설 <페워웰 싱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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