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전공의 유학, 과연 필요로 한것인가? (1)

오늘 이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유학의 길을 찾고, 떠나고 있다.

유학의 선 경험자로서, 펼쳐지는 신하라교수의 생생한 이야기는 과연 유학 필요한가? 라는

질문이 우리 가슴에 남는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최근 들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는 국어와 동등한 위치에서 정규수업으로 학교에 들어와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로 필요로 한 것, 만약 경제적으로 풍족하다면 유학을 보내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이 과연 얼마나 영양가 있는 생각인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시대가 요즘인거 같다.

1995년 전후를 감돌며 일어났던 유학바람은 사실 1997년도의 IMF의 경제파동에 잠시 주춤 한척 한 것은 맞지만 실제로 그 유학의 붐은 아직도 부모들과 아이들에게 열병과도 같은 고민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집안의 가장을 기러기로 만들면서까지 보내고 싶어 하는 유학의 필요성은 과연 어디에서부터 나오는 걸까? 유독 한국에서만 일어나고 앓고 있는 열병인건지? 그리고 이렇게 열병을 앓을 만큼의 값어치가 있는 고민과 아픔인건지?

필자가 지금 이러한 뜬금없는 고민스러운 질문을 던지는 이유인즉슨, 지난 13년간 유학을 다녀온 필자는 과연 그 대답에 정답이라고 외칠 수 있는 그 어떠한 답을 가지고 있는지 또한 사실 의문이기 때문이다.

나는 1997년 10월에 무용을 배우고자 미국의 캘리포니아에 있는 도시 로스엔젤레스로 유학을 떠났다. 단 한명의 친인척이 없는 미국으로 엄마의 두 손만을 잡고 두 개의 짐 가방을 들고 떠났다. 그곳에서 엄마와 나를 기다리는 것은 큰 벤을 모는 금발머리의 외국인 아저씨였고, 영어한마디 못하는 우리는 눈짓과 몸짓으로 서로가 찾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아저씨가 안내하는 하얀 벤을 탔다. 그렇게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야자수 나무를 연신 신기해하며 한없이 펼쳐진 캘리포니아의 사막을 3시간을 달리고 나니 내가 생활해야하는 학교가 보였다. 넓은 캠퍼스에서 두 개의 짐 가방을 가지고 가장먼저 간곳은 기숙사였다. 스산한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들이 수북이 쌓인 기숙사의 입구는 앞으로 내가 감당해야할 외로움과 낯설음을 미리 충고라도 하는 듯 보란 듯이 쌓여있었다. 낙엽을 무시하고 들어간 기숙사의 모습은 참으로 처참했다. 조그마한 별장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기숙사에 한방에 두 명씩 어린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화장실은 공동 이였다. 이제 막 13살을 넘긴 아이들이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니 방이며 화장실은 정말 발 디딜 틈 없이 옷가지와 생활용품들이 널려있었고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것들을 밟고 다녔다. 그것을 본 엄마의 반응은 처음과 끝까지 눈물 이었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 것이다. 돈이 있어서 얻을 수 있는 사치와 허영심의 눈물이라고도 얘기하기도 한다. 깨끗하고 정돈된 기숙사였다 하더라도 엄마는 눈물을 보이셨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내가 앞으로 5년을 다녀야할 학교와의 첫인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의 룸메이트는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미국인 여자아이였다. 나이도 어렸고 몸집도 작았다. 그런데 매 시간마다 양호실에 가서 약을 타서 먹고 왔다. 가끔은 거기서 자다가 수업을 듣지 않고 누워있다 오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내 룸메이트 외에도 참으로 많았다. 그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외로움을 많이 느끼거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였고 학교에서는 병원에서 처방 받은대로 아이들에게 시간제마다 약을 나눠주었다. 아직 미성년자의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져 홀로 병원을 가서 처방전을 받아서 약을 챙겨 먹을 수 없는 사정 때문이였던거 같다. 사실 미국에서의 기숙사가 있는 사립학교는 일반 미국아이들이 쉽게 공부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보통 공립학교를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나와함께 다니는 미국아이들은 집은 경제적으로는 부유한 아이들이였다. 그렇기에 비싼 학비를 치르고 기숙사 생활을 하며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도 하지만 집안사정은 아픔이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대부분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누구도 아이를 맡고 싶어하지는 않고 돈은 많은 부모들이 반 강제적으로 보내는 곳이 기숙사가 있는 사립학교였다. 그래서인지 내가 다닌 학교의 미국아이들은 저마다 개인사정을 가지고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처음 몇 달 사이에는 늘 우울해하거나 울기만하는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정말 고역 이였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는 나를 옆에 두고, 옆에서 울어대는 룸메이트를 매일 저녁 보는 것 그자체가 고문 이였다. 미국 기숙사는 오후10시 이후로는 방에서 잠자리에 들 준비를 마친 후 사감선생님을 기다려야했다. 사감선생님이 체크 하신 후 잠자리에 들면 아침에 식사를 하러 나가기 전 까지는 절대 기숙사 밖을 나가지 못했다. 모든 기숙사에 알람을 설치해 놓기 때문에 누군가 밖으로 나가면 학교 전체의 비상알람이 울리고 경찰이나 학교의 선생님들이 달려오셨다. 그 이후엔 징계를 받는다. 징계는 다양하다. 그러나 내 룸메이트는 한 달에 몇 번씩은 밤새 울다가 알람으로 잠겨 진 문을 박차고 맨발로 뛰쳐나가서 온 동네를 헤매고는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기가 일쑤였다. 그렇게 울다 지쳐 선생님들에게 끌려온 룸메이트의 발은 새까맣다 못해 상처투성이였다. 그 모습은 날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영어를 못하기도 했지만 룸메이트의 그런 광기어린 행동은 나를 더욱 입 다물게 만들었으며 우린 일 년의 반 이상을 함께 방을 쓰면서도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그렇게 자꾸만 커져가는 외국아이들에 향한 반감은 더욱 커져 갔기에 영어한마디 섞어 어울리지도 못했다. 거기엔 나 같은 한국인 아이들이 많았기에 시간이 갈수록 영어한마디 못하는 것이 불편하다거나 외롭다기 보다는 한국인 친구들에 둘러싸여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기 일쑤였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엄마와의 전화 통화 후 공중전화박스에 주저앉아 밤새 울고 있는 나를 보던 룸메이트가 다가와 아무 말 없이 안아주었다. 당황스러웠지만 난 더 목을 놓아 울었다. 그 순간 내게 제일 필요한 그 무엇인가를 해주는 이가 룸 메이트이 라는 것이 조금 의아했지만 늘 울기만 하는 그 아이의 눈에 울고 있는 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듯 해서 그랬던 거 같다. 내가 왜 우는지 물어 보는 것 같은 물음에 난 내 룸메이트가 쓰고 있는 전기장판을 가리키며 밤마다 너무 추운데 미리 알고 챙겨오지 못한 것에 화가 나서 엄마에게 짜증을 부렸다고 말했다. 사전을 찾아가며 더듬거리며 대화했다. 그리곤 그날 저녁 내 룸메이트는 아무말없이 웃으며 내게 자기가 쓰던 전기장판을 주었다. 자기는 많이 춥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곧 부모님이 자기를 데리러오니 집에가서 따로 사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우린 처음으로 대화를 했다. 그 이후엔 얼마 지나지 않아 사감선생님들의 지시에 따라 몇 번의 룸메이트를 바뀌었고, 다양한 외국인 친구들을 룸메이트로 만났다. 일본인 친구를 룸메이트로 두기도 했고 중국인 친구가 되기도 했다. 매번 다른 나라의 친구들 덕분의 그 나라의 문화나 생활방식 음식들을 접해볼 수 있었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같은 반 아이들이 전부였지만, 우린 늘 같은 문화권속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였고 특별히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기는 어려웠었다. 그러나 이 다양한 문화권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 룸메이트들은 나에게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더듬거리는 영어로 서로 사전을 찾아가며 밤새 깔깔대며 대화를 해보기도 하였고 함께 울기도하고 가요를 듣기도 했다. 가족들이 보내어주는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기고 하고 주말엔 장도함께 봐서 방안에서 사감선생님들 몰래 음식을 해먹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가까웠졌을 때에는 함께 충분한 대화를 하고 난 뒤였다. 밤을 새워 얘기하고 얘기하다 잠들었던 날들이 대부분이였다. 우린 그렇게 가족들의 빈자리를 향한 외로움을 달래었고, 절실히 말할 상대가 필요했던 그 순간에 가장 영어가 말하기 실력이 향상되었다. 따라서 영어듣기도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밤에는 룸메이트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낮은 숨 쉴틈 없이 바쁜 스케쥴을 보냈다. 아침 7시까지 학교의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시작했어야했다. 8시쯤에는 대부분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영어, 수학, 과학, 생물과 같은 정상적으로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이수해야하는 기본과목들을 점심시간 이전까지 모두 들어야했다. 12시부터 시작되는 점심시간은 1시간을 주었다. 1시간이후에는 모든 예술 수업이 시작되었다. 나는 무용 수업을 준비해야했기에 다른 친구들 보단 조금 더 빨리 점심식사를 끝내고서는 기숙사 방으로 달려가 옷을 바꿔 입고 머리를 하고선 한시부터 시작되는 무용 수업을 참여했다. 그렇게 시작된 무용 수업은 3개의 테크닉수업을 마쳐야 하루에 이수해야하는 수업일지를 채울 수 있었다. 발레, 현대, 째즈, 캐릭터댄스, 탭댄스, 파되드, 바디컨디셔닝 , 필라테스, 무용의 역사 수업까지 다양한 수업을 매일 다르게 스케쥴을 만들어서 이수하면 완성되는 시스템이였다. 그러나 테크닉 수업을 하루에 3개를 한다는 것은 한동안은 매우 어렵게 느껴졌다. 그리고 모든 테크닉수업을 마치면 저녁 6시부터 식사 시간이였다. 7시까지 식사를 마치고 댄스 스튜디오로 돌아와 일 년에 6번 있는 댄스공연의 리허설을 매일 저녁 10시까지 해야 했다. 그렇게 모든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카데미 수업의 숙제가 남아있었다. 그렇게 잠들기 전 까지 숙제를 하다 새벽2시쯤 잠이 들곤 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고 대학을 가야하는 순간이 왔었다. 미국에서는 대학을 지원할 때 학생이 원하는 만큼의 학교를 지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을 지원하는 아이들은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돈 만 있다면 여러 개의 학교를 지원 할 수 있었지만, 예능을 하는 학생들은 오디션 날짜들 때문에 지원할 수 있는 학교의 수 가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직접 다른 주로 비행기를 타고 가서 오디션을 봐야 하는 일도 많았다. 홀로 원서를 쓰고 대부분 직접 무용 안무도 스스로 만든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조금 봐주신다. 음악선택부터 3분 동안의 모든 안무는 본인의 것이어야 한다. 발레, 현대, 째즈 하나씩 안무를 만들어서 학교마다 오디션에서 보고 싶어 하는 장르에 따라 선택하기에 모두 준비가 되어 있어야한다. 각 오디션의 지역에 따라 그곳에 갈 비행기 티켓과 숙박업소를 예약한 뒤 학교 측에 미리 공항에 갈 벤을 예약을 해야 했다. 비행기티켓과 함께 돌아올 비행기 티켓을 복사하여 학교에 제출한 뒤 기숙사 사감 모두에게 사인을 받아야했다. 부모님의 동의서도 필요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되면 오디션을 보러갔다. 오디션을 보러간 김에 내가 지원한 학교도 볼 수 있었기에 대부분의 오디션은 학교로 보러갔다. 그렇게 보러간 오디션에서 동양인은 100명의 한,둘 이였다. 그 한둘은 일본아이들이나 중국아이들이였다. 미국아이들은 오히려 부모님들과 함께 많이 왔었다. 온갖 음식과 옷가지들을 양손에 들고 창문 밖으로 자신들의 아이들이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기를 바라는 모습은 우리네 부모님들과 다르지 않았다.

----다음호(6월호)에 계속 ------

저자 약력

- Idyllwild Arts Academy 무용과 , 중학교 졸업

- Idyllwild Arts Academy 무용과 , 고등학교 졸업

- 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무용과, 대학졸업

- 이화여대 대학원 무용학과 졸업

- 현, 대학강의 및 각종 행사/체전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