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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타워와 생새우 초밥
강소이 (시인, 여행작가)  |  kore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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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8  10: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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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타워와 생새우 초밥
                                                 

 

   
강소이(시인, 여행작가)

인생은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는 것이라는 노랫말이 생각난다. 교토 여행에서 돌아온 지도 20여일이 지났다. 일본 여행 둘째 날 교토에 들러 한 나절 교토를 구경 했지만, 1000년 고도(古都)의 일본 역사와 문화를 어찌 하루 만에 다 볼 수 있으랴? 교토에서의 하루는 잠시 내 기억과 감성에 스쳐가는 바람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경주에 해당한다는 교토(京都)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문화재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발자국만 걸으면 절과 문화재 등 볼거리가 여기저기에서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우리나라 기와지붕과 비슷한 듯하지만, 뭔가 다른 느낌의 기와지붕의 니시혼간지-동본원사(東本願寺)에 들어가 보았으나, 평지에 대단한 규모로 지어진 목재 건물 앞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토진종 혼간지파의 본산으로 수많은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어서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되었다고 한다. 도요토미히데요시가 부지를 기부하여 창건했다는 목조물. 세계 최대의 목조물을 발이 아프도록 걷고 또 걸으며 샅샅이 살펴보았다. 절 본당에 들어가 보니 바닥에 다다미가 깔려있고 매우 넓었다. 이곳에 학교를 지어도 될 정도였다. 무릎 꿇고 앉아 기도하는 일본인들도 보였다. 일본인들은 가정마다 불상을 모셔놓고 매일 기도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광활한 바닷가에 모래 한 알처럼 앉아 기도하는 저 일본인의 소원은 과연 무엇일까?”

 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갑자기 일었다. 그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 싶었지만, 한 옆에 정복을 입은 사람이 사진을 찍지 못하게 지키고 있었다. 잠시 소외감을 느끼며 옆 건물에 들어가 보았다. 건축물과 건축물이 거대한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다. 백제 시대 때 왕인과 아직기가 일본 왕자를 가르치고 도자기 굽는 기술과 한자를 전달해주었으며 건축기술도 가르쳐 주었다고 배웠던 교과서에서의 지식. 우리나라에는 없는 이토록 커다란 목조건물의 조형미 앞에서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또 무엇인가? 용수철이 튕겨나가듯 나는 그곳에서 발을 옮겨 교토 시내를 걷기 시작했다. 
차도 많지 않고, 거리가 깨끗하고 공기도 맑게 느껴졌다. 타박타박 걷다보니 다리가 아파왔지만, 교토 역에서 고속 전철을 타고 다시 오사카로 돌아가기에는 뭔가 아쉬운 느낌이었다. 마침 교토역과 마주보고 있는 교토 타워에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131m높이, 지하 3층, 지상 9층의 탑. 저층에는 쇼핑센터와 음식점, 호텔이 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360도를 돌면서 교토 시내를 모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교토 타워에서 내려다 본 교토 시내 전경>

 

   
<교토 타워에서 내려다 본 교토 시내 전경>

 

 2년 전에 중국 상해 동방명주에 올라갔을 때의 규모와 비교가 되었다. 어쨌든 1000여 년 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이 도시를 고공에서 내려다보니, 여기 저기 궁들과 절, 산과 그리 높지 않은 빌딩들……. 교토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조금 전에 들렸던 니시혼간지도 내려다 보였고, 오른쪽으로 청수사도 멀리 보였다. 
몇 년 전에 부산 용두산 부산 타워에 올라가서 부산 시내를 내려다 볼 때의 규모라고 할까? 교토 타워는 야경이 멋있다고 하는데, 피곤이 몰려와 어둠이 내리길 기다리기가 힘이 들었다. 타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점심식사 때 일본 정식 요리에 나왔던 장아찌를 팔고 있었다. 사려는 것을 만류하는 일행. 

“공항에 다 있어요. 여기서 사면 짐만 됩니다.” 

그 때 고집을 부리고 샀어야했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공항에서 찾아보았으나, 그 장아찌는 있지 않았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줏빛이 나는 아삭한 장아찌……. 별 거 아닌 것이지만, 내 인생에서 바람에 스쳐간 또 하나의 맛이 되어버렸다. 내가 교토 타워를 다시 찾지 않는 한…….
여행은 이렇게 사소한 것도 아쉬운 모양이다. 20여일 전에 교토에서 먹었던 그 장아찌가 그리워진다. 
 고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교토에서의 짧은 시간을 아쉬워하며 오사카 호텔로 돌아왔다. 반신욕으로 피곤을 푼 뒤 신사이바시에 나가 저녁식사로 초밥을 먹었다. 요리사가 손님 앞에서 주문하자마자 초밥을 만들어 주는 식당. 내 눈앞에 작은 수족관에서 바닥을 발로 짚으며 기어 다니던 새우가 1분 만에 생새우 초밥이 되어 접시에 놓여졌다. 꼬리를 건드리니 꿈틀거리는 듯 했다. 냉큼 그것을 먹지 못하고 한참 동안 보고만 있었다. 내 앞에서 이생에서 저 생으로 건너간 바다 생물을 입에 넣지 못하는 여린 마음. 그날 저녁에 먹었던 참치뱃살을 얹은 초밥의 부드러운 맛과 흑맥주의 맛과 함께 귀국 전날 밤의 만찬을 기억할 때마다 왕새우 생각이 날 것 같다. 
 
    일본은 음식 맛도 아기자기 하다. 오밀조밀한 자두 크기의 그릇에 담겨져 나왔던 음식들……. 맛깔 나는 일본 여행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다음날 저녁 비행기 시각까지 10시간을 일본에서 더 쓸 수 있었다. 우리가 오사카에서 찾아간 곳이 해유관이었다. 오사카 최대의 수족관, 아쿠아리움이다. 이곳에는 고래상어 두 마리가 실제로 산다고 하여 확인도 할 겸 그곳을 찾았다. 바닷물을 막아서 수족관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바다 생물들이 살기에는 천연 상태일 테니 부족함이 없으리라. 엊저녁에 생새우 초밥 앞에서 잠시 감상에 젖었던 나의 여린 감성을 무참하게 만들어준 바다 생물들의 대단한 숫자와 다양한 종류……. 바다 속에서는 크고 강한 생물에게 작고 힘없는 것이 먹이 사슬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철저하게 지배하는 자연계를 보면서 놀라움과 경이감에 탄성이 흘러 나왔다. 저렇게 작은 물고기도 있었구나! 분홍색 물고기는 또 뭐람? 진파랑에 노란 색이 얼룩무늬로 그려진 물고기도 있고……. 전구 알처럼 생긴 투명하리만치 얇은 막을 가진 생물은 통통 튕기며 앞으로 헤엄쳐가고 있었고, 상어와 고래, 물개, 펭귄 등……. 아마도 바다 생물의 이름과 생김새를 다 나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수족관과 함께 세계적인 규모의 수족관이라 하니 볼거리가 풍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까? 우리들 의식의 내면 깊숙한 곳에도 저렇게 진귀하고 신기한 생각의 파편들이 헤엄을 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바다 속 세상에 대해 동경하다가 산소통을 등에 메고 상어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일본 청년을 보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몸부림치는 우리 인간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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