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에 오른 문화대국 한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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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에 오른 문화대국 한국(2)

김신환 | Kim, Shin Whan

승인 2014.06.16 11:18:16

장도에 오른 문화대국 한국(2)

문화력은 문화컨텐츠개발에서 나온다. 그런데 문화컨텐츠는 문예진흥정책이 올바로 수반되어야 가능해지는 것이다. 문예진흥정책은 우리나라의 경제도약을 넘어서는 차원에서의 또 하나의 새로운 도약이요, 새로운 도전인 것이다. 문화컨텐츠에 의한 문화력이라고 하는 것은 아무나 개인적인 열망과 중구난방의 시도로써 생겨나지는 않는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 도처에서 우리나라의 문화력을 과시하는 된 데에는 ‘강남스타일’이라는 표어 속에 숨겨진 우리나라 고유의 경제개발과 정치의 안정과 세찬 결단력등이 총망라되어서 노래가사와 함께 춤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싸이는 노래와 함께 말 춤을 안무하였다. 원래 미국의 개척자들은 말을 타고 광활한 지역을 개척하였다. 그들의 용맹함과 덕스러움이 오늘날의 미국을 이룩했다고 하는데 싸이의 말 춤이 곧 자기네들의 정서를 그대로 읊어냈기에 자기네들의 문화컨텐츠와 동일시 했던 것이다. 세계적인 문화력은 문화컨텐츠의 공유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우리는 싸이의 경우에서 알게 되었다. 단순히 개인의 명예나 한 국가의 위상을 높이려는 데에만 급급하게 되면 어떤 문화컨텐츠라도 세계인들이 함께 공유할 수는 없게 된다. 싸이의 경우는 엄밀히 분석해보면 개인적인 취향과 정서가 반영된 문화컨텐츠이기는 하지만 전 세계인들이 그 문화컨텐츠를 함께 공유할 수가 있었다고 하는데에 열풍의 비밀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국면을 개인이 나서서 개발하려고 하기 전에 국가에서 문예진흥정책을 수립하고 우리나라의 고유의 문화컨텐츠의 개발과 함께 세계인들이 이를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세계화를 이룬 문화컨텐츠가 오랜 세월동안 지속이 가능해야 한다. 반짝하는 순간에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고서는 다음날로 잊혀지는 그러한 문화컨텐츠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컨텐츠의 지속성을 생각해보면 문화라고 하는 내용에 깊은 사상과 철학과 인생과 세계관과 더 나아가서는 우주관이 담겨져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정책을 경재개발 5개년 계획처럼 추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제7차 경제개발계획을 성공적으로 마친 1996년 이후부터 ‘경제민주화’라고 하는 개념이 대두되어서 지금은 여러각도로 재벌주도의 귀족적인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경제유형에 대폭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를 민주화 한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문화를 민주화 한다고 하는 이른바 ‘문화 민주주의(democratization of culture)’ 와 같은 것은 문화의 성격과 정서상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18세기나 19세기의 유럽에서 가꾸어 온 문화라고 하는 것은 오늘날에는 ‘문화민주화’ 가 된 경우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바하, 모챠르트, 베토벤 당시의 음악예술로 파생된 문화컨텐츠들은 그 당시에는 귀족들의 전유물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음악당에서 누구나 그 음악컨텐츠에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문화의 민주화’가 실현된 경우라고 생각해 볼 수가 있다. 그러나 문화컨텐츠라고 하는 것은 정부주도의 ‘문화민주화’에서 생겨나고 가꾸어 질 수는 없는 것이다. 싸이의 국제에 통용되는 문화컨텐츠개발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그리고 창의적인 도전에 기인된 것이다. 정부의 문화정책으로 그러한 문화컨텐츠를 대량생산해 낼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러한 점이 ‘경제민주화’와 ‘문화민주화’의 다른 점이다. 또 경제개발과 문화개발이 서로 다른 차원에서 생각되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다. 구약성서에서 “이 세상에는 새것 이라곤 없나니 무엇을 일컬어 이것이 새것이라 하리요. 이전에 한 것을 다시 하는데에 지나지 않는다. 너희가 이전 세대를 기억함이 없으니 후세가 또한 지금 세대를 기억함이 없으리라” 라는 말이 보였다. 이 세상에는 새로운 것은 없는 법이다. 언젠가 과거에 다 해본 일을 우리가 다시 하는 것 뿐이다. 여기에는 우리는 우리나라의 문예진흥정책을 수립키 위하여서 과거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우리나라에서 문화가 개화되었던 때가 있었다. 그것은 세종대왕의 시기였다. 1418년에서 1450년까지 재위했던 세종대왕의 눈부신 치적 중에서 그의 문화진흥정책이야말로 우리들이 오늘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할 만한 일이다. ‘문화민주화’라고 하는 개념은 우리나라에서는 세종대왕의 한글창시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그러한 국민들이 다 함께 소통될 수 있는 문자와 문법을 새로 창시한다고 하는 일은 없었다. 한글제정 자체가 우리나라의 빼어난 문화컨텐츠의 시작이요 또 절정이라고 말 할 수가 있다. 세종대왕은 학무만 숭상하지 않고 음악을 그 이론에 있어서 정리하였다. 그것이 유명한 박연의 ‘악학궤범(樂學軌範)’이라고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종대왕 자신이 명하여 작곡된 ‘여민락(與民樂)’은 연주시간만 90분이 넘는다. 당시의 한문표기법으로 작곡을 표기하는 방법까지 세종대왕의 명에 의하여서 개발되었다. 궁중음악으로서 ‘아악(雅樂)’이라고 하는 문화컨텐츠가 궁중에서만 통용되던 것이 ‘여민락’에서 대중화된 경우로 이해할 수가 있다. 즉 세종대왕의 문화정책 속에서 우리는 오늘날 우리에게 절실해진 ‘문화민주화’의 면모를 읽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즈음 프랑스에서는 민족의 영웅인 소녀장군 쟌 드아크(Jeanne d'Arc)가 나타나 국가를 외부침입으로부터 지키고 프랑스의 내부의 정치, 경제, 사회에 안정을 기하게 되자 현군인 챨스 7세가 등장하였다. 어떻게 보면 그는 프랑스의 세종대왕이기도 하였다. 영국과의 백년전쟁을 종식시키고 잃었던 프랑스의 영토들을 영국으로부터 거의 다 환수하게 된다.

그 중에 특이할 만한 사건은 영국으로부터 파리를 되찾았고 행정제도의 개선과 프랑스의 태평성대의 기초를 확립했던 것이다. 그는 귀족들의 생활과 당시의 카톨릭(기독교)의 교권을 제한하고 국민들의 신앙생활의 자유를 추구한 장본인이기도 하였다. 프랑스혁명 이전에 이미 자유, 평등, 우정 등을 챨스7세는 몸소 실천해가고 있었다. 그래서 프랑스혁명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세종대왕 때와 거의 같은 시기에 유럽에서는 프랑승서 챨스7세가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한 정치풍토를 이룩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세종대왕처럼 학문과 예술을 숭상하면서 문화진흥정책을 수립하지는 못하였다. 문화의 민주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세종대왕 시기에 지구촌 전체엣 가장 활발한 왕권에 의한 문화진흥정책이 수립되어 있었던 점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된다.

어려운 한문을 사용하지 않고 세종대왕이 창시한 한글을 사용하게 되면서 그가 처음으로 한글로 지은 ‘용비어천가(龍飛御天歌)’를 국민들은 쉽게 읽을 수가 있었고 또 그 내용을 가사로 한 ‘여민락(與民樂)’을 궁중아악으로서가 아니라 국민전체가 듣고 감동되는 국민음악으로 연주되곤 하였다. 소수의 귀족문화 내지는 궁중문화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이른바 ‘문화민주화’의 아주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