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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포용국가와 초·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
유영태 교수  |  kore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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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04  1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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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포용국가와 초·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

 

우리는 요즘 소통의 필요성을 여기저기서 강조하고 있다. 광화문 근처에는 소통부재를 증명하는 시위집단이 거의 날마다 점령하고 있다. 해마다 대기업 노조들은 임금인상에 대한 요구를 과격한 투쟁으로 관철시키고 있다. 98퍼센트가 넘는 중소기업에서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단체행동이다. 사회적 모순을 개선하고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며 행동하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다만 과거 군사독재정권과 다른 점이 있다면 중무장한 시위진압대원이 전투대열을 갖추어 발포하는 최루가스와 유혈이 낭자한 진압작전이 없어졌다는 것이 과거와 확연하게 달라진 풍경이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자신들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 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곳이 여전히 있다. 
  공장이 멈춰서고 은행도 멈춰서고 심지어 병원까지 멈춰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해집단 간 협상하려고 하지만 타협이 쉽지 않다. 서로간의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순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하자고 하면 ‘그건 모르겠고 지금 당장 해결하라’고 주장한다. 내일 협상 팀이 바뀔 수도 있고 회사경영진이 바뀌면 오늘의 협상은 휴지조각으로 될 수 있다는 불신에서 나오는 현상이다. 불신이 상식화 된 상황에서 사회적 가치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통 큰 협력을 하자는 이야기는 속절없이 힘만 빼는 결과를 낳는다. 타협과 협력, 미래를 위한 협조란 말은 우리사회에서 설득력 있는 단어가 아니다. 이런 말에 대한 가치를 학습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급변하는 세계에서 국가의 지속발전 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창의적인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강조 하고 있다. 사실 이건 옳은 판단이다. 창의적인 인재양성에 대한 필요성은 강조하지만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교육과정은 이러한 필요성과는 많은 괴리감이 있다. 창의적인 생각은 사고의 범위가 멀리 떨어진 부문의 통합에서 효율적으로 발현된다. 그래서 창의적인 역량을 키우기 위해 미술 음악 체육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초·중·고등학교 12년 과정에서 대학입시에 접근함에 따라 이와 같은 과목은 슬그머니 사라진다. 사회적 가치와 공동체 의식을 학습하는 윤리 도덕 철학 사회 역사와 관련된 과목도 고등학교 고학년으로 진급하면서 희미해진다. 의과대학에 진학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 때 IMF로부터 혹독한 구조조정을 강요받았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국민들의 머리에서 지워지고 언제나 직장에서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심어 주었다. 이 위기감의 결과로 봉급은 많지 않지만 안정적인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급상승하였다. 또 다른 현상은 안정적이면서 수입도 많은 직장으로 단연 의사가 최우선순위로 자리 잡았다. 어쩌면 이것은 당연한 변화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변화에 따라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의과대학에 진학하면 성공한 학생으로 평가 받고 의과대학이 진학하지 못하면 학교생활을 잘 못한 학생으로 취급받은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교까지의 학교생활 성공여부는 의과대학에 진학하느냐 못하느냐로 판가름이 난다. 그러니 창의성에 영향을 주는 음악 미술 체육은 사라지고 사회적 가치와 공동체 의식의 씨앗이 되고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포용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도덕 윤리 사회 철학과 관련된 과목은 기타과목으로 분류된다. 급변하는 세계에서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양성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학습하고 훈련할 기회가 약화된 것이다. 작금의 우리사회는 의사가 되는 것이 곧 성공이란 등식이 성립된 것이다. 성공에 대한 가치가 의사가 되는 것으로 획일화 되었다. 이런 토양에서는 빌게이츠, 스티브 잡스, 손정의, 마윈,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벤처 창업가의 탄생을 어렵게 만든다. 이들 모두는 의사가 꿈이 아니었다. 창의적인 생각과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인문학적 소양이 있는 사람들이 주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기반으로 협력하며 각자의 분야를 창의적이고 독창적으로 개척한 사람들이다.  
 청년실업과 일자리창출, 저출산을 해소하기 위해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현행 12년에서 10년으로 낮추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현행 교과과정을 바꾸지 않고서는 교육과정을 10년으로 낮추든지 아니면 더 늘리든지 당면한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 현행의 초·중·고등학교의 교과과정처럼 창의성을 발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음악 미술 체육이 사라지고, 사회적 가치의 다양성과 신뢰의 기반을 학습하는 윤리 도덕 사회 철학 역사와 같은 과목이 기타과목으로 분류된 교과목을 학습 한 사람이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 한 포용국가, 공평한 기회의 나라, 더불어 함께 잘 사는 국가로 거듭나기는 어렵다. 
 우리는 그간 압축성장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대량생산체계와 이에 걸 맞는 인재배출을 목적으로 표준화된 교육과정으로 제도화된 생각을 지닌 사람이 대량으로 사회에 진출하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모럴해저드와 차입경영과 팽창우선주의가 외환위기란 혹독한 경험을 하게 했다. 직장은 구조조정 되고 평생직장이란 개념을 지워버린 우리에게는 새로운 가치관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게임 체인저가 필요하고, 시장 창조자가 필요하고, 표준을 선도하는 창의적 인재가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것은 세상에 없는 것을 처음 시작하기 때문에 언제나 생소한 일과 맞닥뜨려야 한다. 생각과 가치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포용할 수 있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훈련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현재 우리 초·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처럼 의사 되는 데 수월한 교육과정이 아니라 의사가 아니라도 다양한 사회적 가치가 존중받는 교육과정으로 거듭나야 한다. 개인적인 사고의 특성과 관계없이 의과대학만 입학하면 그간의 모든 학교생활이 무엇이든 용서되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교육환경에서 학습하는 분위기에서는 창의적 성향과 인문학적 소양을 골고루 경험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교육과정의 개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교과과목의 개선이 더 시급하다.  
 세계경제포럼의 세계인적자원 경쟁력지수(The Global Talent Competitiveness Index. GTCI)로 2020년 우리나라 노사협력지수는 비교대상 132개국 중 119위로 발표 되었다. 2016년 102위와 2017년 113위 보다 더 하락한 순위이다. 소통의 부제로 언제나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환경에서 나온 결과이다. 양보와 타협, 협력과 신뢰의 가치 등을 학습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사회의 대다수 계층을 이루면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예민한 갈등을 해소하고 다양한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생각의 발현과 인문학적 소양을 학습할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 초·중·고등학교의 교과과목을 다시 들여다보아야 할 때이다.

 

유영태 교수 조선대학교 공과대학 기계시스템·미래자동차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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