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예술·스포츠
비가 오는 날이면 외 3
차용국 시인  |  koreain@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1.03.08  16:11:34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비가 오는 날이면
 

차용국

 

비가 오는 날이면
굽은 길 저편
심안(心眼) 밝은 나라로 가자

한 터널 지나면 새로운 세상의 문이 열리는데
어찌 허상의 그림 속에서
화석처럼 굳은 백골만 만지작거릴 일인가

비가 오는 날이면
나팔꽃도 붓꽃도 찔레꽃도 두건을 벗고 비를 맞는다
타는 목마름과 모진 기다림은 애절한 기우제였다

방울방울 맺힌 그리움의 속눈썹이
하늘하늘 흔들리는 오후의 강변에서
허명에 찌든 눈을 씻고 꽃들과 해후한다

 

 


고산정에서
 

차용국

 

파란 강물에 쓸려온 나뭇가지 위에서 흰두루미 한 마리가 평화롭게 가을 햇볕을 쬔다 미물의 나뭇가지도 새에게 따사로운 삶의 터전이 되어주는데 어찌하여 만물의 영장이란 인간은 잔혹하기만 한가 남한강 백사장과 떠드렁산은 안다 핏빛 광기에 중독된 집단 만행을

영원으로 가는 사다리1)가 참수당한 수십 명의 천주교 순교자들을 영원의 세상으로 인도하고 6.25양민학살현장비2)가 통곡의 그날3)을 기억하며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사람들의 넋을 위로한다 수만 년 한강이 실어온 비옥한 토지를 일구며 살던 양민들은 왜 죽어야 하는지 물어보지도 이유도 알지 못하고 신앙과 전쟁의 광기에 목숨을 잃었다

  나는 악마를 본 적이 없지만 만약 있다면 신앙과 이념의 명분으로 생명을 해코지하는 자다 나는 천사를 본 적이 없지만 만약 있다면 신앙과 이념보다 작은 생명 하나라도 구하고 보살피는 자다 신앙이나 이념 따위가 제아무리 중한들 어찌 생명만 하단 말인가 은빛 물비늘 반짝이는 맑은 남한강은 더 참혹한 이야기를 들어선 안 되겠다.

 

 1)양평 남한강변의 천주교 순교자 조형물
 2)양평 남한강변의 6.25양민학살 조형물
 3)양평 남한강변의 6.25양민학살 조형물 옆에 세운 장삼현의 시비

 

 


천마산의 봄
 

 차용국

 

이른 봄 아침 햇살 돌탑을 서성이니
수진사 와불 실눈에 너도바람꽃 피었네

겨우내 언 가슴 풀어 촉촉이 젖은 능선
나뭇잎 덮인 산길 질퍽하고 미끄럽다고

조금 더디고 힘들어도
새로운 방식으로 걸어가라 하네

삶의 여정도 그러하다고
숨 가쁘게 바람 달려와 말을 던지고

팔현리 계곡 버들피리 신곡 발표한다며
오남저수지 벌써 노을 무대 차렸네

 

 

 


붉은 산수유
 

차용국

 

두 그루 은행나무 사이로
타워가 비실비실 일어나
흐릿한 떨림을 전하는데

바람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의연한 자태로
붉은 산수유 열매는
반들반들 빛나고 있습니다

꽃샘추위도 거뜬히 견뎌낸 꽃의 후예답게
이 정도의 쌀쌀함과 쓸쓸함이
무슨 대수냐고 묻습니다

나는 얼마나 더
내공을 다지고 심안(心眼)을 닦아야만
저 붉은 빛 품격을 찾을 수 있을까요

 


□ 차용국
대륙문인협회 평론분과 위원장
연세대 행정대학원(사회학 석사)
한국문인협회, 한국가곡작사가협회 회원
시조집『사랑만은 제자리』
시집『삶은 다 경이롭다』,『삶의 빛을 찾아』등
김해일보 남명문학상, 새한일보 신춘문예문학상 등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언론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20길 15 건설회관 2층 (우)04520  |  대표전화 : 02-771-1265  |  팩스 : 02-771-1266
등록번호 : 서울중 라 00573  |  발행·편집인 : 박재진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재진
Copyright © 2021 월간 한국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