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큰스님 뜻 이어 수행과 사상 전파 주력

산청 겁외사에 사면불(四面佛) 조성
성철 큰스님의 ‘통일을 기리며’ 시비 건립으로 성지화 완성 계획
대한불교조계종 최고 법계인 대종사 품서식 - 대구 동화사에서 거행

성철 스님(1912~1993)

불교계에 큰 스승이셨던 성철 스님(1912~1993)을 평생 시봉한 대한불교조계종 해인사 백련암, 산청 겁외사, 부산 고심정사 회주 원택 스님. 살아계실 때 22년 그리고 돌아가신 후에도 28년, 도합 50년간 큰스님을 시봉한 영원한 제자 원택 스님은 평생을 큰스님의 수행과 사상을 현창하는 데 일생을 다해 왔다. 어느덧 여든을 앞두고 있는 스님은 남은 여생 동안 못다 한 현창 사업을 슬기롭게 마무리하는 것이 마지막 소임이라고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성철 스님은 종교의 가장 본질적인 목표가 영원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물질과 권력을 얻어 마음대로 하는 것을 우리들은 행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인간 세상에서 누리는 즐거움은 일시적인 것이고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결국 우리 인간들은 순간만을 쫓다가 인생을 낭비하고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종교의 의미는 바로 일시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영원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눈앞에 있는 작은 이익과 행복만을 쫓는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원택 스님. 성철 큰스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이어받아 추진해 온 사업들을 슬기롭게 마무리하는 데 마지막 열정을 다 바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평생 성철 큰스님의 동반자이자 바라기로 살아오신 회주 원택 스님에게 사찰에 대한 소개와 스님의 종교철학, 그리고 대중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와 향후 계획 등 속 깊은 진솔한 이야기들을 <월간 한국인> 12월호에서 담아봤다.

성철 대종사 열반 28주기 추모 사리탑 3천배에 앞서 은사이신 성철스님께 대종사 법계 품서를 알리는 고유식을 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 원택 스님

성철 큰스님과의 인연, 고시공부를 접고 출가 결심
대구 경북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정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수재였던 원택 스님은 1968년 대학을 졸업 후 외무고시 공부에 매진하다 친구와 함께 우연히 백련암을 방문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한다. 그때 만나 뵌 분이 바로 성철 큰스님이었고, ‘삼서근(麻三斤)’이라는 화두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였을까? 이상하게 가슴속에 큰 울림과 감명이 잊혀지지 않았던 스님은 1972년 1월 성철 큰스님을 은사로 출가를 결심, 큰스님께서 주석하시던 백련암에서 22년간 큰스님을 시봉하며 출가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린시절부터 영민하셨던 큰스님은 3세에 한문을 알고 읽으셨고 5세에는 글을 짓고 시를 지었던 신동이셨습니다. 10살 무렵에는 스님을 가르칠 만한 분이 없을 정도로 위인으로 불리셨던 분이셨지요. 큰스님께서는 세속의 모든 인연을 끊고 동산스님을 은사로 출가를 하시면서 ‘하늘에 넘치는 큰일들은 붉은 화롯불에 한 점의 눈송이요, 바다를 덮는 큰 기틀이라도 밝은 햇볕에 한 방울 이슬일세. 그 누가 잠깐의 꿈속 세상에 꿈을 꾸며 살다가 죽어가랴, 만고의 진리를 향해 모든 것 다 버리고 초연히 나 홀로 걸어가노라.’ 라는 출가시를 남기셨습니다. 큰스님이 쓰신 한 소절이지만 이 짧은 글만 봐도 절로 뛰어난 내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없이 손질하여 누더기를 보는 듯한 승복 두루마기부터 이면지를 모아 만든 메모장까지 평소 큰스님의 검소함을 배우고 그대로 본받아 온 원택 스님. 이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과 지혜를 쌓아오며 현대사회에 가르침을 전하는 데 주력해 오고 있다. “큰스님을 모시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 숙제는 못다 한 현창 사업을 잘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하나씩 완성해 나갈 것입니다.” 평생 수행 정진하며 게으름이 없이 자신을 채찍질했던 분이셨던 큰스님. 그 스님 곁엔 언제나 그림자처럼 원택 회주스님이 마주하고 있었다.

대구 동화사 통일대불전에서 봉행된 대한불교조계종 대종사 및 명사 법계 품서식

평생 지키기 어려운 나의 좌우명,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마라! 
“제가 출가를 결심하기 전, 부처님께 만 배를 다 한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성철 큰스님을 뵈었던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저는 생생합니다. 만 배를 다 마치지는 못 했지만 큰스님께 평생 가슴에 새기고 살아갈 좌우명을 하나 내려 주십사 하고 청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큰스님께서는 그저 ‘속이지 말그래이!(속이지 마라)’ 라는 한마디 말씀만 해주셨습니다. 만 배를 한다고 소나기를 맞은 것처럼 흠뻑 땀에 젖은 후 인생을 관통하는 뭔가 큰 말씀을 주실 거라고 기대했던 저로서는 고작 속이지 말라는 말씀만 하셔서 너무나 실망했습니다. 집이나 주변 사람들에게서 흔하게 들어오던 말에 불과했고 또 지금까지 살아오며 남을 속이고 살지는 않았다고 자부했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세월을 지내면서 곰곰이 다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큰스님께서 말씀해 주셨던 “속이지 마라!”는 말씀은 남을 속이지 않는 정직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뜻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니 살아오면서 남을 속이고 산 일은 없지만, 나 자신을 속이고 산 날은 너무도 많았던 기억에 부끄러움이 한없이 밀려왔습니다. 큰스님께서 하신 말씀을 ‘남을 속이지 마라’가 아니라 ‘자기를 속이지 마라’고 해석하니 이것은 제가 평생 지키기 힘든 좌우명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남을 속이지 않는 것은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삶의 문제이지만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은 인생관의 문제이고, 삶을 바라보는 철학의 문제입니다. 이후 저는 스님께서 내려주신 그 말씀을 좌우명으로 삼아 평생을 지키려고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불자들 역시 이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퇴옹당 성철 대종사 열반 28주기 추모 사리탑 3천배

다방면 활동으로 불교계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오다.
학문적 식견이 남달랐던 성철 큰스님은 지난 1981년 종정으로 취임 후『선문정로(禪門正路)』를 출판하고, 보조국사의 돈오점수론을 비판하고 돈오돈수론을 주창하였다. 이로 인해 불교학계는 20여 년에 걸쳐 돈점논쟁(頓漸論爭)이 치열하게 일어났다. 원택 스님은 돈오돈수의 학술적 의미를 조명하고자 1993년 10월 해인사 보경당에서 국내외 선불교 학자들을 초청, ‘선종사에서 돈오사상의 위상과 의의’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를 개최하였다. 또한 큰스님의 독려에 힘입어 현대인들에게 선의 바른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한글 선서집인 ‘선림고경총서(禪林古鏡叢書)’를 기획하여 선어록 한글 대중화에 큰 족적을 남기셨다. ‘선림고경총서’ 37권은 한글 대장경 역경 사업 이후 최대의 역경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아울러 ‘성철스님법어집’ 11권을 출판하여 불자에게는 신심의 깊이를 더해 주고, 일반인들에게 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 특히 2001년 5월에는 당시 중앙일보 문화국장의 권유로 ‘산은 산, 물은 물 - 곁에서 본 성철스님’이라는 제목으로 6개월간 중앙일보에 시자기(侍者記)를 연재하였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해 12월에 『성철스님 시봉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김영사에서 두 권짜리 단행본으로 출판, 이 책은 약 35만 부가 판매되는 등 대중들에게 큰스님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 받은 인세를 모아 지금의 성철스님기념관 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스님은 살짝 귀띔했다. 대외적 활동으로 스님은 지난 1999년 1월부터 2002년 11월까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부장 소임을 지냈는데, 특히 총무부장 재임 기간 중에 ‘총무원장 권한대행(1999.10.18.~11.23)’을 맡아 종무행정을 총괄하며 총무원장 선거를 원만히 치러 종단 안정에 기여하였고, 다시 총무부장을 맡아 ‘최장수 총무부장’이라는 후일담을 듣게 되었다. 또한 2002년부터 4년간 13대 종회의원으로 활동하고, 2004년부터 2년간은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을 역임하며 불교계의 발전을 이끌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사단법인 파라미타청소년협의회 3대 회장을 역임하였고, 이 기간 동안에 단체가 성장하여 ‘대한민국청소년보호대상’을 받게 되었다. 2005년부터 2017년까지는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이사와 부회장 등을 맡으며 청소년 포교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건전한 재원들을 배출하는 데 노력해 오셨다.

겁외사 마당에 설치된 성철 스님 법어 "자기를 바로봅시다"(1982년 부처님오신날). 성철 스님은 부처님오신날에는 한글로 법어를 내리셨다

“청소년 포교는 우리 불교계 미래입니다. 미래의 불자를 양성하는 씨앗을 심고 가꾸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 활력소를 증진시키기 위해 힘을 보태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 밖에도 스님은 2018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본부장을 맡아 2021년 2월까지 소임을 살았으며, 재임 기간 중이던 2018년 가을 평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는데 이때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으로 대한불교조계종을 대표해 특별 수행원으로 동행하였다. 특히 재임 기간 중에 ‘분단 75년 특별기획사진전, 북한 민족문화유산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제목으로 특별 사진전을 개최하고, 성과를 묶어 『불교와 금강산』이라는 책을 비매품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평생을 큰스님을 위해 살아오면서도 마지막까지 그 분의 길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원택 스님

큰스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백련암과 겁외사의 의미
현재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원택 스님은 성철 큰스님의 뜻을 기리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큰스님 생전에 백련불교문화재단을 설립, 운영 중에 있다고 밝히며 그 효시가 되었던 사찰에 대한 소개에 대해 잠시 말문을 이었다. “큰스님이 머무시던 백련암은 지난 1605년 서산휴정의 제자인 소암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암자로서 수많은 수행승들이 거쳐 간 대표적인 수행도량입니다. 백련암에는 부처님의 얼굴을 닮은 불면석(佛面石)이 우뚝하게 서 있으며 백련암을 거쳐 간 모든 수행자들이 이 불면석을 보며 성불(成佛)을 꿈꾸며 수행에 정진하고 있습니다.” 성철 큰스님은 1966년 가을 문경 김룡사에서 백련암으로 주석처를 옮긴 후 1967년 7월에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추대되어 열반에 드시는 순간까지 이곳에서 주석하였다. 평소 가야산 호랑이라고 불렸던 큰스님은 수행자들에게 유달리 엄격했다. 
“평생 곱게 단청한 좋은 곳에서는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작은 암자인 백련암에서 주석하셨던 분이십니다. 그래서 저희들에게는 더욱 뜻깊은 사찰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분의 머문 자리 속에 수행과 사상이 바로 서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3천배의 신행 전통이 살아 있는 특별한 사찰인 이곳은 큰스님을 뵙기 위해 반드시 3천배를 해야만 하는 곳이었다. 스스로 절을 통해 마음을 다잡은 후 비로소 스님을 만나뵐 수 있었다고 한다.
큰스님께서 입적하신 뒤 문도와 신도들의 슬픔과 좌절을 신심과 수행으로 전환하기 위해 ‘7일 7야 8만 4천배 참회기도’를 기획하였고, 큰스님 열반 기일 때마다 매년 진행하고 있다. 이 기도를 기점으로 큰스님의 수행과 사상을 기리는 기념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밝힌 원택 스님은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사리탑을 조성하고 1998년 11월 8일 큰스님 열반 5주기를 맞이하여 사부대중이 모여 회향법회를 봉행했다.
출가 50년이 되는 부처님의 제자이자 성철 큰스님의 상좌로서 올해 스님에게는 무엇보다 기쁜 일이 있었다. 바로 조계종 최고 법계인 대종사 품서식이 지난 10월 21일 대구 동화사에서 거행된 것.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식이 미뤄지다 이번에 진제 종정스님과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모시고 대종사 법계 품서식을 진행하였으며, 마침 그 날이 큰스님 열반 28주기 추모 입재날이기도 해 원택 스님으로선 더욱 가슴이 뜨거운 날이었다고 회고했다.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으로 대한불교조계종을 대표해 특별 수행원으로 동행 (2018년 평양 - 제3차 남북정상회담)

성철 큰스님이 주신 3가지 가르침, 지키고 실천해 나갈 것
원택 스님은 큰스님께서 강조한 3가지 원칙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지금까지 삼고 지켜나가고 있다. 바로 자기를 바로 보는 것, 남을 위해 기도하는 것. 그리고 남모르게 남을 돕는 것이다. “자기를 바라보는 것은 큰스님께서 평소 강조하신 불교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밖으로 부처를 찾고 하나님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진짜 부처님은 내 안에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바로 볼 수 있으면 내가 곧 부처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것을 깨달을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평화로워집니다. 우리 눈에 낀 먼지만 걷어내면 바로 부처인 것입니다. 둘째, 남을 위해 기도하라는 것은 ‘나’라는 자기 중심의 이기성을 벗어던지고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실천하라는 뜻입니다. 지금 세상은 온통 갈등과 대립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남을 위해 기도할 때 온 세상은 적이 아니라 한 가정이 될 것입니다. 셋째, 남모르게 남을 도우라는 것은 『금강경』에서도 강조하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정신을 말합니다. 남을 돕고,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되 ‘무심(無心)’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베풀 때 비로소 나와 남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서른을 앞둔 나이에 성철 큰스님을 만나 22년 성철 큰스님의 그림자처럼 살아왔고, 지천명의 나이에 스승을 떠나보냈지만 다시 30년 가까이 스님의 뜻을 전해오며 어느덧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테를 마주한 원택 스님. 평생을 큰스님을 위해 살아오면서도 마지막까지 그 분의 길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원택 스님의 말속에서 진심으로 스승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님의 뜻대로 마지막 숙제가 차질없이 이뤄져 가길 <월간 한국인>에서도 함께 응원하고 기원해 본다.  

원택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 성철 큰스님의 뜻에 따라 1987년 설립된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해인사 백련암, 산청 겁외사, 부산 고심정사 회주를 맡고 있으며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환경조형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최근 성철 큰스님 입적 전해인 1992년 출간한 성철 스님 법문집 『백일법문』이 대업으로 평가되며 22년 만인 최근 그 개정증보판을 내 화제가 되고 있다. 

해인사 백련암, 산청 겁외사 회주 원택 대종사 인터뷰

Q. 불교가 나가야 할 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종교는 이 시대의 등불이자 길잡이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릇된 길을 가는 이들을 바로 잡아주며 올바른 길을 안내하는 나침반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각박하고 자기중심 사회 속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이타적인 마음을 나누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갈 수 있도록 불교계뿐 아니라 종교계 전반에서 각성하고 본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요. 

Q. 스님께서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불교에서는 행복을 ‘소욕지족(小欲知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들은 권력을 가지게 되면 더 큰 권력을 탐하게 되고 물질 역시 많아질수록 더 큰 욕심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끝없는 욕심을 주체하지 못해 끝내는 좋지 않는 결말을 맺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기심과 욕심을 멈출 줄 아는 절제력. 쉽지 않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자세입니다.

Q. 겁외사 창건은 어떤 의미인지 설명을 해주신다면?
A. 일차적으로 성철 큰스님을 기리고 추모하는 의미가 있으며 근본적으로 성철 큰스님께서 중생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셔서 불법의 큰 진리를 깨달아 위대한 스승이 되신 것입니다. 『법화경』의 표현을 빌자면 ‘개시오입(開示悟入)’하신 것입니다. 몸소 중생의 모습으로 오심을 보여주시고, 수행하여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거룩한 삶을 몸소 보여주신 것입니다. 산청군수의 요청으로 불필(不必)스님께서 큰스님 생가를 복원하여 율은고거(栗隱古居)를 세우고 겁외사(劫外寺)를 창건하신 뜻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 뜻을 이어 불자와 일반인에게 더욱 신심 깊은 성지가 되도록 하기 위하여 성철스님기념관을 건립하고 이번에 사면불을 모셔 성지(聖地)를 완성해 나가려는 뜻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 분의 중생으로 와서 깨달음을 얻고 세상의 큰 빛이 되신 큰스님의 삶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성불의 원력을 세우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 저와 문도 스님들의 뜻입니다.

Q. 끝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A. 부처님 법대로 살아오셨던 성철 큰스님의 뜻을 기리고자 추진했던 성지화 불사를 마무리 할 것입니다. 지난 11월 6일에는 이미 겁외사에 사면불을 조성했고 그 옆에 큰스님의 ‘통일을 바라며’라는 헌시를 새긴 시비를 건립할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불법이 사해에 충만하고 남과 북이 자유 왕래를 이루어 마침내 국운이 세계로 퍼져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