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성격차이를 연구하다 진화생물학에 뛰어든 변호사 권성희,

“다윈은 틀리고 라마르크가 옳다”

변호사 권성희

2021년 가을, 경우에 따라 세상에 놀라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책이 조용히 출간됐다. 생물학의 마지막 미지의 영역인 ‘성의 진화’를 풀었다고 주장하는 책으로 저자는 가사전문 권성희변호사다. 제목이 ‘생활사 상속으로 본 성의 진화와 용불용으로 본 종의 분화’로 이 책을 쓰기 위하여 무려 5년간 400권의 생물학책을 숙독했다. 저자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 ‘자연도태설’을 인정할 수 없었는데 생물이 외부 자연에 선택되거나 버려지는 결과 적응한다는 소극성이 생물의 강인한 생명력과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환경이 달라지면 기관을 달리 사용하여 진화한다는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에서 생물의 능동성이 느껴져서 타당하게 여겨졌다. 하나 현재 세계 생물학계를 지배하는 것은 다윈의 진화론이므로 저자는 자신만의 의문을 풀기 위하여 홀로 생물학 공부에 뛰어들었고 이 책이 바로 그 결과로, ‘다윈은 틀리고 라마르크가 옳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한다.  

<다윈 진화론과 라마르크 진화론의 비교>
다윈 진화론과 라마르크 진화론은 진화의 주체를 누구로 보느냐 및 삶의 세계관을 어떻게 보느냐에서 큰 차이가 나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다윈은 진화의 주체를 유전적 차이를 가진 개체 즉 유전자로 보지만, 다만 이들 중 환경에 유리한 것이 선택되는 등 자연이 진화를 끌고 가므로 선택된 유전자는 다만 진화의 결과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이론상 개체가 선택된다면 굳이 종이 성립될 이유가 어디에 있으며 종이 성립된다 해도 금방 해체될 것이다. 다윈은 자연선택 외 동물의 수컷의 성적이형성이 암컷의 선택에 의해 진화했다는 성선택까지 주장하지만 자연선택과의 상관관계는 논하지 않는다. 다윈 진화론의 복잡성과 모순성에 비해 라마르크의 이론은 단순하다. 라마르크는 진화의 주체를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부응하는 종의 구성원인 암수 즉 생명체 자체로 보며, 이들이 동시에 형질을 획득하여 후손에게 유전함으로써 진화가 완성되므로 진화는 종 단위로 발생한다.
다윈은 자연을 ‘피투성이 이빨과 발톱’으로 물어뜯는 ‘생존경쟁’의 장으로 보지만, 전적으로 우연하게 발생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 중 환경에 가장 적합한 것이 수동적으로 선택되어 번식하여 진화하는 것과 생존경쟁 사이에는 모순이 보인다. 라마르크 진화론에서는 종의 암수가 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동시에 형질을 취득하므로 종은 생태적 지위를 짓는다. 생태적 지위는 종마다 더 안정되게 살기 위하여 독점적인 생존방식과 번식방식을 지음으로써 생존경쟁을 회피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저자는 생물에게 생존은 지고의 가치로 번식조차 생존을 침해하지 않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추가로 발견했다. 즉 기관의 용불용이 ‘선생존 후번식’ 순서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다윈과 라마르크는 진화의 주체에서 유전자와 생명체 자체로, 세계관에서 생존경쟁과 경쟁회피로 양극단에 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위 두 입장 중 어느 것이 옳아 보이냐’고 묻는다. 그런데 왜 생물학자들은 눈에 보이는 쉬운 결과를 보지 않고 한사코 어려워 보이는 다윈 진화론이 옳다고 믿을까? 

Q1. ‘성의 진화를 알지 못하고 종분화를 논할 수 없다’라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요.
A1. 저는 진화론을 공부하던 중 생물학의 마지막 난제가 동식물이 유성생식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운 좋게도 2년 정도 공부 후 성의 진화를 발견하였고, 그러고나니 성의 진화를 먼저 알지 못하고는 종 분화를 알 수가 없겠더군요. 종 분화란 종의 구성원인 암수가 형성되는 원리거든요. 성의 진화야말로 생물의 주체적인 적응의 결과였어요. 원생생물은 생존조차 어려운 시기에 선조생물인 원핵생물의 생활사를 상속하여 생존과 번식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 유성생식을 진화했어요. 다세포생물은 유전적으로 다양한 개체를 산출하기 위하여 유성생식을 활용했고요. 다세포생물의 유전적 다양성은 그 자체가 목적이지 다윈식의 선택을 위한 재료가 절대로 아니었어요. 다세포생물이 암수 양성인 이유는 기형이나 불임을 방지하기 위한 과접합방지책입니다. 동물은 이동하며 살고있으므로 타가수정의 확실화 대책으로 암수가 분리되어 있어요. 붙박이 삶을 사는 식물이 암수한몸인 것과 다르지요. 원생생물은 두 생식세포를 동시에 만들었는데 이들이 다세포화 인자를 취득하여 진화한 다세포생물도 정자와 난자를 동시에 만들 수밖에 없으며, 다세포생물에서 정자와 난자를 만드는 배우체가 바로 암수이므로 암수가 동시에 진화하는 것이죠. 제가 발견한 바에 의하면 라마르크가 옳고 다윈 이론은 한군데도 맞지 않는 엉터리였습니다. 

Q2. 변호사가 진화생물학을 공부하다니 믿어지지 않는군요. 
A2. 변호사 생활 초기부터 이혼소송을 했는데 어느 순간 부부가 정반대성격끼리 결합하는 현상을 발견했죠. 성격차이가 최대 이혼사유임에도 말이에요. 마냥 신기해보이던 이 현상의 이면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저 자신이 이혼 위기에 처했을 때였어요. 지구 최고의 지적 존재인 사피엔스의 행동이니 필시 숨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 보아 인류의 두뇌진화과정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저의 짐작이 맞았죠. 인간은 남녀를 불문하고 경제력을 중시하는 이성형과 공감능력을 중시하는 감성형으로 진화했고, 부부는 위 두 가지를 다 갖추기 위하여 다른 성격끼리 결혼한다고 보아 이를 저 자신에게 적응하여 이혼 위기를 극복했지요.

Q3. 과학계로부터 인정을 받았나요.
A3. 일본 진화생물학자 하세가와 에이스케에 의하면 새로운 이론은 괴짜의 잠꼬대같이 등장하여 사람들 사이에 서서히 퍼지다가 어느 순간 모두가 옳다고 하면 패러다임이 전환되어 과학이론으로 인정된다고 합니다. 저의 5년의 노력이 그와 같은 과정을 밟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