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는 함께 하는 사람을 자랑스럽게 만든다.

우리는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다. 작고 사소한 일일지라도 관심을 갖고 아픔도 함께하며 공감해 주는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이런 사람이라면 희망찬 앞날을 만드는데 고난도 기꺼이 함께 하고 싶어 한다. 마음에 품고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밧줄로 수레를 묶어 앞에서 이끌 수는 있지만, 밧줄을 뒤에서 밀어서는 수레가 꼼짝하지 않는다. 지도자는 이끄는 사람이지 뒤에서 미는 사람은 아니다. 관계의 밧줄로 단단하게 연결하여 앞에서 이끄는 사람이다.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이나, 투표로 선출된 정치인, 군대에서 높은 계급의 지휘관이라 할지라도 진정한 지도자로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그들은 단순히 직업과 직책을 수행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자는 사회적 제도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역사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목소리가 크고 강압적인 사람이나 높은 관직에 있었던 사람이 지도자의 이미지로 우리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돈 많이 버는 커다란 규모의 기업인을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지도자라고 일컬어지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반면에 도산 안창호, 백범 김구, 다산 정약용, 충무공 덕암(德巖) 이순신 이런 사람들은 당대의 세도가도 아니고 조정으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던 사람도 아니었다. 당대에 이들보다 막강한 실권을 휘어잡고 권력을 휘두른 사람이 많았었는데 이들은 후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고 핍박 속에서도 백성의 아픔을 가슴으로 껴안고 감동의 밧줄로 서로 연결하여 함께 고난을 돌파했던 사람들이 지도자로서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들은 자신을 스스로 치켜세우거나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던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들의 고난과 어려움을 먹먹한 가슴으로 껴안는 공감 능력이 탁월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행동이 사람들로 하여금 감동하게 하였고 우리는 이들을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 주변에 특별하지 않은 사람을 존중하고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이 귀하게 쓰이도록 비전을 심어주는 사람이라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지도자는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주변의 평범한 사람이 소질을 발휘하도록 도와주어 스스로 소중한 사람이란 자긍심을 심어주는 사람이다. 
관현악단 지휘자 중 에스트라다(Andres Orozco Estrada)란 사람이 있다. 그가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도자의 면모를 보게 된다. 에스트라다는 1977년 콜롬비아에서 태어나 바이올린 연주자 겸 지휘자로 오스트리아 국적도 함께 가지고 있는 2중 국적자다. 에스트라다가 지휘할 때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현악단 동료들이 각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단원에게 신호를 보내는 자신감 있는 몸짓을 본다. 그는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분명한 몸동작으로 군더더기 없는 선명한 신호를 보낸다. 그가 보내는 자신감 있고 분명한 신호에 따라 단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끈다. 지휘가 마무리되고 청중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내면 그 갈채를 받아야 할 마땅한 사람은 함께하는 단원임을 공손한 방법으로 표현한다. 단원들은 에스트라다가 지휘하는 단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즐겁고 영광스럽다는 느낌을 그들의 표정에서 읽는다. 개인별로 자신들이 수행한 역할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도록 청중들의 박수갈채를 유도하며 단원들을 진정성 있는 몸짓으로 소중하게 소개하는 모습에서 지도자상을 보게 한다. 사전에 연습할 때는 어떤 분위기인지 알 수는 없지만, 공연을 마치고 난 뒤 단원들의 표정에서 절대적 신뢰와 멋진 연주를 함께 훌륭하게 해냈다는 만족스런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이와 대조적인 최악의 지도자는 모든 것을 자신이 다 알고 있는 듯한 태도로 자신을 중심에 두고 자신은 언제나 올바른 판단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시에 따르라고 강요하는 듯한 사람이다. 그들은 이를 카리스마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카리스마적인 기질은 강압하고 독단으로 결정하는 행동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카리스마는 절대적인 신뢰에서 오는 것이지 강압적이고 독단적인 행동을 결코 카리스마라고는 할 수 없다. 지도자가 지도자로서 생명을 잃어가는 지름길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지나쳐 자기중심적인 교만과 경솔함으로 나타나기 시작이다. 교만해지면 자신이 모든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배움이 멈추게 된다. 본인은 배움을 멈추었지만, 세상은 단 한 순간도 성장을 멈추거나 지식생산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각자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같은 사안도 개인별로 다르게 보고 생각하며 세상일을 엮어 가는 것이 세상사이다. 
개인이 아무리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할지라도 자신이 살아온 환경에서 배운 개인적인 경험과 학습의 범위 내에서 생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개인의 시간과 공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적으로 유한한 한계를 가진 사람이 자기가 속한 세상의 틀에서 벗어난 생각이나 행동을 하기란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환경에 적응하며 나타난 행동 결과이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경험으로부터 오는 다양성 때문에 세상은 공평하다. 각자 개인마다 태어나 자란 환경의 차이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부모에게 무한한 신뢰를 갖는 이유는 부모님이 우리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사랑스러운 이유는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는 만큼 연인도 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행동하면 그 사람에게 신뢰를 보낸다. 결국 지도자는 함께 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소중한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지도자는 사람들을 위하여 해야할 일에 대한 성격과 범위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일에 대한 범위와 성격을 잘 알고 있어 분명한 신호를 가장 알맞은 시간에 머뭇거리지 않고 지체없이 보내는 사람이다. 해야 할 일의 범위와 성격을 모르면 불안해하고 때로는 공포가 되기도 한다. 공포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고통이 아니라 무지에서 오는 잘못된 환상이다. 환상은 실체가 없어 환상이다. 지도자는 환상과 싸우는 게 아니라 현실의 세계에서 열정과 의지로 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이루며 함께 하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만드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