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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사또의 재판
조성민 교수  |  kore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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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5.10  11: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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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살롱-생활의 지혜)
 
 
 『신임 사또의 재판』
 
조 성 민 (한양대학교 로스쿨 명예교수/대륙문인협회 이사장)
 
 
▲사람 ‘인(人)’자의 의미
 비 갠 후에 먼 산을 바라보노라면 푸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갖게 한다. 특히 푸른 녹색의 계절에는 수목이 검푸른색을 뿜어내어 마음속에 시원함을 더해 준다. 산야의 초목도 개체보다는 전체로서 조화를 이루듯, 사람도 혼자서 생활하는 것보다는 두 사람 이상이 모여 협조하고 힘을 발휘할 때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한자의 사람 「人」자를 보면 두 사람이 서로 의지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은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고, 타인과 주위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을 뜻한다. 
 어느 동네에 맹인과 걷지 못하는 거지가 있었다. 맹인은 건강했으므로 걷지 못하는 사람을 업고, 걷지 못하는 사람은 맹인의 눈이 되어 서로 도우며 구걸하였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은 지내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걷지 못하는 사람이 맹인을 속여 얻어온 밥을 더 많이 먹었다. 그러자 맹인은 야위어 가고 기력이 쇠잔했다. 어느 추운 겨울날 먹을 것이 떨어져 두 사람은 눈보라를 헤치며 구걸을 나갔다. 그런데 맹인은 등에 업은 동료가 그렇게 무겁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동안 제대로 먹지 못하고, 걷지 못하는 사람은 너무 살이 쪘기 때문이다. 얼마를 가다가 맹인이 넘어져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얼어 죽었다.
 사회가 명랑하고 건전해지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상대방을 위한 관점에서 봐야 한다. 남을 배려하는 사람에게는 마법 같은 힘이 생긴다. 먼저 양보하고 배려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개인성과 사회성
 사람은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이고, 집단생활로써 그 생존을 유지발전 시켜나간다. 그런데 사람의 본성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람의 육체적 본능에서 오는 ‘개인성’이다. 이 개인성에 의해 각자의 욕망을 채워나간다. 다른 하나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집단적 요구에서 오는 ‘사회성’이다. 이 사회성에 의해 각 개인은 질서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협조를 한다. 
 어떤 사람이 건널목이 멀리 떨어져 있는 길을 건너려고 할 때, 무단횡단을 하려고 하는 마음이 개인성의 발로이고 교통질서를 지키기 위해 귀찮지만 건널목으로 건너가고자 하는 마음이 사회성의 발로이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속에는 항상 개인성(무단횡단)과 사회성(건널목으로의 횡단)이 충돌한다. 나아가 개인과 개인의 이해관계가 얽히면 개인성의 표출이 심해지고 개인 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질서가 파괴되기 때문에, 토마스 홉스가 말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 (A war of all against all)”를 유발시킨다. 그러므로 사람이 공동생활을 하는 데는 질서유지가 필요하다.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규범
 질서유지를 위해서는 각 개인이 연로한 부모를 부양하는 것처럼 「사람이 하여야 할 일」이 있고, 다른 사람을 폭행하면 안 되는 것과 같이 「사람이 하여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이렇게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이 해야 할 준칙을 규범이라고 한다. 규범에는 관습ㆍ종교ㆍ도덕ㆍ법 등이 있다. 법과 다른 규범의 차이점은 국가권력에 의한 강제가능성의 유무이다. 
 예를 들어 뺑덕어멈이 심청아버지의 금가락지를 훔쳤다면 종교나 도덕에서는 “뺑덕어멈은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을 가할 수 있을 뿐 강제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이에 반해 법에서는 “절도죄”로 처벌할 수 있으므로, 법이 다른 사회생활 규범보다도 가장 강력하게 사회질서를 유지 시키는 기능을 한다.
 
▲법은 물이다(법성여수 : 法性如水)
 법은 국가권력의 강제력이 수반되기 때문에 사회규범을 대표하므로, “사회가 있는 곳에 법이 존재한다(Where there is society, there is law).” 법이란 정의를 상징하는 동물인 해태가 선과 악 중에서 악을 제거(去)하고 선을 행하여서 물(水)과 같이 공정하게 하는 사회생활 규범을 말한다 (水 +去 = 法). 
 따라서 사회질서가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법의 적용이 엄격하고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즉 법의 적용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해야 한다. 또한 법을 집행할 때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공정한 법집행이 이루어지면 만인이 그 결과를 인정하고 승복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법성여수(法性如水)”, 즉 “법의 성질은 물과 같다(법은 물이다)”는 말을 누구나 공감하게 될 것이고, 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느 경우에나 법의 적용이 엄격하고 법집행이 공정하게 이루어질 때, 법치에 의한 민주사회 건설이 진정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공정한 법집행의 중요성
 어느 마을에 조그만 엿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엿을 맛있게 고아서 그 마을사람들에게 공급했기 때문에 엿 장사는 인기가 대단했다. 그런데 엿을 만들 때 쓰는 원료인 엿기름은 그 마을에 사는 농부로부터 공급받고 있었다. 어느 날 엿 장사가 엿기름의 양을 보니 예전과 달리 적어 보였다. 그래서 저울에 달아보았더니 계약내용에 못 미치는 양이었다. 엿 장사는 화가 몹시 났지만 참아가며 다음 날에도 달아보고 계속하여 한 달 동안 달아보았는데, 역시 정량에 부족했다. 계산하여 보니 한 달 동안 약 100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엿 장사는 농부가 양을 속여 부당이득을 취했으므로, 부당이득금으로 100만 원을 반환해 줄 것과 사기죄로 처벌해 줄 것을 내용으로 포도청에 고소를 했다. 재판을 맡게 된 그 고을의 사또는 욕심이 많아 엿 장사로부터 종종 뇌물로 금품을 수수하고 또 잘 아는 사이였으므로, 엿 장사 말만 듣고 그 죄를 인정하여 농부를 옥에 가두었다. 
 얼마 후에 욕심쟁이 사또가 다른 곳으로 전근 가고 새로운 사또가 부임했다. 신임사또는 전임자와 다르게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인 영달을 추구하려는 욕망이 없는 원칙론자였다. 그리하여 농부가 정말로 죄를 지었는지에 관하여 재조사를 하게 되었다. 재조사 과정에서 신임 사또는 농부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농부의 집에는 저울이 없었다. 그런데 마침 엿 장사가 제공하는 엿의 양이 자기가 공급하는 엿기름의 양과 똑같기에 천칭을 만들어, 엿의 무게와 똑같은 무게의 엿기름을 엿 장사에게 공급했다. 엿기름 양이 정량보다 적은 이유는 엿 장사가 처음에는 정량의 엿을 만들어 마을사람들에게 공급하다가, 장사가 잘되니까 엿을 양을 속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임사또는 농부를 풀어주고 대신 엿 장사를 옥에 가두었다.
 
▲공직자의 자세
 신임사또와 같이 모든 공직자는 옳고 그름을 엄격히 구별하여 원칙과 명분 있는 행정을 펼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변칙을 행하는 사람보다는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 공직사회에는 현대판 솔로몬이 많으면 많을수록 선량한 시민들은 살맛을 찾게 될 것이다.
 
 
조 성 민 교수
 
한양대학교 로스쿨 명예교수(법학박사)
대륙문인협회 이사장(시인/수필가)
황조근정훈장 수훈
 
전)한양대 법과대학/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양대 학생처장/대외협력처장
   국가경찰위원회 위원
   성산효대학원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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