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드릭 릴랑가 방한, 23년 5월 ~ 23년 7월말까지

다채로운 시대상을 표현하며 따뜻한 그림으로 영향력을 미쳐... 

헨드릭 릴랑가

한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그림이 실려 화제를 모았고, 한국에서의 전시회를 통해 많이 알려진 탄자니아의 화가 헨드릭 릴랑가(Hendrick Lilanga). “몸은 탄자니아에 살고 있지만, 마음은 한국에 있다”는 소감으로 한국 관객을 반갑게 만난 헨드릭 릴랑가가 다시 한국 땅에 발을 디딘다. 

그의 그림은 아프리카 문화에 깊은 뿌리를 두고, 여러 나라를 방문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와 예술에서 영감을 받아 접목하는 등 다채롭고 시대상을 잘 그려낸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대가이다. 아프리카 특유의 유쾌함과 인간관계, 가족관계를 이해하려는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는 헨드릭 릴랑가는 가족에 대한 사람과 행복은 자기애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동기를 가지고 가족을 귀히 여기는 것, 자신을 위로하고픈 마음과 어려운 현실 속에서 누군가가 내 옆에 있다는 것이 바로 힘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의 이 고통이 잠시 스치는 신의 노여움임을 수긍하게 하여 오늘을 이기게 하는 그 힘의 한가운데에 가족이 있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메시지로 던진다. 

헨드릭 릴랑가(이하 헨드릭)는 꿈을 품은 작가이다. 그에게 그림은 꿈을 가시화시키는 과정이기에 그에게 있어서 꿈은 곧 그림이다. 그런 헨드릭에게 남다른 점이 있다면 꿈속에 꿈이 있고, 그림 속에 그림이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이야기의 중심에는 항상 인간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헨드릭이 이야기하는 휴머니티이고, 곧 그림이 되고 그림은 꿈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을 품고 싶어하는 마음이 담긴 그림이 바로 꿈이 되는 순간이다. 그림이 꿈의 내용이 되어 예쁜 옷을 함께 입고, 거리를 함께 활보하고, 함께 춤을 추고, 함께 병원에 간다. '함께'라는 말이 바로 그가 말하는 휴머니티의 구체성인 것이다.  

휴머니티라는 말은 참으로 어려운 말 같지만, 헨드릭에게는 명료하면서도 경쾌하다. 그저 오늘에 대해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다. 지나간 시간은 이미 지나간 것이고, 실체를 알 수 없는 내일에 대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제에 집착하고, 내일에 근심을 둔다면, 오늘은 위축될 수밖에 없어 상실로 이르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휴머니티도 더불어 상실이다. 주어진 오늘에 대해 최선을 다하자는 말에서 아프리카의 낙천성은 이미 그의 그림이고, 이미 그의 꿈인 것이다.

그의 그림은 바로 행복한 가족, 즉 ‘우리’라고 말한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우리’라는 말을 유난히 많이 사용한다. 이는 나와 남을 동일시하려는 즉 인간관계를 가족관계로 이해하려는 세계관의 표현이다. 그런 점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과 행복은 자기애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동기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유난히 가족을 귀히 여기는 것, 이는 자신을 위로하고픈 마음 즉, 어려운 현실 속에서 누군가가 내 옆에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바로 힘이고 꽃임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내 옆 가장 가까이 있는 아내나 자식이 바로 생명이 되는 것, 지금의 이 고통이 잠시 스쳐가는 신의 노여움임을 수긍하게 하여 오늘을 이기게 하는 그 힘의 한가운데에 가족이 있다는 것을 헨드릭은 이야기하고픈 것이다.

헨드릭은 4명의 자녀가 있고, 세 명을 더 입양해 살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표현할 만큼 절대적인 존재이다. 그림을 그릴 때나 그리지 않을 때, 즉 언제든지 그의 시선은 항상 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이들의 작은 기쁨, 작은 놀람, 작은 슬픔조차도 순간을 놓치지 않고 주목한다. 심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상대의 심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행위, 이 모든 것이 헨드릭이 그리는 그림의 주제가 된다. 그림 속의 다양한 표정은 결국 아이를 닮고 싶어 하는 헨드릭의 꿈이 담겨 있다. 현실은 그런 아이의 모습 대신 감추고 속이는 어른을 강요하는 데서 헨드릭의 깊은 속내가 더욱 빛을 발한다. 헨드릭은 아이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뒷받침하며 재능있는 아이들을 위해 미래에는 어린이 미술학교를 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림이 던지는 메시지로 많은 이들이 동감해... 
그의 그림에는 세 가지 스타일이 있다. 컬러풀한 그림, 파스텔톤의 그림, 모노톤의 그림,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작업하고 있다. 악기가 들어가면 ‘페스티발’, 일상의 모습을 담으면 ‘해피 패밀리’, 옷차림이 튀고 모자나 핸드백이 등장하면 ‘패션쇼’, 자동차에 동물들이 등장하면 ‘사파리’ 등 그렇게 여러 제목이 붙여지면서 작품들은 생명 활동을 하듯이 많은 사람과 함께 호흡한다. 

헨드릭의 ‘패션쇼’란 주제는 아이덴티티에 대한 이야기이다. 멋진 옷을 입고 거리를 나설 때 누군가의 주목을 받는 것, 그것은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즉 나는 너와 다르다는 자기 정체성을 말하기 위함이다. 남과 구별되는 자기 고유의 그 무엇이 옷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헨드릭의 패션쇼는 드라마틱한 내용을 지니게 된다. 피부색을 다양하게 표현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어제의 마음과 오늘의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색으로 나타냈는데, 헨드릭은 여기에서 ‘삶이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할 때 비로소 자기 가치가 빛난다.’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피부색은 자기 정체성을 추구하는 또 다른 통로의 모습이기도 하다. 헨드릭의 ‘덴티스트’는 우리의 속담인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의미를 아프리카적인 휴머니티로 풀어낸 그림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 옆에 있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치아를 치료하는 친구 옆에서 다른 친구들은 장난을 치지만, 이는 아픈 친구 옆에 있어 주고픈 소박한 마음, 즉 휴머니티의 실천이다. 컵을 들고 있는 이는 친구의 빠진 이를 가지고 가 여러 친구와 함께 ‘헌 이 줄 테니 새 이를 달라’는 퍼포먼스를 하기 위함이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데서 아프리카 사람들은 절망에 빠지지 않는 법을 배운다고 한다. 여럿이 함께 병원에 가고, 여럿이 함께 노는 것, 이는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려는 그들만의 삶의 방식인 것이다.

‘Safari’란 그림을 통해 헨드릭은 자동차를 많이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헨드릭이 표현하는 차의 크기는 모두 다르다. 소수의 사람만이 탈 수 있는 작은 차가 아닌 큰 차로 표현한다. 스와힐리어로 여행을 뜻하는 ‘사파리(Safari)’에 담긴 의미를 가늠할 수 있는 모습이다. 헨드릭에 있어서 사파리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함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된다는 말이다. 이데아와도 같다. 그가 표현하는 ‘우리’란 아는 사람들만의 우리가 아니다. 길 떠남에서 나와 남과의 구분이 없어지는 외연 확장이다. 아프리카에서 공동체가 강조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라는 관계는 다시 친족이라는 혈연 공동체로 전환되어 가족관계에 기반을 두는 담론을 형성한다. 수백의 가족으로 얽힌 공동체는 종족의 운명과 궤를 같이 하게 된다. 사파리란 아프리카 사람들이 지향하는 유토피아와도 같다. 이에 헨드릭은 문명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사파리 그림을 더 그리겠다고 한다.

<헨드릭릴랑가 인터뷰>

Q : 2013년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아프리카예술제 때 헨드릭 릴랑가 작가는 처음 한국 국민을 직접 만났는데 이때, 무척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번 전시회 또한 기대되는데요, 그 의의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 : 지난 전시회 때는 제가 자동차에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었어요. 이 아트카는 바캉스라는 주제를 통해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과 의식을 컬러풀하게 표현했습니다. 제 그림은 늘 변화합니다. 컬러풀한 아프리카 그림만 그리다가 한국의 단색화를 보고 아프리카 단색화를 그리기도 했지요. 이런 다양성에 대해 열려있기 때문에 새로운 문화, 새로운 곳에서의 특별한 영감을 받는 일은 무척 즐거운 일입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서 한국의 문화와 그림, 예술을 접할 수 있다는 데 큰 기대감을 가집니다. 서로 문화적인 교류를 통해 영감을 받아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한다면 정말 좋겠죠. 또 하나의 이유는 제 그림이 한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제 그림이 한국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행복한 느낌을 받으며 이번에 방문해서 많은 한국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습니다. 

Q : 한국 사람들에게 아프리카 문화는 아직 생소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아프리카 미술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A : 아프리카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땅속에 바오밥 나무의 뿌리가 보이지 않으면 집을 짓지 않습니다. 바오밥 나무는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영혼의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그림에는 바오밥 나무로 꽉 차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프리카 사람들은 환경이 어렵지만 무척 낙천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또한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누이들이 입은 화려하고 한 폭의 그림 같은 옷의 재질과 색감을 보고 자라기 때문에, 혹은 살결이 검기 때문에 화려한 원색을 택하는 이유 때문이라도 색채 자체가 무척 원색적이고 화려하며 다채로운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지만 여기까지 설명하겠습니다. 

Q :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 ‘함께 한다면 어떤 일이라도 극복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 누군가가 내 옆에 있다는 것 그 자체가 행복이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습니다.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적습니다. 반면에 가진 것은 적지만 행복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죠. 비교하지 말고 자신을 비하하지 말고, 처한 상황에서 행복한 것을 찾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전 세계가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고, 특히 한국의 상황도 어렵다고 알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절망에 빠지지 않는 힘을 발견하고 함께 있기 때문에 이겨내고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을 함께 느끼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