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과 길 위의 인생 

강준수 안양대학교 관광학과 교수

일상의 지친 마음에 활력 제공의 수단은 다양하다. 다양한 활력 제공 수단 가운데 대표적인 수단으로 여행을 들 수 있다. 누군가가 여행을 떠나고자 할 때,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다양한 목적들이 작용할 수 있다. 다양한 목적들은 마음의 안정, 과거에 대한 반성, 새롭고 낯선 경험을 통한 재미, 이별의 아픔 극복, 그리고 미래의 계획 등을 들 수 있다. 여행객들의 목적 달성을 위한 구체적 실현은 문화 유적지 탐방, 산림욕, 관광시설을 통한 체험, 그리고 레저 스포츠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여행 목적 실현 수단 가운데 종교적 분위기와 성스러운 이미지를 통해서 색다른 체험이 가능한 것으로 길을 테마로 한 도보 여행을 들 수 있다.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도보 여행지로 스페인의 산티아고(Santiago) 순례길을 들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히 여행의 즐거움과 재미보다는 자신의 본질적 자아에 대한 물음을 얻기 위해 고난과 고행을 감수한다는 점에서 다른 여행들과 차별성을 갖는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한 달에 걸친 긴 여정과 고된 경험이 전제되면서 고생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여행으로 인식된다. 전 세계 도보 여행객들이 찾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페인과 프랑스의 접경지로서 기독교 순례길이다. 예수의 열두 제자중 한 명이었던 성 야고보(St. James)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약 800km에 이르는 길이다. 산티아고 예루살렘(Jerusalem), 로마(Rome)와 함께 유럽의 3대 성지로서 단순히 종교 관련 신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도보 여행객들이 찾아온다. 왜 힘들고 긴 여정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해당 종교 관련 신자들뿐만 아니라, 세계 도보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도보 코스가 되었을까? 산티아고 순례길이 단순히 도보 코스로 한정되기보다는 인생의 여정으로 인식될 수 있는 요인은 고행의 과정이 삶의 고단함과 직접적 연계성을 갖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인생의 여정을 걷고 있으며, 산티아고 순례길의 힘든 여정은 인생의 여정과 많이 닮아있다. 도보 여행객들은 힘들고 험난한 인생의 여정을 피할 수 없다는 측면을 산티아고 순례길에 적용하면서 추상적 인생의 여정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전환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인생의 여정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요인들은 다양하다. 첫째는 급속한 친밀감의 형성 가능성이다. 전혀 다른 배경, 나이, 민족, 성별, 그리고 국적을 지녔음에도 길 위에서 같은 길을 걷고 같은 목적지를 향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하나가 된다. 산티아고 순레길 도보 여행객들의 최종 목적지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이다.
둘째는 바쁜 일상의 업무에서 경험할 수 없는 여유로움 속에서 자기 성찰과 반성을 통해서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배경의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국적을 지닌 도보 여행객들과 마주하는 길 위의 인생은 함께 어울리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다채로운 삶을 마주하게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연령, 성별, 그리고 국적의 사람들은 서로가 인생의 스승이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 이해, 그리고 공감을 경험하면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일상에서 자신을 숨기고 가식적인 대화나 행동으로 상대방을 대하던 사람들도 이곳에서만큼은 자신을 내려놓고 온전히 자신을 드러낸다. 
자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이 무장해제 되는 힘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넷째는 도보 여행객의 니즈를 충족하는 관광 스토리텔링 요소를 들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완주까지는 짧게 30일에서 길게 40일 정도가 소요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을 향하는 도보 여행객들은 힘든 고난의 여정을 수행하고 도달한 성당 내부 야고보 상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은 힘든 과정을 버틸 수 있는 요인들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는 도보 여행객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의 공간에 몰입할 수 있는 물리적이고 환경적인 여건이다. 예를 들어, 도보 여행객들은 스페인 관광청이 판매하는 순례자 여권인 크레덴시알(Credencial)을 발급받으면서 성스러운 순례의 여정에 몰입한다. 실제로 이 여권은 해당 사람이 순례자임을 증명하는 문서이고 알베르게(Albergue)라는 순례자 숙소에 머물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도보 여행객은 도보 여정에서 지나치는 숙소, 호텔, 레스토랑, 성당 등의 장소에서 ‘세요’라는 스탬프를 받아 직접 그 길을 걸어왔음을 증명한다. ‘세요’ 스탬프를 획득한 도보 여행객은 산티아고 데 콤보스텔라에 도착하여 순례 완주 증서를 받을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도보 여행이 갖는 차별성은 인생을 축약해놓은 듯한 순례길 완주를 통해서 인생의 간접 체험과 향후 삶의 방향성 확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힘들고 고된 산티아고 순례길의 긴 여정이 지닌 가치는 일상의 공간과 차별화되는 성스러움과 거룩함의 이미지를 토대로 마음의 평안, 위로,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직접적으로 실행되면서 성숙한 자아로의 발전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