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면서         

양종수 원장

두툼하던 달력이 한 장씩 떨어져나가고 외로이 12월만 남았다. 마치 주민등록에 실려 있던 자녀들이 성장하여 분가해 부부만 남듯이 쓸쓸하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년 초에 세웠던 계획들이 얼마나 성취되었는가를 되돌아보는 달이다. 매년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나의 다짐을 되짚어보고 반성하여 뉘우쳐야 내년에 실행할 일들을 계획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은 속고 속이며 살고 있고, 자신도 자신을 속이면서 살아간다. 년 초에는 철석같이 다짐했던 일들이 허사였던 것을 년 말이 돼서야 알게 된다. 내가 세웠던 계획을 이루지 못한 것은 자신을 속인 결과물이다. 과연 처음부터 실천하려는 의욕이 있었던 것일까? 실행하지 못한 일들은 자신을 신뢰하여 너무 무리하게 계획하지 않았을까? 다시 되돌아보고, 새해는 실천 가능한 일들부터 계획해야 할 것이다.

년 초에 지키겠다고 다짐했던 일들은 각 사람마다 다르리라 생각한다. 매년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담배를 끊고 음주 적게 하기, 가족에게 성내지 않으며 너그럽게 대하기, 청소하기, 이웃에게 먼저 인사하기, 내 일은 내가 하기 등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내가 세웠던 계획 중에 성공한 것이 얼마인지 결산하여 내년에는 실천 가능한 일부터 고치려 해야 한다. 실천 못할 일은 아예 계획에서 제외시키고, 실천가능 한 일을 하려고 계획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거창한 일을 계획하여 실행하지 못하는 것보다 실행 가능한 작은 일부터 계획하여 실천하다보면 큰 것도 고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된다. 계획했던 일이 허사였다고 실망해서는 안 되며, 고치고 싶은 의지만 있으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 참고로 나의 금연 과정을 소개한다.

나는 40대 초에 담배와 결별을 선포한 후 80이 되도록 담배를 만져보지 않았다. 서예를 하면서 작품이 완성되면, 작품성이 있는지를 본다고 습관적으로 담배를 물었다. 그러한 계기로 해서 하루 두 갑 이상을 피웠다. 그런 일이 계속되다보니 자연히 몸에 냄새가 저려 사람들이 옆에 오기를 꺼려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담배를 끊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지만, 번번이 용두사미 격이 되어 실패다. 문제는 술이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담배를 끊었다고 선포해도 협조할 생각은 않고, 오늘만 피우라고 권한다. 그것을 물리치지 못하여 피운 것이 화근이 되어 삼 개월 만에, 때로는 육 개월 만에 다시 피운 적이 있다. 한 번은 금연이 잘 진행 되는가 했는데 술자리에서 한 대를 피운 것이 한 갑을 사고 말았다. 또 실패한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입 안이 개운치 못해 생각해보니 담배피운 생각이 난다. 내 의지가 약함에 실망했다. 가족들을 불러 모아 자녀들 앞에서 남은 담배를 잘라 휴지통에 버리면서 ‘아버지의 머리에는 담배란 없다’고, 선포한 후 담배를 끊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목도 맑고 주머니가 깨끗해졌으며, 몸에 냄새가 사라져서 너무나 좋다. 그러고 나서는 담배를 만져보지도 않았고, 70대에는 ‘지고는 못가도 먹고는 간다.’는 술도 완전히 끊었다. 그것 외에도 잘못된 습관을 하나씩 고치려 노력 중이다. 잘못된 습관을 고치려 하는 것은 나의 의지를 점검해보는 계기가 된다. 고치지 못한다고 단념하는 것은 고치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쳐야 하는 것이 나를 완성시키는 행위가 된다. 사람이니깐 실수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은 실수를 정당화시키는 언행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실행한 일과 실행치 못한 일을 살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남은 날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내년의 알찬 한 해를 계획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