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과 비움의 동양정신 구현! 흙으로 그려내는 미다스의 손”

“비워있지만 꽉차 있는 공(空)입니다”
이러한 공(空)철학으로 예술의 혼을 이어가다

세계에서 유일한 직지예술, 신용일 작가 

신용일 작가

붓이 아닌 진흙을 소재로 회화를 빚어내온 신용일 작가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직지 작가로서글자를 쓰고 지우는 반복작업을 주로 해왔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오브제로 흙으로 적어내온 신 작가는 직지를 통해 비움과 지움의 동양작업을 주로 해왔다. 흙은 존재의 고향이라며 인간의 삶에 있어서도 처음과 끝이라고도 말하는 그는 본인의 작업과 많은 부분이 일치해서 이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림의 마티에르를 생각하다보니 옛날 역사의 흔적을 담아내는게 좋을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럴려면 도드라진 글씨라던지 죽는 글씨라는지 이런걸 살릴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진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글자는 지워지기 위한 존재이며 인간의 정신과 상징의 이미지라는 신용일 작가. 돌가루와 흙으로 글씨를 쓰고 다시 비웠더니 우주가 되었다는 그의 말처럼 마티에르 효과를 선보이며 관객들과 소통해 나가고 있다. 고향인 청주에서 흥덕사 사찰의 직지를 예술로 승화시켜 보자는 의미로 미세한 흙주머니를 만들어 양각 글씨를 써내려가고 있는 신용일 작가를 <월간 한국인>에서 만나 작가의 예술철학과 작품세계 그리고 향후 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눠봤다. 

진정한 소통은 無! 가득채움은 무거움이나 비움은 자유로움
문자를 쓰고 지우는 시지프스적 반복작업을 주로하는 신 작가는 세계의 혼탁한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지움과 비움을 해낼 수 있는 흙을 소재로 선택하였다. 흙 글자를 쓰고 그위에 돌가루와 흙 그리고 염료를 뿌려 마티에르 효과를 내며 지우고 버리는 일을 반복해내는 그의 작업에는 우리 인간의 삶과 닮아 있으며 이를 통해 동양적 사고이며 선(善)적인 정신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유년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사실화를 그렸습니다. KBS환경미술대전에서 수채화로 대상도 받았었지요. 하지만 붓으로 그리는 그림에는 예술에 대한 갈증이 늘 있었습니다.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저의 생각과 가치관 그리고 철학을 예술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예술의 본질을 창조에서 시작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한 신 작가는 우연히 집근처 흥덕사에 방문해보며 소재의 모티브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작업은 고행의 시간입니다. 엄청난 집중력과 고난도의 작업과정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지요.” 작업방식은 판넬에 캔버스 천을 덮고 거즈를 붙이며 젯소 미디엄을 칠한다. 그리고 마르면 자를 대고 줄을 긋는다. 다음엔 흙과 물을 섞어 진흙을 만들고 이를 비닐에 넣어 짤주머니처럼 만든다. 직지심체요절이 그의 손끝에서 한자한자 진흙글씨로 태어난다. 한참을 지나 캔버스 가득 진흙글씨가 채워질때면 보는 이들은 드디어 작품이 완성된건가라는 탄성이 나온다. 하지만 신 작가의 작품은 이게 끝이 아니다. 애써 그렸던 글씨들을 황토물로 덧발라버린다. 

그리곤 다시 흰색 혹은 먹물과 자연물감을 다시 칠해나간다. 어?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캔버스는 시커면 색으로 뒤덮여 버린다. 이때부터가 진짜 신 작가의 예술세계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손에 거즈를 들고 캔버스를 덮어 물감을 흡수시켜낸다. 이후 휴지를 뭉쳐 흡수된 캔버스를 연신 두드려댄다. 때로는 문지르기도 또한 찍어내며 초기에 작업했던 글자들의 색이 바뀌었으나 형태는 남아있게 된다. 그리곤 또 다시 캔버스를 전과 같은 방식으로 덮고 흡수시켜고 다시 문지르고를 반복한다. 이러한 소멸과 생성의 반복으로 마침내 직지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대작이 완성된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SUNYTA의 예술! 空의 철학을 담아내다. 
그의 작업은 결코 인위적인 부분이 없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듯이 만들어낸다. 글을 쓰고 다시 닦아내며 과거의 소통을 통해 채움과 비움으로 승화시켜내고 있는 신용일 작가. 이러한 작업과정으로 인간 서로간의 마음을 이어주며 진실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의 작업에는 의식이 생성되기 이전에 처음으로 회귀하는 작업입니다. 생명체가 흙에서 출발한 것처럼 저의 작업도 출발을 시작으로 다시 흙으로 회귀하는 끝을 지어냅니다. 이것의 우주의 세계관과 닮아 있는 것이지요. 동양사상과도 견줄수 있어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계십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며 텅비어 있는 그림 같지만 가까이 가만히 살펴보면 글자들로 가득차 있음을 알 수 있다. 채움이 곧 비움으로 비움이 곧 채움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SUNYATA. 즉 空(빌 공)이라고 웃으며 말하는 신 작가는 오늘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주를 창조해 내고 있다. 그리는 화가가 아닌 빚어내는 화가라는 타이틀이 따라붙을 만큼 국내 유일무이한 직지 작가로 알려져 있는 신용일 작가는 앞으로도 우직하게 한길만을 걸어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비워있지만 꽉차 있는 空입니다. 이러한 空철학으로 앞으로도 저만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싶습니다”. 신용일 작가는 서울예술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 에꼴드 보자르 행스, 한국미술협회 회원, 후지 갤러리 전속작가로 활동중에 있으며 시드니, 베니스, 도쿄, 런던, 오사카,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홍콩, 대구, 서울, 파리, 스페인, 뉴욕 등에서 기획 및 초대전을 개최하는 등 전 세계에 K(코리아) 미술의 자긍심을 널리 알리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직지예술, 신용일 작가  인터뷰>
Q1. 직지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A1. 본질의 無(무)입니다. 비워있지만 꽉차있는 空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여년간 이 작업을 하면서 역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저만의 예술 분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2. 작업시 가장 힘드신 점이 있다면?
A2.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려서 작업하다보니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지치고 힘들때가 많습니다. 채웠다 지우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다져 나갑니다. 기법 자체 역시 남들과 다른다보니 외롭고 힘든 길을 걸어나가고 있지만 예술의 본질을 찾고 순수 미술을 되살린다는 마음으로 다시금 작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Q3. 끝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A3. 저에게 있어 작품은 곧 저 자신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를 투영한 것이 바로 작업 결과물인 것이지요. 한자한자가 모여 우주를 만들 듯이 예술의 한 휫이 모여 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향후계획은 오는 7월 이태리 씨에나 전시를 기획중에 있으면 올해 말에는 프랑스 파리에서도 전시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인들에게 한국적인 예술 세계를 널리 알리는데 앞으로도 노력해 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