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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찾아 떠나는 바다부채길
조성민 교수  |  kore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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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3.08  17: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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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살롱-생활의 지혜)
 
『낭만 찾아 떠나는 바다부채길』
 
조 성 민 박사 (한양대학교 로스쿨 명예교수/대륙문인협회 이사장)
 
 
▲정동심곡바다부채길
 「정동진」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한양의 경복궁에서 정동쪽에 있는 바닷가라는 뜻이다. 정동진에 있는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썬크루즈호텔 주차장에서 심곡항 사이 2.9km”의 탐방로이다. 산책코스는 “썬크루즈호텔 주차장-몽돌해변-투구바위-부채바위-심곡전망타워-심곡항”으로 이어진다. 바다 위에 목재와 철제 데크를 설치해 길을 냈다. 기암으로 이루어진 해안지형이 부채를 펼쳐놓은 모양 같다고 하여 “바다부채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곳은 군경비지역으로 수십 년간 폐쇄된 지역이었는데, 2017년에 민간인에게 개방되었다. 
 「바다부채길」은 동해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230만 년 전 지각변동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천연기념물 437호) 지역이다. “해안단구”는 해안에 형성된 계단 형태의 지형으로, 강릉시 정동진리 안인해수욕장에서 옥계면의 옥계해수욕장 사이에 있다. 해안단구는 지반의 융기 작용에 따라 해수면이 80m 후퇴하면서, 바다 밑에 퇴적되어 있던 해저지형이 현재와 같은 형태로 육지가 되었다. 단구의 길이는 4km, 너비는 1km, 높이는 해발고도 75-85m이다. 바다부채길을 걸으면서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과 웅장한 기암괴석에서 오는 천혜비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정동진 앞바다에서 해돋이를 구경하다
 건물 전체가 거대한 여객선 모양인 썬크루즈호텔에서 일찍 기상하여 해돋이광장으로 나갔다. 해변에서 바라보는 해돋이는 정동진 여행의 백미이다. 해돋이는 태양이 수평선 위로 떠 오르는 것이며, 태양의 윗부분이 수평선에 접하는 순간부터 점차 보이는 것이다. 일출은 하루의 시작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새로운 희망의 의미를 담고 있다. 
 07시에 수평선 너머 먼 곳을 바라보자, 바다 위로 솟아오르기 시작하는 태양의 시뻘건 기운이 길게 뻗치며 하늘을 붉은빛으로 물들인다. 07시 14분이 되자 하늘에 떠오른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기온이 온 천지를 환하게 비춘다. 짧은 시간에 높이 솟아오른 태양을 바라보고 아침의 맑은 공기를 맘껏 들이마시며 하루를 연다. 분부시게 빛나는 태양과 해변을 넘나들며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침의 낭만을 가득 안겨준다.
 
▲몽돌해변에 서다
 09시에 썬크루즈호텔 주차장에서 숲이 울창한 가파른 언덕에 놓인 계단을 내려가, 파도의 침식작용에 의해 매끈한 몽돌들로 이루어진 「몽돌해변」에 섰다. 눈 앞에 펼쳐진 바다는 그대로 망망대해이다. 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다 못해 생크림 같은 포말을 일으킨다. 거친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에 정신이 맑아진다. 하얀 파도에 드러나는 해안가 바위들은 하얀 포말과 함께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며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파도에 씻기고 바람에 스친 반들반들해진 수많은 몽돌은 하나하나에 음표를 달고 있는 듯 감미로운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파도가 칠 때마다 자갈 구르는 소리가 간지럽게 들리고, 몽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파도가 무거운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다듬어 준다. 파도는 바위 주변을 끊임없이 휘돌아 유려한 춤사위를 보여주고, 바닷물이 빠져나간 몽돌은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청량한 바닷가에 자리 잡은 신기한 해안단구 암석들을 구경하며 바다부채길을 걸었다. 힘차게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 나간다는 ‘승풍파랑(乘風波浪)’, 즉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역경을 이겨낸다’는 말을 떠올렸다.
 
▲투구바위의 설화
 크루즈호텔 주차장에서 1km를 오자, 바다를 바라보며 투구를 쓰고 동해를 지키는 장군 같은 「투구바위」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푸른 하늘과 옥빛 바다 중간에 투구를 쓰고 있는 장군의 비장함이 묻어난다. 이 지역주민들은 예전부터 바위의 생김새가 투구를 쓴 장수의 모습과 닮아서 투구바위라고 부른다.
 강감찬 장군(고려 현종 때)은 고려-거란 전쟁에서 도통사로서 고려군을 총지휘하여 귀주대첩에서 거란군을 전멸시킨 명장이다. 강감찬 장군과 육발호랑이(발가락이 6개인 무서운 호랑이)가 내기바둑을 두는 설화가 전해온다. 옛날 육발호랑이가 「밤재길」을 넘어가는 행인들을 내려보고 있다가 스님으로 변해 내기바둑을 두자고 하고, 호랑이가 이기면 사람들을 잡아먹었다. 당시에는 강릉으로 넘어가는 길이 밤재길 밖에 없어 사람들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 
 이때 강릉에 부임한 강감찬 장군이 육발호랑이에게 편지를 보내, 이 편지를 받는 즉시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일족을 멸하겠다고 하였다. 편지를 받은 육발호랑이는 용맹스러운 강감찬 장군임을 알고 지레 겁을 먹고, 백두산으로 도망을 갔기 때문에 더 이상 호랑이에게 물려 죽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투구바위는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비장한 모습이 용맹스러운 강감찬 장군의 형상으로 비춰졌다.
 
▲부채바위에서 햇살을 즐기다
 바다부채길을 걷다 보면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하는 풍광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바다와 하늘의 조화만으로도 아름다운데, 파도가 만들어낸 하얀 포말이 하모니를 이루어 아름다움을 더한다.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반짝이는 물줄기가 보이고, 태양을 등지고 보면 투명한 바닷속까지 훤히 보인다. 지나온 바다부채길을 돌아보니 절대 비경을 품은 해변과 부챗살을 펼친 듯 아름다운 해안길이다. 물과 바람과 자연이 만들어낸 형형색색의 바위들은 어느 것 하나 똑같은 것이 없어 신비롭다.  
 아름다운 해안 잔도 길을 따라 「부채바위」로 갔다. 바닷물에 발을 담근 부채바위 앞쪽에 전망대가 있다. 시원하게 탁 트인 동해바다는 태양을 품어 반짝이고 웅장한 기암괴석은 천혜자연의 비경을 선사한다. 푸른 바다가 손에 닿을 듯한 전망대에서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쪼이며 망중한을 즐겼다.   
   
▲심곡항에서 바다부채길이 끝나다 
 부채바위에서 800m를 가자 투명유리로 된 「심곡전망타워」가 우뚝 서 있다. 전망대에 올라서자 발밑으로 바닷물이 보이고 심곡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방파제 끝에 서 있는 빨간 등대가 바다색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파란 하늘과 맞닿은 드넓은 바다가 끝없이 이어진다. 반짝이는 바다에 가슴이 촉촉해진다. 짙푸른 동해의 물결이 바위에 부딪히는 모습은 마음을 후련하게 한다. 멀리 바라다보이는 해안가 풍경은 더욱더 멋지게 펼쳐져 있다.  
 바다부채길이 끝나는 조그만 포구인 「심곡항」으로 갔다. 깊은 골짜기 안에 있는 마을이라 ‘심곡’이라고 한다. 골짜기 안에 있는 항구답게 고즈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심곡항의 겨울 바다는 낭만이 있다. 짙은 코발트 빛의 바다와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산에 덮여 사방팔방이 모두 한 폭의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낭만이 가득한 바다부채길을 걸으며 힐링을 잘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다. 
    
 
 
 
조 성 민 교수
 
한양대학교 로스쿨 명예교수(법학박사)
대륙문인협회 이사장(시인/수필가)
황조근정훈장 수훈
전)한양대 법과대학/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한양대 학생처장/대외협력처장
전)국가경찰위원회 위원
전)성산효대학원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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