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미술의 매력을 한국에 고스란히 전달하다.

[리비 루게]의 세계로 초대~~

갤러리통큰  정해광 대표

‘역시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곳이 아프리카이다. 여러번 일정표를 보냈는데도 리비 루게는 공항에 없었다. 매점의 여인에게 핸드폰을 빌려 전화를 걸었다. 도착 시간을 착각했단다. 다행인 것은 보보디울라소가 부르키나파소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아무리 멀리 있어도 30분이면 공항에 도착한다. 사실 아프리카에서 시간을 약속하고, 시간의 길이를 재는 것은 상당히 무의미한 일임을 잘 알기에 마음을 조급히 먹을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보통의 아프리카식으로 시작했다. 여느 작가들처럼 그의 작업실에는 작품이 거의 없었다. 팔려야 그림을 그리고, 주문을 받아야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다.’
                                  - 갤러리 통큰 정해광 대표 - 

아프리카 미술은 기하학적인 패턴과 도형,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 그리고 무질서 속의 질서라고 할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그림들이 많지만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귀속된다는 느낌이 주는 임펙트 또한 강하다. 아프리카 대륙의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근간에 두는 아프리카 미술은 그 미적 표현을 보면 사회, 종교, 역사, 그리고 자연환경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아프리카 미술은 주로 조각, 그림, 도자기, 섬유 예술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될 수 있으며 이는 지역과 지역 사이, 그리고 각 문화 사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갤러리 통큰의 정해광 대표는 아프리카 미술에 지대한 관심이 있기에 탄자니아의 화가 헨드릭 릴랑가에 이어 부르키나파소의 리비 루게를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향하는 여정에 나섰다. 

그런데 왜 정 대표는 아프리카 작가를 선택했을까? 그는 "많은 한국 작가를 알지는 못하지만, 아프리카 작가에게 유난히 마음이 향한 이유는 바로 어린아이처럼 그림을 그리는 모습에서, 작업이 아닌 놀이에 빠져 있는 동심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림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도 작가는 마음의 문을 열어놓기에 충돌하지 않는다. 많은 것을 수용하려는 태도에서 그림 이야기 이외에는 다른 일에도 어린 시절 친구를 만난 것처럼 즐겁다"고 말하며 “우리의 어린 시절은 미래라는 단어 없이도 그저 즐거웠다. 오늘에 대해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듯이 아프리카 작가는 오늘에 대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는 모습에서 옛친구를 만난 것처럼, 과거의 세계에 흠뻑 빠지게 하는 사람이 좋고 작품도 마냥 좋아져 어느새 1500점이 수장고에 쌓였다. 아프리카 인성에 대한 가슴벅참도 함께... ”라고 대답했다. 

정 대표의 열정은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 자신의 진정한 행복과 즐거운 인생의 시작을 위해 그 좋은 교수 자리도 포기하고 캘러리 통큰을 운영하며 작가를 발굴하고 소개하며 지낸다. 이번 리비 루게를 만나기 위한 여정도 정말 쉽지 않았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낯선 타국에서 낮선 한 예술가를 만나 그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리비 루게의 작업실에는 그림이 없었다. 왜냐하면, 팔려야 그림을 그리고 주문을 받아야 그림을 그리는 이들의 특성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와 리비 루게는 서로 서투른 언어와 몸짓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정 대표의 진심을 알아버린 걸까? 몇 마디의 대화 후에 리비 루게는 자신의 그림을 어디선가 하나씩 꺼내오기 시작했다. 자기가 소장하고픈 그림을 꺼내오다 보니 제법 많은 그림이 쌓였고, 정 대표는 그 자리에서 그의 모든 그림을 구입했다. 

리비 루게와의 대화는 점점 깊어져 갔고, 그림 이야기는 물론, 예술 이야기, 사생활까지 서로 알게 되었고 친밀감은 더욱 깊어졌다. 정 대표의 예술 작품을 대하는 지론과 아티스트를 대하는 지론은 이렇다. “난 아직도 작품 이전에 작가의 인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좋은 자리를 다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힘든 길을 선택하긴 했지만 가끔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인성이 훌륭한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이들을 만나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힘이 솟는다”라고 그는 말했다. 

리비 루게

정 대표는 리비 루게의 6개 작품을 소개하며 설명하고 있다. 

1. 이 시대의 진정한 보스란 
리비 루게는 캔버스의 큰 화면에 종종 한 사람만 크게 그려 놓는다. 주변에는 인간의 욕구를 대변하듯이 탈거리, 먹거리, 술병, 예쁘게 차려입은 여자가 자주 등장한다. 문제는 이런 욕구의 문제를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촛점이 맞춰진다. 결국은 '함께'에 관한 이야기이다. 진정한 보스란! 좋은 차를 혼자 타기보다는 여럿이 함께 타고, 좋은 음식도 혼자가 독식하는 게 아니라 여럿이 함께 먹어야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화면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물들 만큼이나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힘쓰는 것은 비단 작가만의 고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2. 우정에 관하여 
리비 루게의 그림에는 유난히 많은 술병이 등장한다. 우리한테는 혼술이 흔하지만, 아프리카에서 혼술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래서인지 술병을 양 옆에 두고 두 사람이 존재한다. 저 너머에는 술자리를 귀신처럼 알아차린 친구들이 몰려들고 있다. 어느 그림에는 혼자 술을 마셔 안경마저도 해롱거리는데 예외 없이 저 멀리서 술병을 든 친구가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다. 애인과 헤어진 친구를 혼자 두지 않기 위함이다. 바닥에 뒹구는 술병과 음악마저도 함께 슬픔을 나누려는 것이 리비 루게 그림 속 풍경이다.

3. 사랑에 관하여 
리비 루게의 그림에는 거의 모든 인물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다. 하트 모양의 안경을 끼고 있는 운전자의 모습도 보인다. 애인을 향한 마음의 모습이란다. 그런데 운전자의 모습이 다급해 보인다. 거리에는 차가 많아 속도를 내지 못하고, 덩달아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아이들이 창문에 매달려 돈을 달라고 하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데 무엇이 보일까! 그래서 선글라스의 새겨진 붉은 하트는 사랑의 열정 같기도 하고, 조급한 마음의 표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4. 하모니를 위하여 
언발란스한 그림이 눈길을 끈다. 안경알의 색이 서로 다른게 보이기도 하는데 거의 모든 신발이 짝짝이이다. 색도 다르고 디자인도 다른 신발을 신고 있다. 양말의 색도 짝짝이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 있고, 마음은 항상 두갈래 길에서 머뭇거리고 있다”고... 나는 그 마음을 잘 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기쁨만큼 두려움이 엄습하고, 만나면 헤어짐을 걱정하고, 멋진 그림을 얻으면 소장해야 할지 팔지를 고민한다. 그 두 가지 모두를 자신의 세계로 품으라는 얘기를 한다. 모든 것은 둘이면서 하나이고 하나면서 둘이라는 것이다. 

5. 사람들 간에 거리를 좁혀주는 
여느 아프리카 작가들처럼 리비 루게의 그림에도 탈거리가 많이 등장한다. 자동차는 기본이고 헬리콥터도 보인다. 어떤 이는 손가락의 차 열쇠를 자랑하면서 노골적으로 누군가에게 구애한다. 한국에 ‘차타’라는 말이 유행했었기에 그 의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차가 있으면 멋진 여자는 물론 친구들 사이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이다. 물론 차는 어디론가로 떠나기를 바라는 유목민의 유전자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러나 리비 루게에게 있어서 자동차는 여러 사람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면서 주인공 되기를 좋아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심리적 모습도 담겨 있는 것이다.

6. 공포란 
코로나는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에게 더 큰 공포로 작용하는 것 같다. 아프리카 그림에 마스크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리비 루게의 그림 속에는 좀 다른게 보인다. 마스크를 쓴 사람 옆에 검은색 선글라스에 녹색 베레모를 쓴 인물이
 등장한다. 코믹한 모습에 처음에는 작가의 의도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림 하단부 오른쪽   구석에 검은색 바탕에 빨간색 테두리 안에 'MP'라고 쓴 알파벳이 보였다. ‘military police’혹은 ‘military politics’ 작가는 꼭 집어 이야기는 안했지만, 부르키나파소의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녹색 베레모의 흰색 문양들이 계급장의 별처럼 반짝였는데, 순간 그 빛에서 공포가 보인 것은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갤러리통큰  정해광 대표 인터뷰> 

Q: 두 작가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부르키나파소로 리비 루게를 만나러 비행기를 타셨다고 하셨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A: 한 명은 아이버리코스트의 아부디아였는데, 런던의 사치 갤러리가 공들인 작가였습니다. 한 명은 오늘 소개한 부르키나파소의 리비 루게였고요. 3년쯤 저울질하다가 마음을 정했죠. 바스키아(J. M. Basquit) 계열의 반추상적 팝아트는 아직도 내 마음을 설레게 했고, 카메룬의 음파두(J. M. Dooh)에 빠졌고, 풋사랑처럼 리비 루게에게 마음이 쏠렸지만, 만나는 데에는 장애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극적인 만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Q: 리비 루게와 처음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드셨다고 들었습니다. 
A: 리비 루게는 아쉽게도 영어를 거의 못 했습니다. 제 어설픈 불어와 영어를 번갈아 사용하여 작품 이야기를 나눴죠. 아마 어떤 예술에 관한 영감이 통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Q: 말도 통하지 않고 작가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았을 텐데,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언어로 어떻게 그 작가를 믿을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합니다. 
A: 의사소통은 잘되지 않았지만, 그의 품성을 충분히 파악할 수는 있었습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은 작가를 만났고, 금전적인 거래를 많이 했기에 그 사람의 밑바닥을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죠. 작품 이야기를 할 때 그의 진솔한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