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방색으로 표현하는 현대미술의 대가” 

대도선원  비공스님

오방색을 쓰며 현대미술을 그려온 대도선원 비공스님이 문인화의 추상적인 재해석으로 독자적인 예술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어 미술계는 물론 불교계에서 주목받아 화제다. 붓 이외에 다른 도구를 활용해 구체적 형상 없이 순수한 추상화를 완성시켜온 비공스님은 회화가 가지고있는 전형적인 틀을 깨고 경쾌하면서 절제된 선을 완성시켜왔다. 어느덧 붓을 잡은지 대략 50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추상화가로 이름을 널리 알린 비공스님은 비움의 미학 아래 색조를 통한 수행자의 의식세계를 그려오는데 집중해 왔다. 지난 2015년 5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개인전을 열며 대중들에게 스님만의 예술철학을 확실히 각인시켜온 바 있는 비공스님은 나의 인생에 있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삶의 물음이며 수행이자 멈출수 없는 호흡의 춤이라고 대중들에게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월간 한국인> 4월호에서는 추상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선의 아름다움의 미학을 선보이는 대도선원 비공스님을 만나 스님의 작품 철학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향후 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눠봤다. 

예술은 작가의 의식을 드러내는 또 다른 자아표현, 선의 길을 그려내다.
스님이 말하는 예술은 그래서 자신을 드러내는 자아다. 거울처럼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캔버스에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색즉시공 공즉시색 전시회의 그림들을 보면 오방색으로 면으로 된 선들이 아주 섬세한 붓터치로 색채감을 자아낸다.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거칠게 그려지는 이미지들은 작가의 정화된 미의식의 투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관객들은 마치 작가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의식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스님의 이전 작업들이 어둡고 무거운 색조를 사용했다면 최근의 작업은 한층 밝고 가벼운 색감들이 사용됨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작가 스스로가 한층 가볍고 정리된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캔버스에 덮인 물감을 긁어내는 독창적 스타일로 작업하고 캔버스 바닥은 아주 부드럽고 은은하게 표현된다. 이는 물감이 가지고 있는 물성을 제외시킨 상태로 물질이 정신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작가는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정돈의 상태, 수행정진의 결과물인 선의 길을 보여주는 것이다. 선은 곧 마음을 닦는다는 뜻으로 내면속 가라앉는 세계를 봄으로써 나 자신을 안정시키는 수행을 뜻한다. 모든 탐욕과 번뇌 그리고 망상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마음껏 되돌아보며 스스로를 찾아내는 과정을 의미한다는 말이다. 이는 불교 수행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과정으로 부처와 내가 다른 이가 아닌 하나가 되는 과정으로 가는 길이다. 

“혼탁해져 있는 심신을 바로 잡으며 수행 정진을 하면서 결국 자신의 본성인 불성을 깨달을 수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 달려 있는 일체유심조 정신 강조
그렇기에 불교 관점에서 인연의 흐름을 깨우쳐야 한다고 강조하는 비공스님은 이는 모든 것들이 연기적 방법으로 바라보면 욕심과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무릇 내가 살고 있는 집도 내 것이고 통장에 들어 있는 돈도 내것이며 타고 다니는 차, 가지고 있는 고가의 물건들도 내 것이면 보다 많이 취하고 가질려고 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특성이자 본질입니다. 하지만 우리 삶은 결국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욕심과 탐욕에 사로잡혀 집착한들 결국 우리는 한줌의 재로 사라지는 존재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사는 동안 불필요한 것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것은 무소유며 곧 소확행이 될 수 있다는 뜻이지요.” 

비공스님은 불교의 선 사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화가로 유명하다. 특히 선화 전시회 비움의 미학을 통해 수채화와 수묵화를 통해 불교의 선의 세계와 공 사상을 추상적으로 그려내며 현대선화를 감각적으로 표현해오며 대중들과 불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깨달음을 전해왔다. “모든 것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근본이 되는 것은 마음으로 우리가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것도 마음이요, 행복하지 못하고 불행을 만드는 것도 역시 마음입니다. 내 모든 행위는 마음이 만드는 것입니다.” 

정신적 고통이나 괴로움 역시 내 내음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비공스님.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을 곰곰이 살펴보면 비움의 미학이 보인다. 스스로 내려놓고 붓을 들어보여서일지, 스님의 붓터치에는 수행자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선시(시집)를 쓰는 작가로도 유명한 비공스님은 지난 2011년 9월 시집 <마음자리 행복자리>를 출간하며 당시 젊은 층에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끌만큼 많은 이들이 공감을 자아냈다. 

시라고 해서 결코 어렵지 않다. 간단명료하고 직관적으로 누구나 편하게 읽고 볼 수 있는 선시를 써온 스님은 수행자의 일기장처럼 칸칸히 글들을 채워넣었다고 한다. 미술과 시의 장인이자 현대 미술계와 불교계의 등불같은 존재인 비공스님의 향후 작품에 대한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비공스님은 1968년 밀양 표충사에서 출가한 뒤 봉암사 등 전국 선방을 돌며 15년 넘게 수행정진해왔고,  30여년 간 '공'의 세계를 표현한 그림을 그려온바 있다.

『어느 비오는 날 씨부랑거리며 술을 비 맞듯 퍼붓고 산다는 것은 그냥 제멋대로 살아서는 안되는 거라고 세상을 찌러대며 위안을 삼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 나이 육십 고개로 접어들었다. 세상에서 바라보는 나는 내 맘대로 살면 안되는 어떤 잣대로 가두어진 존재의 모습일 뿐이다. 살면서 가장 억울하고 어쩌면 서러웁기까지 한 순간이 있다면 그 순간은 존재 방식에 대한 오해일 것이다. 인간은 어디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닌 어떻게 존재하느냐의 문제다. 그럼 의미에서 나는 그림이라는 도구를 통해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존재의 언덕빼기에서 표류중이다. 아니 운전중이다. 운전중 한눈을 파는 것은 존재의 파산이며 가치의 파괴이다. 나는 화가라기 보다 그림을 도구 삶아 나를 가늠하는 또 하나의 내면의 체(體)이며 용(用)이다. 』

-비공스님의 작가 노트 中에서-

<대도선원  비공스님 인터뷰>
Q1. 스님께서 그림을 통해 그려내고 싶으신 것은 무엇인지요?
A1. 제가 그림을 그리는 것도 또 다른 구도 수행중 하나입니다. 우리의 내면의 세계를 그려냄으로써 저 역시 수행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결국 자신의 있는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실천하는 자아성찰입니다. 

Q2. 선시를 써오시기도 하셨는데 시는 스님께 어떤 의미인지요?
A2. 저는 시라고 생각하고 쓰지는 않습니다. 그저 수행노트이자 일기장이라고 생각하며 글귀를 적어내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저의 성찰 노트라고 할까요? 그래서 간단명료하고 직관적이며 누구나 알기 쉬운 것입니다. 이 또한 형식과 가식을 버리고 온전한 저를 찾는 과정중 하나입니다.

Q3.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말씀 해주신다면?
A3. 미술 측면으로 오는 7월 15일부터 27일까지 울산 한빛갤러리(한빛치과 2층)에서 작품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선시 측면으로는 가을경 <내안의 정원>이라는 선시집을 출간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작품을 꾸준히 출시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