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문화를 풍성하게, 법촌옻칠공예사

신념이나 이상을 현실에 접목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이다. 법촌옻칠공예사의 장태연 대표도 지금은 35년 한길을 달려온 옻칠공예 명인으로 손꼽히지만 IMF(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새로운 사업을 시도했다가 쓰라린 실패를 겪었다. 이는 오히려 장태연 대표에게 옻칠공예에 더욱 전념하고 옻칠공예를 기반으로 새로운 아이템들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친환경시대, 주목받는 옻칠
옻칠은 가장 친환경적인 외부가공법이다. 외환위기 이후 친환경 농산물을 유통하는 행복중심생협연합회로부터 친환경 주방용품을 주문받은 후 법촌옻칠공예사에서 개발한 ‘천연옻칠 도마’는 화학처리를 하지 않은 소나무 원목에 세균이 번식할 수 없는 천연도료인 옻칠을 더해 향균기능은 물론 썩지 않는 장점으로 기타 도마보다 오히려 긴 수명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소나무는 배고프고 어려웠던 시절 껍질을 벗겨먹고 연명할 정도로 소재의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섭취해야 할 음식물을 조리하는 과정에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도마이기에 천연옻칠 도마의 친환경성은 대한민국의 깐깐한 주부들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천연옻칠 도마’를 개발 초기에는 옻칠이 벗겨지고 갈라지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지만 현재는 불량률 제로를 달성하며 생활협동조합 뿐만 아니라 백화점과 마트, 시장 등에서 활발하게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전통공예는 특성상 물품의 우수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수작업을 요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법촌옻칠공예사 장태연 대표는 생산라인을 분업화하여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량생산의 기반을 다졌으며 지속적인 직원 교육을 통해 상품의 질적 우수성도 확보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이 2012년에는 친환경최우수기업인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이외에도 공예산업 활성화 표창 및 공예대전 특선 등을 수상하였다.
법촌옻칠공예사에는 천연옻칠 도마 외에도 다양한 친환경 주방용품을 제작하고 있다. 직접 불이 닿는 제품이 아니라면 전 영역의 주방용품의 개발이 가능한데 옻칠은 초질, 초질 건조, 토질, 토질 후 사포, 중칠, 상칠의 6단계를 거쳐야 완성품이 나온다.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옻칠공예는 시간과 정성이 상당히 소요되는 문화상품이다. 이에 “시간과 가격경쟁력이 일반 공산품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이 절실하다”는 것이 장태연 대표의 주장이다. 덧붙여 “전통문화인 옻칠공예 장인의 무형문화재 지정과 전통공예의 산업화를 위한 투자가 선행된다면 한류의 바람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세계 시장을 향한 독보적인 상품을 확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일자리 창출도 이루어질 것”이라고 토로한다. 공예 종사자들의 생활개선이 공예시장의 발전에 있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는 상황에서 장태연 대표의 주장은 깊이 숙고해야 할 부분이다.
 

+전통공예, 실용성과 다양성으로 승부하다
문화상품이라고 소장에만 머물면 옻칠공예의 발전은 물론이고 후인 양성에도 저해되기 때문에 장태연 대표는 옻칠공예 상품의 다양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공예산업에 적을 두면서 자개상부터 자개테이블, 자개장롱까지 두루 거치며 얻은 장태연 대표의 경험과 이력이 옻칠공예의 다양화를 선도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대나무를 엮어서 옻칠을 하여 만든 음향스피커는 남다른 소리의 울림으로 오디오 마니아들의 히트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으며 언론에서도 집중적으로 조명한 바 있다.
“전통을 올곧게 지키면서 고객의 요구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장태연 대표는 최근 의뢰된 황금을 이용한 장례 관과 같은 제품처럼 고객 요구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자세가 전통공예 장인에게는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역사적으로 옻칠을 한 팔만대장경이나 옻칠을 한 관에서 나온 미라의 보존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옻을 이용한 관의 경우 부패가 더디기 때문에 옻칠공예와 장례 관의 결합은 이상적이다. 대중성의 문제에 있어서도 국내에서는 ‘화장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오히려 외국은 ‘매장문화’를 선호하는 예가 많기 때문에 공예와 접목한 장례용품의 개발 가능성도 사업영역에서 검토할 만하다. 또한 장태연 대표는 옻칠공예의 중국 수출을 점치고 있는데 공예상품에 있어서 한 수 위로 인정되는 중국이지만 한국의 문화자산인 자개장롱과 같은 고급제품들은 대륙에서도 인정하고 각광받고 있다. 특히 소득과 생활수준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중국은 희소가치가 높은 고급제품일수록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나전칠기로 상품화한 화장품케이스, 시계케이스 등과 전자파 방지에 탁월한 옻칠 휴대폰케이스 등의 옻칠공예의 시장경쟁력도 제법 높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법촌옻칠공예사 장태연대표는 혁신과 공유를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해 있는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옻칠공예의 브랜드화로 세계 속의 전통공예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전통의 고유성을 지켜나가면서 멈추지 않는 도전의식으로 위기를 기회로 성장해나가는 법촌옻칠공예사 장태연 대표, 실용성을 갖춘 다채로운 공예품의 개발로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집에서 풍성히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