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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울림의 추억
조성민 교수  |  kore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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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6.20  14: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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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살롱-생활의 지혜)
 
『메아리 울림의 추억』
 
조 성 민 박사 (한양대학교 로스쿨 명예교수/대륙문인협회 이사장)                                                                          
   
▲지리산 청학동 삼신봉을 찾아가다
 오래전에 「지리산 삼신봉」에 오를 때, 메아리 울림이 가슴에 아로새겨졌던 생각이 떠오른다. 청학동을 향해 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간 것은 새벽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졸린 눈을 깨우려는지 빗방울이 차창으로 갑자기 뛰어내리더니 이내 미끄럼을 탄다.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하니 마을 곳곳에 서당 간판이 정겨움을 더한다. 「청학동」은 경상남도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의 지리산 동쪽 기슭에 위치한 마을이다. 지리산 삼신봉 동쪽 해발 800m에 있다. 이 마을에는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전통으로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가옥도 대부분 기와집이나 초가집에서 살고 있고, 의생활도 주로 한복차림을 고수한다. 
 지리산 청학동 삼신봉에서 자연을 통해 생활의 지혜를 얻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단숨에 달려온 9백리 길! 그래서 그런지 긴장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배낭을 메고 지리산 삼신봉으로 향하는 등산로에 들어섰다. 오랜만에 내딛는 등산길이라 그런지 처음부터 마음이 지치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가 힘들지 30분이 지나면 힘이 덜들 것이라고, 삼신봉을 여러 번 산행한 지인이 준비해온 목장갑을 건네준다.
 장갑을 끼며 모퉁이를 돌아서자 길 양편에 서 있는 대나무 잎새들이 멀리서 왔다고 환영을 한다. 목청을 길게 드리우는 말매미의 울음소리가 더위를 식혀준다. 울퉁불퉁한 산길에 뒤뚱거리는 발걸음이 안쓰러운지, 새까맣게 몸치장을 한 물잠자리가 머리 위에서 궁디를 씰룩대며 까불거린다. 그 모습을 흉내 내며 겅중겅중 걷자 발바닥에 불이 난다.
 
▲남 탓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메아리의 울림
 앞만 보고 부지런히 걸어갈 때 어디선가 “삐리리릭” 하며 울어대는 새소리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새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장마에 뿌리째 뽑힌 낙엽송이 계곡을 가로질러 벌렁 자빠져 있다. 쓰러진 낙엽송을 보며 안쓰럽게 생각하고 있을 때, “내가 넘어진 건 태풍 때문이 아니라 뿌리를 땅속으로 더 깊게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남을 탓하기 바쁜 사람은 자신의 인생에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남을 탓하지 않으면 내 삶의 주인은 내가 되므로, 그때부터 내 인생은 편안하고 행복하게 흘러갑니다.”라는 낙엽송의 메아리가 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구름다리로 계곡을 건넜다. 가쁜 숨을 들이키며 쉬고 있노라니, 계곡물이 큰 바위를 넘으며 폭포를 이루는데 그 소리가 우렁차다. “낮은 데로 임하고, 겸손한 삶을 사는 것이 참됩니다. 교만이 가득 차면 망하고 겸허하면 존경을 받습니다. 스스로 높다고 여기면 남이 끌어내리고, 스스로 낮다고 여기면 상대방이 끌어 올립니다. 겸손한 사람은 타인의 호의에 감사할 줄 알며, 인간관계를 안정적으로 맺을 수 있습니다.”라는 물의 메아리가 계곡을 감돌며 여울졌다. 
 
▲웃음과 건강이 중요하다는 메아리 소리
 가던 길을 재촉하려고 고개를 쳐들자 참나무 옆 마당바위에 앉아 있던 다람쥐가 눈을 마주친다. 잠시 후에 다람쥐가 입을 쫑긋거리며 바위틈으로 사라지자, 그 자리에서 메아리가 또렷하게 들려온다. “웃음을 잃지 마세요. 웃음은 만복의 근원입니다. 아름다운 옷 보다는 웃는 얼굴이 더 인상적이므로, 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 웃음으로 넘겨야 합니다. 찡그린 얼굴을 펴기만 해도 마음도 따라서 펴집니다. 웃음은 가장 좋은 화장법이고, 인생의 보약입니다.”  
 마당바위가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다람쥐가 있던 마당바위에 앉자, 골 깊은 계곡에 솔내음이 풍기며 대답 없는 세상을 불러들인다. 심곡의 맑은 계류와 장구한 세월이 갈고 닦아 널따란 암반을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을 했다. 보온병을 꺼내 커피를 마시니 무거운 일상이 가벼워진다. 얼기설기 엮인 삶의 한 줄기를 바람이 풀어준다. 
 산봉우리에 거의 다다를 무렵, 한여름에 무성한 잎을 키운 싸리나무들이 길을 막는다. 두 손으로 잎을 헤치며 나갈 때, “우리들은 옴짝달싹 못하지만 숨을 쉬며 살아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생의 환희를 느낍니다. 무엇보다 건강이 최곱니다. 건강한 사람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앞을 내다보며 현재의 자리에서 미래를 지향합니다. 미래에 이루어질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행복이 주어집니다. 행복은 내일을 바라보며 과거를 털어버리고,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에게 자연스레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과거의 아쉬움에 매이지 말고, 내일에 이루어질 새로운 목표를 향하여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라는 메아리가 허리를 맴돌았다.
 
▲지난 일을 잊고 현재에 몰두하라는 메아리 흩날림
 온몸에 땀 강물을 여러 번 흘려보낸 후에, 드디어 우뚝 솟은 바위봉우리에 올랐다. 사방이 탁 트인 「삼신봉 정상(1,284m)」에 서자,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몸과 마음을 쇄락하게 한다. 바람이 속삭이며 “지나간 일을 되뇌이지 말고 이 산꼭대기에서 다 날려버리세요.”라는 메아리를 흩날린다.
 조망이 뛰어난 삼신봉에서 지리산을 빙 둘러볼 때, 푸른 숲 사이에 띄엄띄엄 서 있는 회백색의 고사목이 백전노장의 메아리를 쏟아냈다.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현재 하는 일에 몰두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오늘뿐입니다. 내일을 앞당겨 쓸 수도, 지나간 어제를 끌어다 쓸 수도 없습니다. 바로 이 순간에 몰입해야 합니다. 현재야말로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공기와 물처럼 소중한 것은 언제나 평범하기 그지없는 것들입니다. 공기와 물이 우리 건강을 좌우하듯, 누구에게나 주어진 현재라는 평범한 선물이 우리 일생을 좌우합니다.”
 
▲고마운 메아리
 멀리 보이는 천왕봉을 향해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이때 산 밑에서 시작된 메아리의 울림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봉우리에 쟁쟁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남을 탓하지 마세요. 낮은 곳으로 임하세요. 웃음을 잃지 마세요. 건강을 지키세요. 과거에 집착하지 마세요. 현실에 충실하세요.” 
 지리산의 메아리가 들려준 지혜의 메시지를 마음에 되새기며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동서남북을 차례로 응시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산에 올라올 때 무겁던 몸이 가벼워지고, 어지럽던 마음이 맑아졌다. 내려놨던 배낭을 다시 걸머지고 올라온 길을 따라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메아리 소리가 발길에 툭툭 채였다. 쉬지 않고 따라오던 메아리 소리가 등산로가 끝나는 곳에 이르자, 갑자기 산골짜기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조 성 민 교수
한양대학교 로스쿨 명예교수(법학박사)
대륙문인협회 이사장(시인/수필가)
한국부동산법학회 고문
황조근정훈장 수훈
전)한양대 법과대학/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양대 학생처장/대외협력처장
   국가경찰위원회 위원
   성산효대학원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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