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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풍이 넘치는 피레네 산길
조성민 교수  |  kore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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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7.09  08: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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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살롱-생활의 지혜)
 
 
 『훈풍이 넘치는 피레네 산길』
 
조 성 민 박사 (한양대학교 로스쿨 명예교수/대륙문인협회 이사장)                                            
 
▲남프랑스에서 꼬마기차를 타다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기회라는 의미로 “천재일우(千載一遇)”라는 말을 쓰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아주 오래전에 프랑스 남부에서 꼬마기차를 타고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에 위치한 산악국가 「안도라」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피레네 산줄기 따라 협궤를 달리는 기차에 몸을 싣고 낭떠러지를 바라보는 마음은 즐거움과 더불어 아찔하기도 했다. 깊은 산골짜기에 간혹가다 눈에 뜨이는 산비탈의 오두막집이 이방인을 반갑게 맞이하고, 기차가 천길 계곡을 가로질러 건널 때 힘차게 내리쏟는 폭포수가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혔다.
 얼마나 달려왔을까, 가파른 산마루에 다다르자 기차가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이제 이 산봉우리를 넘기 위해서는 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버스가 힘겹게 산을 넘자 눈 아래 영롱한 햇살을 받은 산봉우리들이 장관을 연출한다. 드디어 안도라에 도착하여 구불구불 휘어진 산길 따라 내려올 때, 네거리에 서 있는 여자교통경찰의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산줄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짜기 따라 내려온 버스가 안도라의 중심부에 길손을 내려주고 어디론가 꽁무니를 뺀다.
 
▲유럽의 초소형 국가인 안도라
 안도라는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의 피레네산맥에 위치한 공국으로, 유럽에 존재하는 초소형 국가이다. 국토면적은 468km²(서울시 면적의 3/4)이고 인구는 85,000명이며, 수도는 「안도라라베야」이다. 안도라라베야는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의 도로로 연결되어 양국문화를 공유한다.안도라는 여러 개의 산악계곡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 계곡들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들이 모여 「발리라 강」을 이룬다. 발리라 강은 눈 녹은 계곡물이 도심 한가운데를 흐른다. 강을 경계로 왼쪽은 구시가지, 오른쪽은 신시가지를 이룬다.
 안도라의 관광포인트는 “면세·스키·온천”이다. 안도라는 국가 전체가 면세지역으로 ‘유럽의 슈퍼마켓’으로 불린다.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적인 유통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관광 산업에서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스키이다. 전체 국토의 70%가 스키장으로, 눈이 많이 오는 피레네산맥의 특징을 이용해 12월부터 5월까지 연간 6개월이나 스키를 탈 수 있다. 스키장이 해발 고도 2,000m 고지에 있고 북쪽을 향해 있기 때문에, 6개월 이상 눈을 보존할 수 있을 정도로 입지 조건이 좋기 때문이다. 스키 관광객들은 쾌적한 날씨와 때 묻지 않은 눈 위에서 스키의 참맛을 만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근 국가인 스페인과 프랑스 사람들뿐만 아니라 영국과 네덜란드, 러시아에서도 스키를 즐기러 안도라를 찾는다. 이곳 그랑발리라 스키장의 슬로프를 모두 합치면 193km에 달한다, 피레네산맥 안에서 가장 큰 스키장은 하루 평균 25,000명의 스키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안도라는 크기가 서울보다 작으나 스키와 쇼핑천국으로 이름이 나 있어, 국가 전체수입 중 관광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이다. 안도라의 또 다른 관광명소는 자연 광천수를 이용한 온천장이다. 스키를 즐긴 사람들이 꽁꽁 언 몸을 녹이는 곳이다. 발리라 강에 인접한 수도 안도라라베야 동쪽 교외에 위치한 ‘칼레아온천’은 유럽에서 가장 크고 물이 좋기로 정평이 나있다.
 
▲안도라 오지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다
 안도라의 수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스페인 중부로 떠나는 차편을 알아보니 막차가 끊겨 몹시 당황하였다. 이제 오지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오늘 떠나고자 하는 마음이 강렬했다. 한참 동안 궁리하다가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보려는 생각으로 ‘히치하이킹(Hitch hiking)’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용기를 내어 배낭을 걸머지고 길가에 서서 지나가는 승용차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태워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많은 승용차가 지나갔으나 서는 차는 한 대도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니 외진 산골이고 어둠이 깔려오는데 험한 피레네 산을 넘는데 낯선 이방인을 태워줄 리가 만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트럭을 향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여러 대의 트럭이 그냥 지나쳐 버리자 온몸에 힘이 빠졌다. 이제 지나가는 자동차에 편승하여 피레네산맥을 넘어야 하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이 빠진 상태에서 트럭이 한 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기대를 않고 힘없이 손을 들었는데 갑자기 “끼익”하는 트럭의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 트럭으로 달려가 태워달라고 하였더니 기사가 타라고 눈짓을 보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얼떨결에 트럭을 탔다. 트럭이 어둠을 뚫고 험한 피레네 산길을 달릴 때 구름을 뚫고 어디선가 반달이 나타나 웃음을 띠었다. 트럭의 엔진소리가 적막을 깨며 피레네 산허리를 오랫동안 휘감고 나자 도시의 불빛이 환호성을 지르며 반겨주는 것 같았다. 이윽고 피레네 산지를 넘어 약 600백 리(250km)를 달려와 스페인 중부에 다다랐다. 기차역에 내려주는 트럭기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수차례 했다. 트럭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서 있었다.
 
▲야간열차를 타고 마드리드 역으로 가다
  피레세산맥의 험한 길을 달려오느라 한밤중이 되었다. 트럭에서 내려 대합실에서 「마드리드」행 야간열차를 기다리면서 『안도라 그곳은』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지었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샛길에서 역사의 신음소리를 듣는다./ 한때는 양국의 통치자들에게 공물을 받치며 충성을 맹세했던 그들의 광대놀이 끝난 지 오래지만/그날을 잊지 못하는 저 발리라 강의 아픈 기억 속에/나는, 나를 불러 세우고 출구 없는 내 조국을 응시하며/피레네 산줄기 따라 비탈길을 오르내린다./」
 플랫폼 안으로 들어온 기차에 올랐다. 좌석에 기대자 긴장감이 풀리고 피로감이 몰려와 눈이 감기며, 이내 꿈나라로 들어갔다. 한참 동안 잠을 자고 나자 「마드리드 역」이다. 먼동이 텄다. 기차에서 내리자 온몸에 힘이 솟는다. 안도라 오지마을에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까지 12시간 동안 밤새도록 달려왔으므로 축지법을 썼다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났다. 
 
▲상부상조 정신을 실천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안도라 오지마을에서 트럭으로 험준한 피레네산맥을 넘게 해준 스페인 트럭기사가 가끔 생각이 난다.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해 남을 돕고자 노력하며 생활하고 있다. 사람은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상부상조의 정신이 필요하다. 아무리 높이 솟아 있어도 홀로 된 돌을 탑이라 하지 않는다. 많은 돌이 여럿이서 받쳐주며 높아질 때 탑이 된다. 산길 한쪽에 사람들이 오가며 쌓은 돌탑이 무너지지 않는 것은 균형을 맞춰 돌을 얹었기 때문이다. 사람도 홀로 우뚝 서기는 어렵다. 여러 사람의 힘과 도움으로 더욱 강해지고 높아지는 것이다. 
 
 
 
 
조 성 민
한양대학교 로스쿨 명예교수(법학박사)
대륙문인협회 이사장(시인/수필가)
한국부동산법학회 고문
황조근정훈장 수훈
전)한양대 법과대학/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양대 학생처장/대외협력처장
   국가경찰위원회 위원
   성산효대학원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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