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예산폭탄과 황제 공약 이뤄질까?

지역 구도 깨기의 신호탄, 새누리당 이정현 순천곡성 당선 

7.30 보궐선거의 최대 이변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단연, 순천 곡성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다. 그는 1988년 민주화와 함께 시작된 소선구제 하에서 보수당의 이름을 달고 전남지역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이는 가히 혁명적 변화의 시작이다. 이제 호남 지역도 1980년 광주민중항쟁, 더 멀리는 1972년 대선부터 시작된 지역 감정을 털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편집부

이정현 의원이 당선이 되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당 지도부는 지난 8월 14일, 전남 동부권을 찾아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현장 최고위를 개최한 것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1월 황우여 전 대표가 전주·광주·순천을 돌며 주재한 현장 최고위 이후 1년 8개월만이다. 김무성 대표 취임 이후로는 처음이다. 이정현 의원 당선으로 호남 지역 민심 껴안기가 본격적인 시동이 걸린 것이다. 
사실, 26년 만에 광주·전남에서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된 건 흥분할 만한 일이다. 이정현 의원의 당선은 지역 감정의 한 축이 무너지는 희망을 낳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적을 건져 올린 것은 무엇일까? 이정현 의원이 선거 기간 중 지역민에게 보인 진정성이다. 그는 ‘대통령의 남자’를 내걸고 ‘예산폭탄’을 공약했다.
 선거 후 개표가 시작되기 전 지역민들의 관심은 지대했다. 과연 이정현 의원이 당선될 수 있을지 전 국민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이 후보는 개표 초반 사전투표 뚜껑을 열자마자 순천시 11개 동에서 앞서 갔다. 이어 곡성지역의 투표함이 열리자 한때 70%를 육박하는 지지율이 나왔다. 그런데 순천시 개표가 이어지면서 한때 2% 차이로 뒤지기도 하는 등 엎치락뒤치락하며 예측을 불허하는 접전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개표율 50%를 넘기면서 오히려 이 후보가 역전해 6∼7%포인트를 앞서가는 결과가 나왔다.
선거 당일까지도 이 당선자의 승리를 점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여론 조사에서 이 당선자의 상승세가 뚜렷했지만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막상 투표일이 되면 순천·곡성 유권자들이 새누리당 후보에 표를 주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대이변이 생긴 것이다.
지역일꾼론과 예산폭탄론으로 지역민의 마음을 얻다 
이정현 의원의 당선은 한국 정치사의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그동안 정당만 보고 무조건 표를 몰아주는 정치적 편향성은 외적 고립을 낳았다. 이정현의 승리는 지역구도 타파의 물꼬를 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 외에도 새정치연합과 지역 정치권에 혁신과 쇄신에 나서라는 강력한 요구이기도 하다. 호남은 영남과는 달리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에서 피해를 많이 본 지역인데, 이제 그 피해자가 역사와 화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호남에서 거둔 승전보를 두고 일부에서는 이 당선인이 내세운 지역일꾼론, 예산폭탄론 등이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순천대 의대 유치, 순천만 정원 국가정원화, 광양만 개발 등 낙후된 해당 지역을 완전히 바꿀 복안을 제시했던 것이 민심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이정현 의원은 순천·곡성 출마를 선언하며 당 지도부가 선거현장을 방문하는 것을 막고 ‘나홀로 선거운동’을 고집했다. 새누리당 색을 빼고 오직 인물로만 승부한 것이다. 그는 선거 벽보에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빨간색을 쓰지 않았다. 새누리당 마크도 작게 표시했다. 현수막도 빨간색 대신 중립을 의미하는 검정색과 회색을 넣어 여당 후보라는 이미지 대신 무소속 같은 지역 후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정현 의원은 당선 소감으로 “이번에 국민은 순천·곡성 주민들이 정치를 바꾸는 위대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을 감격스럽게 보고 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위대한 시민혁명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이룬, 가장 아름답고 깨끗한 위대한 혁명”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정치 드라마에 출연한 순천시민과 곡성군민 모두가 주인공이다"이라고 전했다. 이정현 의원은 자신이 약속한 공약을 착실하게 이뤄 나가겠다고 밝혔다. 광양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갖추고도 낙후된 호남과 전남 동부권에 정부와 외국기업을 설득시키고 관련 예산을 제대로 투입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의 열망과 낙후된 현실을 생각하면 예산폭탄으로도 부족하고 원자폭탄이라도 필요한 상황이라는 말에서 그의 열정을 읽을 수 있다.  

지역 구도 타파의 물꼬 틀다
이정현 의원의 당선으로 지역민들은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 그들의 희망의 불씨를 꺼트려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이정현 당선자의 예산 폭탄 공약이 이뤄지도록 전폭 지원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도, 소외되었던 이 지역을 끌어안기 위해서도, 또 지역 감정 해소를 위해서도  ‘의도적이고 편중된’ 예산 집행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26년만의 마음의 문을 연, 호남인들의 기대를 꺾어서는 안 된다. 
김무성 대표가 다녀 간 14일, 전남 순천시 순천정원박람회장에서는 이정현 최고위원의 지지자가 ‘이정현 최고위원님, 순천의 큰 변화 기대합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지역민의 소원을 담은 피켓이었다. 큰 변화를 기대하는 이들의 바람을 이정현 의원이 절대 저버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남은 임기는 얼마 되지 않는다. 짧은 기간이지만 4년의 일을 남은 기간 동안 다해내겠다는 각오로 일해 주기를 바라는 바다. 이정현 의원의 앞으로의 행보가 지역 구도를 깨는데 또 하나의 역할을 할 것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