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의 달

                    김 원

달 같은 분이 
서 계시고
어머니 같은 분이 
웃으시고
사랑 같으신 분이 
계수나무로 서 계시다
휘황한 밤
누우런 알곡이
추석의 달속에서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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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촌의 하루

                       김 원

새벽안개로 지친영혼을 닦아내고
무거운 가슴은 푸른 나뭇잎으로 털어낸다
일용할 양식은 하얀 쌀 한 톨로 충분하고
빈궁한 마음은 텃밭의 부요함으로 채우면 된다
주인 잃은 파란하늘 바라보는 강아지에게
따스한 눈빛으로 아침인사를 건네고
몇 마리의 신명난 새들에게는
오늘 하루도 실컷 날아보라고 
휘파람도 불어 보낸다
노숙의 꽃들이 지극히 순결함을 
빈촌의 고요는 알고있다
가난한 자들의 기쁨을 위해 
화급한 일들이 무엇인지를
진지한 존재의 미래를 위해 
소중한 일들이 무엇인지를
생명의 경이와 최소한도의 겸허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사랑과 평화와 꿈과 자유를 위해
무엇들과 어떻게 고뇌해야함을
절친한 백지위에 온종일 토해놓고야 만다
덤덤한 시간은 매우 빠르게 흘렀다
하루의 일상을 돌이켜볼 즈음
붉은해 서편으로 떨어지고 
희망의 별들은 다시 떠오른다
아쉬움 많이 남긴 그 무엇들이 
안식의 깊은 밤으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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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

              김 원

저것의 깊은 속내를
조급한 우리는 아는 걸까
장마의 푸르름에 피어나는
저 노란빛의 소박한 우주를

저것의 깊은 인내를
경박한 우리는 아는 걸까
하늘의 시간을 닮아가는
저 풍만한 열매의 성숙함을

절기의 고요한 유희가
저들의 것임에 틀림이 없다
지상의 조용한 별들이
저들임을 부인할 수도 없다

식탁위의 가난한 눈물을
넓다란 이파리로 닦아주고
일상의 허기진 공복을
넝쿨에 매어달린 몸뚱이가
채우기를 원한다
부끄러움 아랑곳 하지 않고
천지의 여기저기에 자라나지만
외면하는 차가운 눈빛을 
피할 도리는 없다

진지한 섭생의 기쁨이 
넉넉한 너로 인함임을
따듯한 사람들은 알고 있다
이 세계의 헐거움을
오래된 너의 생명력이 위로를 한다
끈질기고 포근한 모정의 겸허같은

그 호박꽃
아 ! 그 호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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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별

              김 원

꿈을 버린 자들에게
새벽별은 빛나지 않는다
밤의 나라에 눈먼 자들에게
새벽별은 보이지 않는다
욕망의 나라에 취한 자들에게
새벽별은 떠오르지 않는다
고요한 사람들의 눈빛이
푸른 밤의 영혼을 스치고
아름다운 자들의 가슴은
깊은 밤의 소망을 품는다
기다리는 자의 뜨거움이
사랑의 물결로 밤을 흐를 때
밀어의 깊은 강 위에
눈부신 새벽별은 비추인다
초록빛으로 물든 성결한 그대의 밤
휘황한 별들로 반짝거리는
이슬의 새벽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