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을 구하라

지난 9월 22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 새민연) 비상대책위원장(이하 : 비대위)에 문희상 5선 위원이 당선되었다. ‘문희상 비대위’의 역할은 당을 혁신하고 당의 단합과 계파극복을 위해 적극 노력하는 단순한 관리형 비대위를 넘어 혁신형 비대위로서의 역할이었다. 비대위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노력키로 한 것과 오픈프라이머리 등 공정한 공천 제도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각별한 활동 전개, 민생문제 해결 및 서민증세에 대해 단호히 대처키로 결정했다. 계파간 갈등을 빚고 있는 당을 안정되게 수습하고 아울러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와 관리 그리고 지역위원장 선발 권한을 가진 조직강화특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당내 잡음을 얼마나 줄이는가가 ‘문희상 비대의’의 성공 요건으로 거론되었다. 문희상 의원은 5선의 노련함이 있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관리형 덕장이다. 

그에게  새정치민주연합의 개혁과 혁신을 불러올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문 의원 외 더 이상의 대안은 없었다. 하지만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문 의원은 작년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섞어가며 수렁에 빠진 새민연을 건져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새민연이 직면한 대표적인 현안은 벽에 부딪힌 세월호 협상, 당내 극심한 계파갈등, 낮은 지지율 등이다. 문 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대표급 회동을 제의해 지난 9월22일에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다. 문희상 의원은 특히 새누리당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 거부와 관련해서는 “산적한 민생현안을 앞에 두고 여야가 기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며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이제 정략적 정치를 그만두고 통 큰 정치에 함께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문 의원은 그러면서 9월 중 세월호 문제 등을 매듭짓고 10월1일부터 정국이 정상화돼야 한다고 간곡히 호소한 바 있다. 9월21일에는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 씨에게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 관련, 직접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문 의원이 양측 의견 조율을 통해 야당의 존재감을 다시 끌어올리고 박영선 원내대표의 발목을 잡은 세월호 정국 돌파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다음으로는 당내 계파갈등 봉합이다. 문 의원은 지난 9월21일 문재인·정세균·박지원·인재근·박영선 의원 등 비대위 구성을 마치고 본격 당 정비작업에 들어갔다. 전 공동대표인 김한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들이 ‘지금부터는 계파주의를 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게 첫 회의의 골자가 될 것”이라며 계파갈등 청산을 천명했다. 바닥을 치고 있는 새민연의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것 또한 문 의원의 몫이다. <한국갤럽>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민연의 지지율은 2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통합 창당 후 가장 낮은 수치다. 새누리당과 무려 20%p이상 차이가 난다. 아직까지 뚜렷한 반등은 없지만 최저점의 위기의식이 또 다른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6일에는 문 위원장이 6일 세월호 유가족과 대리기사 측 사이에 벌어진 폭력사태에 연루된 김현 의원문제와 관련 공식 사과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 소속 의원이 물의를 일으킨 점을 국민들께 가슴 속 깊이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에 대해 "세월호 유족의 아픔과 서러움을 치유하는데 온몸을 던진 분"이라며 "여대생 자녀를 둔 어머니로 생때 같은 자식을 잃은 유족 옆에서 늘 있었다"고 강조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사과 발언이 늦지 않았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오늘 공식 사과한 이후 후족조치가 따를 것"이라며 징계여부 검토에 대해서는 "수사와 긴밀한 것이라 예단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김현 의원의 상임위 변경으로 인한 국감진행에 무리가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그동안 제가 준비한) 외통부 국감 자료를 모두 넘겨줄 것"이라며 "해외에 나가는 일정은 지금부터 준비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 문 비대위원장은 안전행정위 소속의 김현 의원과 소속 상임위를 서로 맞바꿨다. 10월 22일은 문 위원장이 비대위를 맡은지 취임 한 달이 된 날이다. 문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군기잡기'를 통해 잡음을 최소화하고 지도부의 권위를 세우는 데 힘썼다. 또한 "목표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주 기본적인 절차부터 전부 혁신 중이다"라며 기강 확립을 통한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백척간두에 서 있는 당을 구해야 한다는 그 절박함과 중압감은 아직도 떨쳐 버릴 수가 없다”고 소회를 밝힌 뒤 유족의 뜻이 반영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공정한 전당대회 관리 및 실천 가능한 정치 혁신의 과제를 지켜내겠다고 약속했다. 

현재까지 당내에서는 문 위원장의 노력으로 당이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다수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장외투쟁 철회 문제를 무난하게 마무리하며, 내홍을 수습하고 조직을 재정비할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과 계파 수장들을 비대위로 끌어들여 막후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논의의 장을 공개무대로 옮긴 것 그리고 김현 의원 사건 등 불미스러운 일은 있었지만, 이외에는 큰 갈등이 불거지지 않았다는 점 등이 문 위원장의 비대위 활동의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유이다. 문 위원장은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사령부 겸 정치서당인 동교동계 소속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열정적인 정치활동과 충성도를 인정받아 동교동계의 청년 정치 돌격대인 민주연합 청년동지회 회장을 세 차례나 맡을 만큼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받은 끝에 1992년 가문의 영광인 국회의원에 당선, 현실 정치 전면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문 위원장의 전성기는 반세기만의 정권교체를 통해 김대중 정부가 집권하면서 꽃피워졌다.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정원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에 올라 김대중 정부의 실력자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국민의 정부의 정권 재창출로 집권한 노무현 정부는 문희상을 위한 정치적 요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노무현 정권의 통치목표, 국정운영 방향 설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비서실장에서 물러난 후에는 당시 집권당인 열린 우리당 당의장에 오르는 등 일취월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