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통증이라고 우습게 여기지 마세요
통증 치료는 셀프 힐링을 돕는 것 

통증 치료의 권위자, 신근만 대한통증학회 회장 
강동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현대인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여러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와 산업 등이 복잡해지면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통증은 절대 반가울 리 없는 몸의 반응이다. 아프면 몸은 통증을 느껴야 한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몸은 위험하다. 그런 의미에서 통증은 우리 몸이 우리에게 살려달라고 하는 신호인 셈이다. 따라서 통증을 새롭게 보아야 할 것이다. 대한통증학회 신근만 회장을 만나 통증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취재 박재진 기자

아프다는 몸의 신호, 오히려 다행이다
통증은 우리 몸의 이상을 감지하여 알려 주는 경고 장치로서 복잡한 특성이 있다. 즉 질병의 종류와 강도에 따라서 그 양태도 다르다. 찌르는 듯한 통증, 화끈거리는 통증, 칼로 베는 듯한 통장, 저린 느낌 등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통증이 사라지면 그 원인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따라서 평소 느끼지 못했던 통증이 있다며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특히 만성통증은 말초신경뿐 아니라 중추신경까지 변성이 일어난다. 통증의 원인이었던 질병이 없어져도 신경계 자체가 통증 신호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때 심하면 피부에 닿는 감촉까지도 뇌에서 통증으로 인지하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통증을 통한 원인 규명도 중요하지만 만성통증이 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신근만 대한통증학회 회장은 통증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일반 대중에게 통증을 제대로 알리고 예방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통증의학 대중화하는 데 성공 
신근만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통증을 병으로 인식하지 않고 증상으로만 여기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한다. 그래서 대한통증학회는 통증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계몽하고 알리는 역할을 해 왔다. 누구보다 국내 통증의학 발전에 큰일을 해 온 이가 신근만 회장이다. 그는 한림대 성심병원에서 교편을 잡기 시작한 1990년에 통증의학에 관심을 갖고 학회에 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통증학회는 20여 명도 안 되는 마취과 전문의들이 모여 공부하는 정도로 관심이 부족했다. 
그는 학회에 들어가면서부터 외국 학술서 내용을 공부하고 그들의 이론과 임상 등의 보고를 들여오는 등 통증의학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2000년대 이후에는 통증의학이 대중화되었고 통증클리닉의 개원률도 높아졌다. 메디컬 센터나 빌딩에 이제 통증의학과가 하나씩을 들어설 정도다.
통증의학의 붐이 일면서 각 과별로 앞다투어 산하 통증학회가 생겨났다. 그러나 규모나 학술면에서 대한통증학회가 통증학회의 대표학회로 자리잡았다. 임상에서 필요한 내실 있는 학술연구가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 통증의학의 메카인 대한통증학회는 1986년도 설립되었다. 사실 통증의학은 예전에는 없었던 분야다. 영국의 샘��튼등이 시작한 통증의학은 유럽에서 시작되었고 베트남 전쟁 때 반사성교감신경위축증(RSD)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치료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고 인정되기 시작하였다. 국내에는 1970년대 도입되어 연세대 및 한양대에서 통증클리닉을 시작하였지만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80년대 들어서 여러 대학의 교수들이 해외연수를 다녀오며 학계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의 통증의학은 늦게 시작한 분야지만 관심있는 신회장 등 몇몇 학자들이 통증의학의 발전을 위하여 누구보다도 열성적으로 이 일에 매진하여 지금의 통증의학이 탄생하게 되었다. 

통증의학과의 만남 
그가 통증의학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된 것인지 궁금해졌다. 모든 시작이 만남에서 비롯되듯 신 회장 역시 한 환자와의 만남으로 통증의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1990년 한림대에서 교수를 할 때 식도암 환자를 만났다. 그 환자를 치료해 주기 위해 논문과 자료를 뒤지면서 연구를 했다. 그 환자에게 통증의학 지식에서 비롯된 모든 치료법을 적용했고 그 노력의 결과로 환자의 고통을 줄이는데 크게 성공했다고 한다. 
국내 많은 통증의학을 연구하는 의사나 교수들은 가까운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 원장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등 세계 통증의학을 주도하는 국가에서 공부를 했다. 선진 학문을 수입하려는 그의 열정이 읽히는 부분이다. 
그는 아프면 고민 없이 수술을 하는 풍토를 없애고 싶어 한다. 통증으로 인해서 수술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예를 들어 척추 질환이 걸리면 수술을 빨리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술만 하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첫 번째 수술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70%, 2차는 50%, 3차는 29%에서만 증세가 호전된다고 한다. 수술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신 회장은 당장의 증상만 없애는 데 급급하지 말고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은 파괴요법이지만 통증의학은 비파괴적인 치료라고 강조한다. 
“가장 좋은 치료는 셀프 힐링입니다. 의사는 바로 그 셀프 힐링을 돕는 사람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치료할 수 있는 자가치유 능력이 있습니다. 그 능력을 계발시키고 보조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라며 의사의 절대적인 권위를 내려놓고 환자를 돕는 겸손함을 보였다.
병원에서 당장의 효과를 위해 수술을 무리하게 한다면 결국은 환자와 의사, 병원 모두에게 유익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서 치료해 나가는 방법을 강구해 가자고 당부했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학회가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른 과와의 교류와 소통이 숙제 
통증은 어려운 분야다. 객관적이고 생리적인 감각의 측면과 주관적이고 정신적, 감정적인 면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나타나므로, 그 반응이나 태도가 다양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신체적, 정신적 요인이 단독 또는 복합적으로 관여하여 나타나기 때문에 사람마다 같은 통증에 대한 반응도 다르고 똑같은 사람에서의 반응도 다를 수 있어 객관적 척도를 만들기도 매우 어렵다. 또 통증은 의학의 모든 과가 맞닥뜨리고 있다. 통증 치료는 어느 단일 분과의 범주를 벗어나 여러 분야의 전문가의 협조가 필요한 질환군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 회장은 각 과의 협조와 소통,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