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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하늘 날고 있는
일곱 마리의 새
김 원
어디를 향해 날고 있는 걸까
어둔 새벽이 밝기도 전에
은하수 가로지르는 최상의 여행이다
무엇을 찾기 위해 날고 있는 걸까
회귀본능이 아니라면
아무도 가 닿을 수 없는 미지의 땅일거다
오른쪽으로 세 마리
왼쪽으로는 네 마리
그 중 하나는 가장 앞쪽의 선두
은빛 날개들이 별빛의 길을 스친다
순간과 순간 사이를
일곱 개의 몸들이 일체가 되는
고요한 비행의 자연스러움
그러한 성숙의 비밀스러움
그러한 평범의 신비스러움과
초탈의 완전한 아름다움 !
무엇을 생각하며 날고 있는 걸까
무엇을 기대하고 떠나가는 걸까
이른 새벽의 부끄러움과 애정이
날지 못하는 작은 가슴팍을
절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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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김 원
쌀 한 톨의 우주가
입천장의 미로속을 넘어가려 할 때
빛들의 사계와 눈부시게 맑았던 하늘
구성진 바람의 소리들이 가득히 담겨져 있음을
겨자씨 만큼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아마도 그는 사랑이라는 넉넉한 가슴을
죄 없는 암탉처럼 품고 있을 거다
얼룩진 땀과 땀으로
기름지고 윤기 흐르는 고운 쌀 한 톨이
때가 오면 만들어 진다는 걸
아마도 그는 아주 오래전이라도
알고 있었을 것이 분명할 거다
그러므로 아마도 그는
세상의 어떤 두려움이나
절여오는 숱한 고난들로부터
충분하게도 자유로울 수 있었을거다
쌀 한 톨의 온전한 순교가
다시금 우리 몸의 깊은 곳에서
또 한번의 부활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아마도 그는 " 아름다움 " 이라는 것에 대하여
진실로 접근하게 되는 사람일거다
보잘것 없이 경미하고 작은 것일수록
소홀히 판단하려 들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되어갈 수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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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와 거지떼
김 원
노송 한 그루 서있는
그 집 가까이 다가서도
반기는 이는 없다
스스로 낮아지려는 그가
산뜻하게도 앉은 양철 지붕 위
몇 마리 새들을 멈칫 바라다보며
홀로뿐이라는 것과
무엇을 구걸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고 세상 아주 먼 곳의
적적한 모습으로 서 있을 비슷한 처지의
비슷한 사람들을 떠올린다
따스한 밥 한술로 공복은 면하였는지
조금이나마 행복감은 느끼어가고 있는 것인지
서늘해진 그의 복부와 가슴을 쓰다듬는다
낯설지 않게 짖어대는 커다란 개의 거동이
그렇게 포악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침을 해결할 반가운 신호탄이
될 수도 있을테다
그와 같은 시간 그 어느 곳의 한 편
푸른색 지구의 말끔한 원반 위에
착취 근성이 매우 농후한
철저한 식탐의 거지떼들은
광기어린 눈초리로 땅의 모래알까지
삼키어 버릴 것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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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집 옥상
김 원
장마지나
절기 왔다고
그 곳은 한가롭기를 원했다
시세없는 낡은 화분 위에 잡초
입신 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그 틈바구니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알 몇 개 !
건너편 빨래줄 속치마 속에
언제부터 화급히 안겨들었다
그 여름 별별 꽃씨 다 날아들어
가을 들꽃은 지금이 한창
내버려 두어도 속태우지 않아도
고개 돌려 무관심 하여도
그래도 허물없이
하늘의 계단 목화구름과
가장 가까이 맞닿은 곳!
아래층 사람들 가끔씩 올라와
그곳이 신기 하다고
하품하며 기웃거리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