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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꿈?
임만성
요즘 외국에 나가보면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국산물건이 고급매장에서 최고급제품으로 팔리고 있고 여러나라에서 국산 자동차가 도로를 뒤덮고 달린다. 중동과 동남아 여러나라의 대학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려고하는 통에 한국어클럽이 매우 인기다. 모 동구권 국가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한국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과거 대한민국이 자랑할만한 것이 별로 없던 시절이 있었다. 필자가 자라던 어린 시절에 지리과목 선생님께서 우리나라가 세계에 내놓을 만한 것으로 흑연매장량이 제일 많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나라는 가난했고 대부분 사람들에게 배부르게 먹고 사는 것이 꿈이었다.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 하나 따 보았으면 월드컵 본선에 한번 나가봤으면 하는 것도 꿈이었다. 현실은 어려웠고 대부분이 꿈이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꿈을 추구하며 살았다.
세월이 지나고 이제 그런 것들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1976년 양정모선수가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종목에서 금메달을 처음 땄는데 이제는 올림픽 세계 5위권 나라가 되었다. 월드컵 8회 연속 본선진출과 함께 2002년에는 세계 4강에도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배부르게 살게 되었다. 영광스럽게 세계 최초로 원조수여국에서 원조공여국으로 탈바꿈한 나라도 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불행하다. 경제규모로는 세계 10위권이지만 행복지수로는 세계 40위권이다. OECD 국가중에서는 최하위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린다. 자살률, 낙태율, 성범죄율 등은 계속 오른다. 너도 나도 잘생기고 예뻐보이려고 껕은 뜯어고치지만 내면의 문제는 덮어버린다. 이미지컨설팅이 인기이지만 정작 본질은 깊이 다루지 않는다. 한국인의 웰빙지수는 세계 75위이다. 사람들이 지치도록 일한다. 피로하고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여유가 없고 쉽게 화낸다. 서로를 격려하고 믿어주고 인정해주기보다 깍아내리고 불신하고 서로를 경쟁의 대상으로 대한다. 공공장소에서도 언어폭력이 난무하고 길거리에서 따뜻한 미소를 나누려고 하면 오해 받는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꿈이 없거나 행복한 삶을 사는것이라고 답한다. 개천에서 용나는 것이 점점 불가능해지는 현실속에서 아예 일찌감치 꿈을 접거나 1세대의 치열한 삶과 그 속에서의 애환을 보았기에 성공지향적인 삶보다는 소박하게 즐기는 인생을 바라는 것 같다.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품고 있는 이상에 의해 결정된다고 누군가가 이야기 했다. 나라의 가치와 미래가 그 땅에서 자라나는 신세대들의 꿈과 이상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한다면 앞으로 이 나라의 미래와 가치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지금 이 땅의 경제성장을 이룬 1세대는 눈에 보이는 현실의 꿈만을 좇았다. 돈 벌고 성공하고 잘 먹고 잘 (?) 사는 것외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아프고 사람들의 유대관계는 깨어졌다.
누군가가 세상엔 3가지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고 했다. 첫번째 거미 같은 사람이다. 거미와 같이 거미줄을 쳐놓고 어리석은 먹이가 걸려들기만 기다리면서 사는, 남을 해치기 위해 사는 사람, 차라리 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 같은 사람이다. 두번째 개미 같은 사람이다. 개미와 같이 뜨거운 한 여름에도 열심히 일하되 자신의 것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 평생 열심히 일하고 결국 잘 먹고 잘 살게 되었으나 죽고나면 그것으로 끝이요 세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사람, 결국 세상에 존재했는가 안 했는가의 큰 의미가 없는 사람이다. 세번째로 벌 같은 사람이다. 벌과 같이 열심히 일하면서 꽃가루를 날라 옮겨서 그로인해 세상을 꽃피우는 사람, 그가 있었기에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사람이다. 그가 떠남으로 세상이 슬퍼하고 안타까와 하는 사람, 세상에 없어서는 아니될 사람이다. 국가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과연 대한민국은 어떠한 나라일까? 거미 같은 나라? 개미같은 나라? 아니면 벌 같은 나라? 최근 수십년사이의 것들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 크게 보면 대한민국을 거론하지 않고도 세계사를 쓸 수 있다고 까지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북한의 등장으로 세상에 아픔을 주는 민족으로 남는 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로 나는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까? 열심히 살고 일했으나 내가 그 자리에 못 갔으면 누군가는 그 자리에 갔을 것이고 내가 그 돈 못벌었으면 누군가는 분명 그 돈을 벌었을 것 같은, 끝나고 나면 세상에는 아무 변화도 없는 그런 삶을 사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는 꿈이 필요하다. 단지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꿈이 아닌 그 이상의 꿈이 필요하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꿈, 세상을 변화시키는 꿈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인생을 걸고 정열을 바쳐 일할 수 있는 꿈이 필요하다. 과거 우리의 조상들은 주변국가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공자는 제자들의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합니까’라는 질문에 동이 (東夷)에게로 가서 그들에게 배우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착하고, 평화를 사랑하고, 너그럽고, 예의바르고, 조심성있되, 날쌔고 용맹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었다. 민족의 기상이 드높았다. 삶의 모습이 세상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꿈이 없으면 사람은 방황한다. 꿈이 있으면 꿈은 우리를 신명나게 한다. 생떽쥐베리는 “만일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불러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누어주기보다,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을 불러 일으키라”고 말했다. 마음 속에 바다를 항해하는 꿈만 심어주면 배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평화에 기여할 열쇠도 쥐고 있다.뿌리깊은 이념분쟁 속에 살지만 세계 이데올로기 간의 투쟁을 종식시킬 기회도 갖고 있다. 종교간의 갈등을 풀어내어 조화로운 미래 세계의 길을 제시할 수도 있다. 계층간의 갈등,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갈등 속의 실마리를 풀어 세계 경제가 나아갈 길을 제시할 수도 있다. 부자되는 꿈을 꾸기보다 세상을 부요하게 하는 꿈을 꾸자. 나만 잘 먹고 잘 살기 보다 세상을 잘먹고 잘살게 하는 꿈을 꾸자. 나로 인해, 우리나라로 인해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꿈을 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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