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개혁 방안에 대한 소고

이광성(광주교육대학교 기획처장)

  출산율 감소에 따라 학생 수가 줄어들어 대학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2018년이 되면 고등학교 졸업생 수는 54만 9천890명이 된다. 반면 대학 입학정원은 55만 9천36명으로 고등학교 졸업생 수보다 9천146명이 많아지고, 2020년 이후에는 꾸준히 15만 명 내외의 초과 정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2011년부터 단계적으로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했으나 지난 3년간 퇴출대학은 중대 비리를 저지른 4개교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배경 하에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 정책 연구팀을 통해 대학 구조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대학정원 감축과 부실대학 퇴출이 주된 내용이다. 모든 대학의 교육과정과 교육의 질을 절대평가해서 상위-하위-최하위 3개 그룹으로 나누어 상위그룹에는 대학 특성화를 위한 재정을 지원하고, 하위그룹에는 각종 정부재정지원과 국가장학금을 차등 지원하며, 최하위그룹은 학교폐쇄(퇴출)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대학정원은 상위그룹은 자율적으로 감축하도록 유도하고, 하위와 최하위그룹에는 정원감축 폭을 차등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0년까지 대학정원을 지금보다 15만 명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대학구조 개혁안을 보면서 다음과 같은 면에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대학구조개혁방식이 관주도 방식이다. 
  이번 대학구조개혁방안은 현실적 위기의식이 깊어서인지 교육부의 강한 정책수행의지를 엿볼 수 있고, 다분히 관주도로 대학구조를 개혁하려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대학구조개혁 주요방안을 보면 시장 원리에 의한 퇴출, 합병 방안 외에 정부와 대학의 선제적 대응방안이 있다. 특히 정부와 대학의 선제적 대응방안에는 대학협의체 주도 구조개혁, 기관평가?인증제도 활용,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제도 강화, 정부재정지원사업으로 유도, 대학평가체제도입 및 체계적 구조개혁, 정부에 의한 일률적 정원 감축 등이 있는데 이 방안들 모두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대학 구조개혁을 한다기보다는 대교협이나 교육부를 통한 대학구조개혁 방안이라는 점에서 관주도 대학구조개혁이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지난 1996년 최소 요건만 갖추면 대학설립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대학설립 준칙주의' 시행 후 264개였던 전국 사립대학의 수는 올해 337개로 증가했다. 학생 수는 감소하는데 대학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대학의 부실문제는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매년 학생 수가 적어지면서 이미 지방대나 전문대를 중심으로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생겨났고, 대학정원을 감축하고 부실대학을 퇴출해야 하는 것은 시급한 일이 되었다. 
 
둘째, 대학구조개혁과 관련된 평가지표는 제대로 선정되어야 한다.
  대학평가 개선방안에서 평가방식(평가지표)을 보면 교육의 질과 과정에 대한 평가 보완,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병행한다고 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대학 구조 개혁에서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평가방식(평가지표)이고, 이 평가방식(평가지표)을 어떻게 선정하느냐에 따라 대학 구조개혁이 성공이냐 실패냐를 판가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평가방식(평가지표)에 의해 상위 그룹대학 결정과 더불어 심지어 퇴출대학까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학구조개혁안에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병행한다고만 되어 있고 자세한 평가방식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만약 정량평가와 정성평가 지표를 선정한다면 모든 대학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평가지표들이 평가방식에 들어있기를 기대한다.
  교육부는 2011년부터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등 정량지표를 활용해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학자금대출 제한대학→경영부실대학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구조개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실제 퇴출 대학이 적은데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려면 좀 더 과감한 구조개혁 정책을 추진해야한다는 지적에 따라 하위 15%에 불이익을 주는 현행 상대평가 방식에서 정성평가를 반영한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꾸려고 한다.
  그런데 정성평가가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퇴출 대학을 선정하는 데 객관성이 없는 정성평가를 사용하면 지금보다 논란이 더 심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정량지표 대신 평가자 주관이 개입하는 정성평가의 경우 공정성 
시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구조개혁을 위해서는 공청회 등을 통하여 가능한 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보다 투명하고 확실한 평가지표를 선정해야 한다. 
  셋째, 지역별 안배를 고려한 구조조정보다는 대학의 특성을 고려한 세심한 평가와 사립대학의 퇴출경로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한다. 또한 동일한 평가가 사실상 쉽지 않은 국립대와 사립대, 수도권대학과 지방대, 일반대와 특수목적대에 대한 구조개혁은 개혁 과정과 절차가 이해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