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를 대처하는 방법 

장현식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전 코이카 전략기획이사)

에볼라가 국제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이나 스페인 등에서 2차로 감염된 환자가 발생하여 각 국에서는 이것이 전 세계로 펴져나가지 않을까 많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반면 국제사회에서는 에볼라사태를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제10차 아셈(아시아유럽 정상회의)에서 에볼라 발병지역에 대한 의료진 파견 등 인도적 지원을 약속하였으며, 이를 집행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11월 경 에볼라 보건 인력 선발대를 시에라리온에 파견하기로 하였다. 

에볼라 사태를 보면서 필자는 지난 2003년 코이카 중국사무소 근무시절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때 중국에서 일명 “사스”라고 하는 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이 기세를 부릴 때이다. 그때를 기억하면 매일 매일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경험했든 시절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옮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건물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장갑을 끼고 단추를 누른 기억도 있다. 당시 중국에 유학중이든 한국 학생들과 일반 상사 가족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고자 했을 때 국내에서는 이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에 못마땅하여 귀국반대를 한다는 소식도 들렸다.  2003년 7월 7일부터 3일간 노무현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으로 방문하는 계획도 국내에서 많은 찬반 양론이 있었지만 방문이 성사되었고 이것이 사스이후 중국을 방문한 첫 외국정상이었다는 점에서 중국내에 한국 사람은 약속을 지키는 국가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필자는 이번 에볼라 사태를 보면서 안타까움이 앞선다. 먼저 선진국들의 뒤늦은 대응을 들 수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최근에 발생한 병이 아니고 이미 ‘70년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병하였다. 하지만 동 바이러스가 선진국에서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별로 관심도 없었고 또한 제약회사들도 에볼라를 막는 치료제를 만들 생각도 안한 것이다. 만약 에이즈처럼 에볼라가 미국에서도 많이 발생했다면 미국 당국이 가만히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이번에 에볼라가 발생한 국가들에 대한 책임론을 들 수 있다. 그쪽 정부 인사들은 동 사태를 아프리카에 만연한 바이러스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시간이 되면 잠잠해지겠지 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에볼라가 ’70년 중반 콩고민주공화국과 수단에서 발생하여 많은 사람이 감염되어 죽었으며 당시 관련 정부의 조치로 빠른 시간 내에 감염속도를 막을 수 있었는바 동 국가의 역사적 교훈은 어디가고 이번에 에볼라 발생 국가 지도자들은 거저 국제사회만 바라보는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들의 에볼라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들 수 있다. 서부 아프리카의 작은 3개 국가의 시골에서 발생한 에볼라 때문에 아프리카 전역이 모두 에볼라에 감염되고 있다는 인식을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국제사회는 에볼라 때문에 너무 당황하거나 지례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국제사회가 힘을 합해 노력하면 안 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도 전 세계를 떠돌고 있는 수많은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해 많은 분들이 희생하고 전투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케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나 스페인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자국의사와 간호사들을 국내로 불러들인 결정은 칭찬받을 만하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우리나라의 에볼라 대응 의료진 파견에 많은 의사와 간호사분들이 자원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보면서 한국의 앞날이 참 밝다는 생각을 가진다. 그 분들이 그곳에서 열심히 근무하는 모습을 통해 한국인의 불굴의 의지와 국제사회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기 바라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 거의 축적되어 있지 않은 에볼라와 같은 열대성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당신들은 우리나라의 진정한 애국자라고 부르고 싶다. 우리 파견인력들의 건승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