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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의 향기
김 원
하늘을 담고
흙을 퍼부어서
질그릇 위해 반죽을 한다
가슴도 활짝 열고
밝은 빛도 끌어 모아
정성을 다해 반죽을 한다
담백한 질그릇의
투명한 복부
첫날의 향기를
그렇게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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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어만 가는 동백
김 원
때 돌아와
붉어만 지어
하는 수 없이
창피할 뿐
너울지고 텅 비인
그대의 세월
저 한편
스스로 피어나는
한 송이 동백
찬바람은 거세어
붉은 꽃잎
순결히 떨었다
이미 그곳은
하얗게 빛나는
그대의 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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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에 떠오르는
무지개빛 양식
김 원
한 끼의 식사를 위하여
펄펄 끓는 물속에 온몸을 던지고
뜨거운 불꽃 위에 온몸을 익혀야
힘겨운 저들의 수고는
아름다운 그 여정을 완성한다
한 줌의 나를 위하여
들녘의 쌀과 보리는
수천 번을 스스로 울어야 하고
새파란 시금치와 붉은 홍당무도
수천 번 나를 위하여
홀가분히 제 몸을 버려야 하고
노오란 속배추와
자줏빛 눈알의 푸른등 생선도
수천 번이나 내 식욕의 흰 치아에 끼어
잘게도 잘게 씹혀져야 한다
한 순간의 기쁨을 위하여
순박한 저들의 헌신은
끝도 없는 순교에 익숙해야만 하고
끝도 없는 부활에 충실해야만 한다
단 한 번의 짧은 꿈과
단 한 번의 기나긴 감동을 위하여
저들만이 만들어가는
고즈넉하게도 투명한 그런 사랑
거룩해지는 그 빛깔의 옹아리들
고요한 지상위의 겨울 아침을 맞이한다
조그만 나의 식탁위에
겸허히 떠오르는
저 무지개빛의 찬란한 양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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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의미
김 원
아름다운
너의 등 뒤를
무거운 짐으로 따른다 해도
내 후회하지는 않으리
거룩히 걷는 너의 앞에서
빈자의 가벼움으로
성큼 성큼 뛰어간다 해도
내 결코 후회하지는 않으리
살아가는 자의 행복이
기름진 소유의 의미만으로
되어진다 하더라도
살아가는 자의 사랑이
손쉽게 거머쥐는
성급한 사랑놀이로
변해간다 하더라도
빈자의 가벼움으로
내 무거운 고통의 짐을
기꺼이 지고서라도
청청하게 휘어진
소박한 너의 길을
아름다운 너의 앞과 등뒤에서
후회 없이 따르고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