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한국명사미술전’ 
11월 19일~25일. 인사아트센터. 대 성황리 마춰
 
신수희 작가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날선 바람에 주춤했던 바깥 나들이지만 인사동 골목 곳곳에 위치한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왠지 설레는 마음이 가득하다. 주로 이용되었던 중정((中庭)을 도입한 건축물인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현대적 요소가 빚어낸 매력적인 인사아트센터에서는 글쓰는 화가로 알려진 신수희 작가의 그룹전인 한국명사미술회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서울경제신문사 주최로 1995년에 창립전을 연 한국명사미술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사들인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국무총리 등도 참여한 바 있는 관록깊은 전시회이다. 11월 19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전시회에도 기업 회장, 대학교수 등 다방면의 작가 13명이 참여하였다. 올해 17회에 이른 한국명사미술회기획전의 주제는 ‘화합’으로, 1년에 한번씩 모임회원들의 발전과 친목은 사회공헌을 기약하였고 이에 신수희 작가는 생동감 넘치는 신작을 선보여 화단과 대중에게 호평을 받았다. 
 
 

-독특한 삶의 궤적이 특별한 화풍이 되다
 
 
신수희 작가는 한 얼굴에 남녀의 모습을 담아내는 피카소의 창의적인 발상인 큐비즘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큐비즘은 르네상스 이래 서양 회화를 지배해 온 전통적인 원근법, 고전적인 인물표현법과 결별하면서 단일 시점보다는 다수 시점을, 색채와 빛보다는 입체적 구성과 입체들의 대조, 배열을 중시한 미술 혁신운동이기도 하다. 선구자인 폴 세잔느는 전통적인 르네상스식 원근법을 거부하면서 어떤 대상을 평면적으로 표현하려는 회화적 발상의 작품으로 큐비즘 형성의 토대를 닦은 바 있고 이후 피카소 역시 큐비즘의 논리를 작품 세계에 반영하였다. 특별한 내일보다 아름다운 내일을 꿈꾸는 겸손과 여유가 생긴 고희를 넘은 신수희 작가는 예술세계는 결코 버릴 수 없는 자기만의 혼과 같은 것이다.     
 
11월 한국명사미술회기획전에서도 인물을 주된 소재로 사용하는 신수희 작가의 작품은 구매에 대한 문의가 높았다. 유년시절부터 미술분야에서 뛰어난 자질을 보인 작가는 아버지의 반대로 마산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이화여자대학교로 진학하면서도 미술과가 아닌 정치외교학과를 전공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림을 향한 열정은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접하게 되는 촉매 작용과 함께 하와이 이주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미술에 입문하였다. 동양과 서양을 접목한 작가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는 현지 교수들의 극찬과 함께 국전에서 2번의 특선, 목우회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국내 화단으로 복귀하게 되었다. 이후 덕원미술관초대전, 세종문화회과 초대전, 헤르메스전, 하와이초대전, 파리 시떼 나쇼날 데다르전 등 개인전 3회를 포함하여 수많은 초대전에서 다른 작가가 가지지 못한 따뜻한 작품 세계를 펼쳐내고 있다. 인물을 주된 소재로 사용하는 작가는 하와이의 이국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브라운 계열과 밝고 화려한 색으로 인물과 배경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려내고 있으며 아동이 그린 것과 같은 천진하고 맑은 인물들이 생동감을 만들어낸다. 색감이 특이하여 멕시코 화풍을 연상시키는 신수희 작가는 단순하고 경쾌한 선으로 인물들의 행복한 순간을 그려낸다. 여백으로 여운의 미를 자아내고 최소화된 선으로 자태와 표정을 묘사하여 즐거운 상상이 가능하게 한다.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생활하고 인생을 즐기는 신수희 작가의 인생관이 어리숙하지만 특유의 감성을 듬뿍 담은 작품에 자연스럽게 내포되어 있다. 
 
 
 
-해맑은 그림이 따뜻한 감성의 글로 화하다
 
 
캔버스 안에서 신수희 작가는 최대한 비우고, 나누고 덜어내고 있지만 어느결에 둥근 달처럼 차오른 이야기들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이는 수필문학 ‘아버지와 졸업시계’로 등단한 전문 글작가인 작가의 이력 때문에 연상되는 자연스런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졸업 후 신문사에서 훈련된 작문능력은 글쓰는 화가의 시발점이 되었다. 수필문학협회 회원, 명사회 회원, 한국미술협회 회원, 헤르메스 회원 등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신수희 작가는 ‘아버지와 졸업시계’로 수필문학에 등단 작가가 되었고 5년여의 산고 끝에 수필집 ‘풀각시’를 출간한 바 있다. 자전적 수필집인 풀각시는 시대를 아우르는 보편적 정서를 그림과 함께 엮어내어 혁신적 수필집 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풀각시를 통해 신수희 작가는 냉냉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동심과 추억을 되새기게 해주고 힐링의 순간까지 선사하였다.   
 
그림과 함께 감동적으로 어우러져 출간과 함께 수필책의 혁신을 일으켰다는 평단으로부터 일간스포츠와 서울스포츠신문에 수필 대상을 받기도 하였다. 한 세기를 앞서 살아가고 있는 듯한 여유와 심성으로 써낸 ‘풀각시’를 징검다리 삼아 오늘도 신수희 작가는 동심과 추억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정서를 나누고 있다. 최근에는 조기 유학 때문에 심한 사춘기 시절을 겪은 작가의 자녀들을 지켜주고 이끌어 주면서 수많은 내상을 입어야 했던 경험을 담은 저서를 준비 중에 있다. ‘사춘기 청소년을 바라보는 부모의 자세(가제)’에는 자녀의 사춘기를 처음 경험하게 되는 부모들의 먹먹함을 심도깊게 이해하며 힘겨운 상황을 적절하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더할 계획이다. 신수희 작가와 같은 과정을 힘들게 겪어내고 있을 부모들을 위해 솔직담백한 안내서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풀각시에서 그려지는 오랜 친구 이정자나 손주현을 현실에서도 만나고 싶은 신수희 작가의 그리움과 순수한 마음은 각박한 세상살이에 지칠 때 그녀의 글과 그림이 보고 싶어지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