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가격의 불균형 

                                              양 태석 

미술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근년에 와서 여러 곳의 대형 화랑이 경매시장을 주도하면서 그림 값이 폭등하는 기형아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불과 1년 전에만 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그림 값이 최근에 와서는 작품가격이 폭락하는 부작용이 일고 있다. 자연적인 시장원리를 외면하고 인위적으로 시장을 주도함으로서 일어나는 불공평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PR시대라고 하더니 몇몇 작가를 선택해서 띄우고 그 이익을 노리는 대형 화랑의 상술에 많은 예술인들이 뒷전에 밀려 찬밥신세가 되었다. 이제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지자 그 한파를 타고 미술시장도 서리를 맞아 비참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화가들이 이렇게 시련을 맞고 있건만 아무도 사회적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난국을 맞아 고통스러운 생계를 이어나가는 화가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다만 열심히 창작에 몰두하다보니 혹독한 시장의 경쟁에서 낙오된 죄라고나 할까? 

모 작가는 미술시장이 조용할 때 호당가격이 6~70만원 하던 것이 천 만원가까이 호가하는 급등세를 보이더니 최근에는 3~4백만으로 추락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그 원인은 자연적인 시장원리를 벗어나 인위적으로 시장을 끌고 가는 불합리한 방법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또 경매책자에 나타나는 가격상승만보고 미술에 무지한 사람들이 투기목적으로 뛰어들어 시장을 달구어 나갔다. 그러다가 지방 경매에서 가격상승이 주춤하자 주식시장처럼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바람에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경매회사가 없을 때는 전국의 크고 작은 화랑들이 자체적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매사들이 나타나면서 화가들을 그냥 놔두지 않았고, 자본주의 속성에 따라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작가를 골라 띄우면서 몇몇 작가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너도나도 다투어 투자를 하면서 시장은 더욱 혼조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연만으로 장을 서게 할 수 없으므로 조연을 내세워 한몫을 했다. 몇몇 작가들이 덩달아 띄워져서 재미를 톡톡히 본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위기에 처하고 미술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가격추락이 심화되고 있다.

그림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며 따라서 나라의 얼굴이다. 예술의 한 장르인 미술 분야는 작가의 능력에 따라 성장발전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미술시장은 그렇지 못하다. 작가들이 미술재벌의 눈에 띄지 못하면 정당한 평가를 받기 어렵고 음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작가들이 의외로 많다. 
증권의 조작보다 쉬운 그림시장이지만 다시 뜨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작가를 국내에서 띄우기어려우면 외국에서 띄우는 경우도 있다. 이젠 그것도모자라 외국작가를 끌어들여 애호가를 유혹하고 있다. 그 중에는 일본작가들과 중국작가들도 한몫하고 있다. 외국유명작가의 판화까지 들여와서 공급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조명을 받지 못하고 뒷골목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좋은 작가들이 많다. 그래서 재력이 있는 애호가라면 유능한 작가를 스스로 개발하여 작품을 소장한다면 반드시 빛을 볼 것이다. 세르반데스 반고호같은 세계적인 작가도 생전에 그림 한 점 팔지 못하고 어려운 생활을 하다가 냉대(冷待)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세상을 마감했다. 그러나 후세 사람들의 정당한 평가를 받고 영원한 명가로 다시 태어났다. 우리나라의 박생광 선생도 80세의 노경에서야 불란서 사람들의 정당한 평가를 받고 일약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21세기 글로벌시장이 눈앞에 다가와 있어도 우리는 우리를 평가하는데 인색하다. 그래서 박생광 같은 대가도 불란서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빛을 보지 못하고 그늘에서 무명작가로 사라졌을 것이다. 

우리미술시장은 작금에 와서 변혁기에 접어들고 있다. 서양미술이 우리사회에 들어 온지도 일천하고 그림이 돈이 되어 환금성이 조성된 것도 기간이 짧다. 이러한 상항에서 우리경제는 급성장했고 안정적으로 정리되지 못한 미술시장의 상혼들이 졸부들을 부추겨 혼돈의 시대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매점매석이나 독점계약판매의 약점을 노려 선전매체를 통하여 띄우기를 했고 가격폭등으로 이어졌다. 
 사업이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라 하지만 최소한의 도덕성을 토대로 돈을 모아야 비로소 올바른 성공이라 할 것이다.